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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같이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빠른 나라에서 100년 역사를 가진 상점이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부침(浮沈)이 심한 음식점의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서울 종각 옆에 우리나라에서 최고(最古, 가장 오래된)의 음식점이 있다고 하여 음식 품평가(?)인 아내와 함께 찾아 나섰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은 종로구 견지동 88번지 소재 "이문설농탕"입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공평빌딩이고 조금 더 가면 농협인데 농협건물을 끼고 우측으로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오래된 맛집이 그러하듯 이 집도 겉모습은 상당히 허름합니다. 단층건물 입구에 큼직한 상호가 붙어 있더군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홀에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습니다. 물론 초만원은 아닙니다. 4인 테이블에 2인이 앉아있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시각은 12시 반경이라 샐러리맨들은 이미 다녀갔을 때인데도 나이 지긋한 분들이 상당히 보입니다. 넓은 홀을 차지하고 있는 부지면적만 해도 노른자위 땅값을 계산하면 재벌 부럽지 않을 듯 보여집니다.


 


계산대에는 대한원조촌협의회장 명의의 설농탕부문 원조집지정패가 걸려 있어 일단 우리나라 설농탕의 원조집임은 확인했습니다. 벽면에도 이 집을 홍보한 신문이 걸려 있는데, <한겨레 21>은 "한 세기 지켜온 설농탕의 자존심"이라는 글에서 개업년도를 1902년으로 본 반면, <일간 스포츠>는 "최고 음식점은 이문설농탕"(1987. 10. 26)에서 개업연도를 1907년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또 <조선일보>는 "50년 넘은 음식점 서울에 28곳"(2012. 7. 16)이라는 기사에서 1904년 개업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정확한 연도가 언제이든 1세기(100년)를 훌쩍 넘긴 것은 사실이며, 6.25전쟁 직전인 1949년 <서울신문>에 식당광고까지 한 유서 깊은 식당입니다. 어쨌든 4대째 음식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하는군요. 


 

                                                                       한겨레 21의 보도

                                                                          일간 스포츠 보도


 

 서울신문광고


 

문제는 음식의 맛인데요.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설농탕(보통)을 시켰습니다. 뽀얀 국물에 고기 몇 점이 올려져 있어 겉으로는 부실해 보이더군요. 파를 자른 것과 소금을 넣은 다음 국물을 떠먹어 보았습니다. 맛이 매우 담백합니다. 식탁에 비치된 김치통에서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꺼내 먹은 아내의 얼굴이 활짝 펴집니다. 지금까지 식당에서 먹어본 김치 중 가장 맛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설농탕이나 곰탕 같은 음식은 음식자체의 맛보다도 김치 맛이 좋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 집 인기의 비결은 바로 두 가지의 김치 맛임을 직감했습니다. 아내는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웁니다. 역시 이 집의 설농탕 맛은 명성에 걸맞더군요.  


 


 

 


 

☞ 100년 전통의 설농탕 맛을 보았다면 인근 조계사에서 열리는 2012년 <제2회 국화나눔 전>(2012. 10. 19∼11. 10)을 보기를 권장합니다. 종교적인 신념을 떠나 사찰에서 열리는 국화축제가 이색적일 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조계사 국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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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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