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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팽달 역의 신구                                양춘희 역의 전인화 



후계자경연에 양춘희를 끌어들인 엄팽달의 의도?

<백년의 유산>의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입니다. 하나는 3대째 내려오는 국수집의 가업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정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엄팽달(신구 분)의 외손녀 민채원(유진 분)과 관련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벌이는 사랑과 아귀다툼에 대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국숫집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엄팽달의 처 김끝순(정혜선 분)이 카페마담 양춘희(전인화 분)를 맏사위 민효동(정보석 분)의 새로운 짝으로 거부한 것은 아들 같은 사위가 홀로된 지 30여 년 만에 재혼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물장사 하는 여자대신 품행이 방정한 여자를 원했던 것입니다. 김끝순이 나중에 두 아들과 며느리들이 모두 양춘희를 받아들이자고 주장했을 때 끝까지 반대한다며 어깃장을 놓은 것은 사위와 지난 30여 년 간 쌓은 정을 떼기 위해 일부러 그랬음이 밝혀졌습니다. 일단 양춘희에게 마음을 열자 김끝순은 양춘희를 죽은 딸의 화신(化身)으로 생각했고, 양춘희도 어렸을 때부터 고아로 자라 부모에 대한 사랑이 결핍된 상태에서 끝순을 친모로 생각하고 어머니-딸로 부를 정도로 가까워 졌습니다.

엄씨 집안의 두 며느리인 도도희(박준금 분)와 공강숙(김희정 분)이 처음에 양춘희와 티격태격 싸우다가 그녀를 민효동의 아내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민효동의 폭탄선언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폭탄선언이라는 것은 만약 며느리들이 양춘희를 거부한다면 자신도 국숫집 후계자 선정경연에 참가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혼비백산한 며느리들과 두 처남 엄기문(김명수 분)과 엄기춘(권오중 분)은 즉시 꼬리를 내리고 민효동-양춘희 부부의 결합을 적극 지원한 것입니다.

그동안 엄팽달은 자식들에게 몇 차례의 경연을 실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남 엄기문-도도희 부부는 차남 엄기춘-공강숙 부부의 국수를 훔쳐 사기를 치기도 했고, 막내딸 엄기옥(선우선 분)은 밤무대 가수출신인 전설의 성악가 강진(박영규 분)을 파트너로 끌어들여 국수판매경연에서 1등을 하여 100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양춘희가 국수후계자 경연에 참가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탓입니다. 두 형제와 며느리들이 반말한 것은 당연하지요. 그러면 왜 양춘희는 느닷없이 경연참가를 선언했을까요? 이는 엄팽달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처음부터 양춘희에게 호의적이었던 엄팽달은 양춘희를 만나 따로 살림집을 얻어 나가지 아니하고 함께 입주해 줘서 고맙다고 치하한 뒤 민효동과 함께 경연에 참가할 것을 부탁한 때문입니다. 양춘희는 100억원 대 유산을 챙기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거절했지만, 엄팽달은 "난 후계자를 뽑기 위한 경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축제를 하고 있으니 함께 참가해서 신명나게 한판 놀아보자!"고 말한 것입니다. 처음에 손사래를 쳤던 양춘희도 엄팽달의 의도를 간파한 후 기꺼이 경연참가를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형제들은 모두 불같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엄팽달은 큰자식이 유산상속에 배제되는 게 모양새가 이상하여 내가 요청했다고 말합니다. 형제들은 어머니 김끝순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영감이 하는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중립을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도도희-공강숙은 양춘희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협박하지만 그간 산전수전뿐만 아니라 공중전까지 겪은 양춘희가 호락호락 물러설 리 없겠지요.

두 며느리는 머리띠까지 두르고 민효동-양춘희의 경연참가거부 농성투쟁을 벌입니다. 강성노조의 반대투쟁을 그대로 모방한 것은 그냥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려는 연출이겠지요. 이 때 귀가한 강진도 머리띠를 두르고 반대투쟁에 합세했는데, 엄팽달은 또 단 한마디로 농성자들을 쿄(kyo)시키고 맙니다. 엄팽달은 "그토록 민 서방의 참여를 거부한다면 100억원 대의 밀밭은 사회에 환원하고 경영승계는 국숫집만 하겠다"고 메가톤급 선언을 한 때문입니다. 형제들로서는 경연 경쟁률이 3:1에서 4:1로 늘어나는 것보다는 100억원 대 유산이 날아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춘희는 국수를 뽑는 법을 열심히 배우는 중입니다. 국수가 무엇이냐는 엄팽달의 질문에 "국수는 까치"라고 답하여 주변을 놀라게 했는데, 양춘희는 반가운 손님이 올 때 까치가 미리 짖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잔칫집국수도 까치와 마찬가지로 기쁨을 전해준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민효동으로서는 아내 양춘희의 이런 행동이 매우 못마땅합니다. 왜냐하면 형제들에게 경연이 참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뒤집은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양춘희는 남편에게 엄팽달의 말을 전하지 않습니다. 엄팽달이 아직 시청자들이 모르는 다른 말을 양춘희에게 했는지의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양춘희는 엄팽달의 어깨를 주무르며 앞으로 매일 30분 씩 안마해 주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목격한 도도희-공강숙은 양춘희를 꼬리가 1000개 달린 구미호라면서 남자 홀리는 재주를 타고났다고 빈정거립니다. 엄기문-기출 형제도 민효동에게 경연불참 선언 후 뒤통수치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특히 엄기출은 3개월 내 아내 기선을 제압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하게 된다며 바람을 넣습니다. 그러자 만취한 민효동은 귀가하자마자 누구와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느냐고 따지는 양춘희에게 "왜 버르장머리 없이 남편의 말에 눈에 쌍지팡이를 들고  나서느냐? 삼종지도(여자가 지켜야 할 3가지 도리)도 모르느냐? 경연참여 말라고 신신당부  했는데도 어느 집 개가 짖느냐는 식이잖아! 빤히 쳐다보지 말고 빨리 꿀물이나 타 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두 형제부부는 이 장면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그런데 민효동의 지난밤 호기는 그냥 1회성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민효동이 먼저 일어나 부엌에서 양춘희대신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날은 양춘희가 아침당번이었으나 피곤해 곤히 잠든다는 이유로 민효동이 대신 준비했고 나중에 일어나 이 사실을 안 양춘희는 지난밤의 소란은 잊어버린 듯 효동의 볼에 뽀뽀를 했기 때문입니다. 두 형제 부부가 망연자실(茫然自失)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아무튼 엄팽달은 민효동이 재혼하기 이전부터 민효동-민채원 부녀(父女)에게 경연참여를 종용했습니다. 효동과 채원이 반대하자 이번에는 양춘희를 동원한 것입니다. 솔직히 엄팽달의 이번 조치는 공정한 경쟁에 어긋납니다. 이미 삼남매는 여러 차례 경연을 벌였지만 민효동-양춘희는 중간에 끼어 든 것이니까요. 사리가 매우 분명한 엄팽달이 이런 무리수를 둔 의도를 파악하려면 그가 양춘희에게 "이것은 경연이 아니라 축제!"라고 한 말을 잘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엄팽달은 어느 한 자식에게 국수공장을 물려주기보다는 모든 가족이 참여하는 경연이라는 형식을 통해 100년 째 내려오는 가업인 국수공장을 폐업하는 대신 후대로 물려주고 이를 계기로 자식들의 화합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큰아들에게 공장을 물려주고 다른 형제들이 돕도록 유도한다면 국수공장은 자손만대로 이어질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니까요. 김끝순이 엄팽달의 경연조치에 대해 100억원대 재산을 네 자식에게 4분의 1씩 나누면 될 텐데 왜 싸움을 붙이느냐고 한탄한 데서도 이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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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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