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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진인 배우 차인표, 야구선수 박찬호, 혜민스님




SBS가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땡큐, 스님, 배우, 그리고 야구선수>입니다. 물론 현장의 버라이어티가 많아 토크쇼라고 부르는 게 무리일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스님은 현재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랭크된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로 밀리언셀러 작가인 혜민스님(40세)입니다. 배우는 신애라의 남편이며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던 차인표(46세)이며, 야구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다 최근 은퇴한 국민스포츠 선수 박찬호(40세)입니다. 각기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세 사람이 모여 나눈 진솔한 이야기는 매우 감명 깊었습니다.

지금 지상파TV에서는 다양한 형식의 토크쇼가 많이 나왔다가는 사라집니다. 대부분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신변잡기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그냥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정도의 대화와 깜짝 폭로로 억지웃음을 주거나 새로운 뉴스거리를 만드는 게 고작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방송된 땡큐는 예능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교양프로그램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이 프로는 토크쇼의 장소부터 달랐습니다. 대부분 스튜디오에서 출연자를 초청해 메인 MC가 진행하지만 이곳에는 메인 MC도 없고 촬영도 야외위주입니다. 다만 배우 차인표가 내레이션을 맡았더군요. 차인표와 박찬호는 휴게소에서 만나 홍천성당에서 기다리는 혜님스님을 찾아갑니다. 스님이 성당에서 기다리는 게 좀 이상하지만 종교학자인 혜민은 교회나 성당에서도 마음을 안식을 얻는다고 하는군요. 박찬호는 야구에도 불교의 진리가 많이 녹아 있다고 합니다. 야구공에는 108개(108번뇌)의 실밥이 있고, 야구공은 불교의 우주관처럼 둥글며, 집을 나간 공이 홈에 들어와야 비로소 점수가 된다고 합니다.

혜민의 멈추면 보인다라는 주장에 대해 박찬호는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생각날 때 호흡을 멈추면 모두 잊게 되는데 이 때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순간작인 목표를 달성한다"고 했습니다. 혜민도 이에 동의하면서 매순간 움직이는 마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정화시켜야 한다고 하는군요.

이들은 눈이 내린 강원도 살둔마을로 향했습니다. 2층집에 여장을 풀고는 박찬호의 밤과 차인표의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들 밤과 고구마는 두 사람의 어머니가 직접 재배한 식품이라고 하면서 어머님을 그리워하더군요. 혜민도 스님들이 출가하면 세상과의 모든 인연을 칼로 무 자르듯 끊는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 부모님을 모시며 돌보는 스님도 있다고 합니다. 박찬호는 자신이 잘 나갈 때는 너도나도 찬호에게 환호하지만 힘들 때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게 가장 마음 아팠다고 실토했습니다.


혜민도 오래 전부터 트위트를 통해 많은 사람(팔로워 30만명 이상)과 소통을 하고있는데, 어느 독자의 이야기에 목이 메었습니다. 어느 지방대출신이 취업을 위해 응시하기만 하면 서류전형에서 낙방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지원자는 처음에는 매우 서운하고 또 불쾌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마음이 아프지 않아 이런 자신이 무척 싫었다고 고백해 왔답니다. 혜민은 자신의 글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로부터 용기를 얻고 실제로 도움이 되었다는 반응을 들으면 매우 감사한데, 이는 궁지에 몰린 사람도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는 것이랍니다. 박찬호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그가 인기절정일 때 받은 팬레터에 그냥 잘 받았다고 짧은 답장을 해주었을 뿐인데 그 팬은 매우 감격해 한다는 것입니다.

글쓴이도 사실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1984-1986기간에 미국동부의 어느 주립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모교는 전국챔피언을 한 적도 있는 미 대학풋볼의 명문입니다. 귀국한 후에도 당시 미군방송(AFKN)을 통해 일요일 새벽에 중계되는 풋볼경기를 자주 시청하였고 어느 해인가 전국랭킹이 탑10안으로 오르자 전설적인 코치 앞으로 카드를 보내며 한국에서 한 동문젊은이가 열심히 응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전혀 예상치 않게 그 코치로부터 답장을 받았습니다. 내용은 "Just a note to acknowledge receipt of your nice card, sincerely yours"(당신의 멋진 카드를 잘 받았다)라는 단문이었지만 정말 기분은 날아갈 듯 했습니다. 그 유명한 코치가 내 카드를 보고 답을 보냈다는 사실에 감격했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니며, 단지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조그마한 성의라도 내보이면 고마워하고 위로를 받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남이 나에게 잘 해준 기억"보다는 "내가 남에게 잘 해준 기억"을 더 잘 그리고 오래 기억하는데 그러지 말고 인생에 있어 손해본다는 느낌으로 살라고 충고합니다. 즉 상대방의 어려운 일을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큰 위로가 된답니다. 차인표도 터널의 끝이 안 보이는 암울한 시기에는 오직 하루의 삶에 충실하라고 달관한 듯한 인생관을 피력합니다.

박찬호는 사람이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인생이 제대로 가는 것이라며, 남의 말에 기가 죽거나 아파하지 않으면 육체는 힘들지만 정신은 성장하고 이를 이겨내면 그 후는 달라져 있을 것이랍니다. 그는 힘들 때 거울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데 찡그린 얼굴을 억지로라도 웃으면 기분전환이 된다고 합니다. 봉선화연정이라는 노래에 새로운 가사를 붙인 "박찬호 순정!"이라는 노래를 열창하며 살아온 야구의 사나이 박찬호는 정말 한국야구의 자존심입니다.

날이 밝자 스님은 참선수행을 하고 차인표와 박찬호는 강변으로 나와 눈싸움을 하다가 영하 10도의 기온에 강물에 입수하려고 웃통을 벗고 연습을 하네요. 다음 해 1월1일(밤 11:00) 방영되는 제2부에서는 강한 남자들이 한겨울 강물에 뛰어드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 프로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매우 참신해 앞으로 채널을 고정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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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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