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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출신으로 최고위직에 올랐다가 양아들에게 살해되는 김준 역의 김주혁 


MBC 대장경천년기획 주말특별드라마 <무신>이 56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기획취지대로 이 드라마는 노예출신으로서 고려의 최고지위인 문하시중이 되고 도방(교정도감)의 주인이 되는 김준(?∼1268)의 일대기를 그린 사극입니다. 마지막 회에서 몽고는 고려조정에 무려 5가지의 엄청난 조건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김준(김주혁 분)은 겉으로는 지키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몽고와 계속 항쟁하기로 했습니다. 의기가 투합한 임연(안재모 분)과 이장용(이석준 분)은 몽고사신들을 위한 연회를 황궁에서 열러 참석한 김준을 죽이기로 했지만 김준은 측근들의 만류로 불참했습니다.

김준은 최우의 기제일을 맞아 과거 형제들과 가신들을 불러 술을 먹으며 황제로부터 하사 받은 보검을 임연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김준은 최우와 최송이가 꿈에 나타나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라"고 당부하는 악몽을 꾸기도 했습니다. 김준은 몽고사신이 송나라 정벌 용 군사들의 사열을 받는 자리에서 군사를 일으켜 몽고사신과 원종(강성민 분) 그리고 이장용을 제거하기로 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원종과 이장용 및 임연의 술수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사열식에 참석하려던 원종이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졸도한 것입니다. 물론 김준을 속이기 위한 위장 칭병이었지만 김준은 이를 알 리가 없지요. 내관은 김준을 방문해 원종이 지병으로 위독하여 후사(양위)를 논의해야 하니 입궁하라고 했습니다. 비록 문하시중이라고는 하지만 신하로서 이런 황제의 청을 거역할 수가 없는 노릇이지요.

김준은 호위병을 거느리고 입궁했지만 호위병들은 대전 앞에서 무장해제 당하고 김준만 대전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김준의 호위병들은 매복된 군사들(내관들 포함)에 의해 살해된 후입니다. 그러나 대전에는 황제가 없습니다. 그때 무장 내관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쳤고 임연도 칼을 빼어들었습니다. 김준은 내관과 임연의 손에 죽임을 당하면서도 "고려의 자존심을 잃지 말라! 널 사랑했다!"고 했습니다. 김준은 막판 나라를 위한 생각의 차이로 인해 양아들을 자청했던 임연의 배신으로 비참하게 피살되고 만 것입니다. 

 

어쨌든 김준의 고려사직을 위한 사랑 및 대몽항쟁의지는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김준이 죽은 다음 삼별초군은 이에 항거하다가 제주도로 쫓겨갔고 결국 고려와 몽고 연합군에게 섬멸되고 말았습니다. 원종이 죽은 후 즉위한 왕들은 몽고에 충성한다는 뜻으로 충(忠)자를 앞에 넣어 충렬왕(25대)-충선왕-충숙왕-충혜왕-충목왕-충정왕(30대)으로 부를 정도로 고려는 몽고를 계승한 원나라의 속국이 되었습니다.  

김준의 첫 애인이었던 월아(홍아름 분)가 혼례식을 앞두고 최우의 서출아들 만종(김혁 분)으로부터 겁탈 당한 후 자결하였는데, 김준이 하필이면 대구에서 만난 안심낭자가 배우 홍아름(1인2역)이어서 주변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 안심이 최후의 첩실이 된 후 나중에 최우는 김준-안심이 애인사이임을 알고는 첩실인 안심을 김준에게 내어주었고, 김준은 안심과 정식으로 혼례를 올렸습니다. 사람이 무슨 물건도 아닌데 주군(主君)의 첩을 돌려 받아 좋다며 혼인하는 이상한 장면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김준으로서는 첫사랑이었던 월아와 닮은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였으니 한을 푼 셈이지요.  

아무튼 <무신>은 사극의 내용에 대해 별다른 논란 없이 마무리되어 모범적인 사극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배우 김주혁과 비련의 여주인공이었던 김규리가 드라마촬영을 계기로 실제 연인사이로 발전했다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시청률은 비록 10% 중방으로 종영되었지만 <무신>의 성과를 살펴보겠습니다.   

 

 

▲ 역사왜곡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성

흔히 역사드라마는 "드라마"이기에 내용이 극화되는 과정에서 역사적인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물론 <해를 품은 달>처럼 퓨전사극일 경우에는 작가의 상상력이 무한정 동원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닌 일반 사극에서도 사람들은 큰 줄기에서 실제 역사적인 사실과 벗어나는 것을 역사왜곡이라고 하여 비판합니다. 대하역사드라마 <광개토태왕>에서 담덕태자의 형으로 가공의 인물인 담망태자를 내세워 많은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또 <광개토태왕> 및 <계백>과 <김수로>에서 주인공이 노예시장에 팔려가 고생하는 상투적인 장면이 나와 눈살을 찌푸렸지만 <무신>의 김준은 처음부터 신분이 노예에서 출발했기에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최씨 무신정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묘사

고려무신정권 100년 중 최씨무신정권 60년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고려황실을 허수아비로 만든 후 도방에서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들었지만 외적 특히 몽고의 침략에는 속수무책이었고, 고려를 위해 목숨을 다 바쳐 항거했던 일부 무인들은 최우의 후계자인 최항의 만행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나라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이후에도 육지의 백성들은 잦은 몽고의 침략으로 전 국토가 유린되었지만 무신정권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를 극복하기보다는 무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반대파 색출에만 혈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국을 배신한 홍복원의 악행도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습니다. 대몽항쟁의 마지막 보루였던 김준의 피살로 고려는 몽고(원)나라의 속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또 최우는 권력유지를 위해 모함을 받은 사위 김약선(이주현 분)과 이를 사주한 딸 최송이를 죽이는 비정함을 보여주었고, 최후의 후계자 최항은 아버지의 친인척만 골라 죽이는 패륜을 저지르기도 하였습니다. 


 


▲ 팔만대장경의 생생한 탄생비화

현재 해인사에 보관중인 고려의 팔만대장경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역사적인 기념물입니다. 이는 고려 고종 때 몽고군의 침입으로 당시에 존재하던 대장경이 불타 없어지자 전 국민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무신들의 건의에 따라 황실을 비롯한 대신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제작한 국책사업이었습니다. 당시 백성들은 대장경불사에 동원되느라고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결국 국민통합이라는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아마도 이 팔만대장경이야말로 최씨무신정권 최고의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격구대회의 존재와 열광

무신정권시대 최고권력기관인 도방의 무신들 중 실제는 격구대회를 통해 발탁되었습니다. 김준이 노예로 처음 도방에 들어갔을 때 그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준 최양백(박상민 분) 소군장도 격구대회의 챔피언이었습니다. 나중에 김준도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격구대회에서 우승해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지요. 이처럼 격구대회는 출신여하를 불문하고 우수한 싸움꾼을 선발하여 지휘관으로 승진하는 무인의 등용문이었습니다. 이 격구대회는 황실을 비롯한 무인들도 일부는 잔인한 싸움에 진저리를 내기도 했지만 그 호쾌한 기상을 즐겼습니다. 이와 같은 격정적인 격구대회가 고려시대에 있었음은 드라마 <무신>을 통해 처음으로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 백도빈 및 김유미 등의 열연

주인공을 비롯하여 조연 등 출연배우 모두의 연기는 일품이었고 그 중에서도 비록 악역이기는 하지만 최항 역의 백도빈의 연기는 정말 빼어났습니다. 천출출신으로 김준 및 최우에 의해 낙점되어 최우의 후계자가 된 후 아버지 최후의 친인척을 차례로 제거하면서 그가 보인 개망나니 연기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또 최우의 후처인 대씨부인 역을 맡은 배우 김유미의 절규하던 모습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대씨부인은 최충헌 때부터 무신인 대집성의 며느리로 남편이 전사하자 최우의 후처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최후에게 애교를 부려 아들 오승적(배진섭 분)을 장군으로 승진시키는 대는 성공했으나 아들을 남편 최우의 후계지로 잘못 천거하는 바람에 나중에 최항으로부터 시아버지 대집성, 아들 오승적은 죽임을 당했으며, 대씨부인도 강제적으로 사약을 받는 비운의 여인입니다. 배우 김유미는 이런 고비 때마다 최항을 패악무도한 놈으로 매도하며 악을 섰는데, 그 연기는 정말 시청자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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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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