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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삼창을 하는 주례선생님



하객에게 웃음보따리 준 결혼식장의 만세삼창

결혼식은 신혼부부의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그 분위기가 조용하고 엄숙한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세대가 변해서인지 요즈음은 주례가 없는 경우도 있고 또 군의 장교가 신랑일 경우 늠름한 의장대가 사열을 실시해 신부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식장의 분위기는 당일 사회자가 좌우하게 됩니다. 짓궂은 사회자는 신랑에게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시키기도 하고 신부를 안고 몇 바퀴를 돌리기도 합니다.

글쓴이도 지금까지 친지와 지인(知人)의 결혼식에 참석만 하다가 지난번 며느리를 들였습니다. 결혼식의 사회는 아들의 친구가 맡았지요. 양가의 어머니가 나와 맨 처음 촛불점화를 하고 주례를 소개한 후 신랑입장 순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자는 신랑에게 입장하기 전 만세삼창을 시켰습니다. 참으로 엉뚱한 주문이었지만 신랑은 이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사실 결혼식장의 분위기로 보아 입장하는 신랑에게 만세삼창을 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어찌되었든 신랑은 힘차게 만세삼창을 하고 입장했습니다.

이후의 절차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 낭독, 주례사 그리고 축가가 끝나고, 신랑신부가 내빈과 양가부모에게 인사한 다음 신랑신부의 퇴장순서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사회자는 퇴장하기 전 신랑에게 다시 만세삼창을 시켰습니다. 입장하기 전에 만세삼창을 했으니 퇴장하기 전에 또 시키는 것으로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자는 신부에게도 만세삼창을 시킵니다. 신부는 잠시 망설이다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만세삼창을 했습니다. 설마 신부드레스를 입고 만세를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요.

                                                신랑에 이은 신부의 만세삼창(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사회자는 신부의 부모에게 만세삼창을 시킵니다.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다음에는 당연히 신랑의 부모차례이지요. 글쓴이는 아내와 함께 일어나 큰소리로 만세삼창을 했습니다. 이제는 만세삼창 릴레이가 끝난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회자는 주례에게도 만세삼창을 주문합니다. 주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주례를 선 경험이 있지만 결혼식장에서 만세삼창을 해보기는 창군(創軍)이래 처음”이라고 말하며 만세삼창을 불렀습니다. 주례가 창군이라는 말을 한 것은 그는 해군참모차장을 역임한 예비역중장이었기 때문에 군대용어가 몸에 밴 탓이지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자는 주례까지 만세삼창을 했으니 이 자리에서 꼭 만세삼창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뜬 다음 결혼식장의 진행을 도와주는 도우미 아가씨를 지목한 것입니다. 아가씨도 미소를 띠며 얼떨결에 만세삼창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사회자는 마지막으로 한 사람 더 있다고 했습니다. 남은 사람은 하객뿐인데 설마 하객들에게 만세삼창을 시키지는 않을 테니 누가 남았는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사회자는 자신이 마지막 만세삼창 주자라면서 큰 소리로 만세를 세 번 불렀습니다.

엄숙해야 할 결혼식장은 만세삼창 릴레이가 계속되는 동안 폭소의 도가니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능청스런 사회자의 만세삼창 요구는 획일적이고 무미건조한 예식장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자는 연극반에서 활동해 사회를 맡은 경험이 매우 많아 진행을 매끄럽게 잘 했는데, 신랑인 아들녀석도 친구가 만세삼창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하더군요. 글쓴이도 사전에 이런 이벤트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그냥 만세삼창을 부를게 아니라 좀더 특색 있게 했을 것입니다. 그 날 예식장에서 하지 못한 만세삼창을 다시 한번 해 보겠습니다. “아들 이xx 만세! 며느리 고xx 만세! 신랑신부 만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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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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