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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깃대봉 정상에서(동반자 카메라로 남긴 필자의 모습)
 

경기도 가평의 철쭉명산 연인산(1,068m)에서 남하하는 능선은 매봉(929m)-깃대봉(909m)-약수봉(850m)-대금산(706m)-수리봉(593m)을 지나 청우산(619m)을 거쳐 조종천에서 맥을 다합니다. 남북으로 이어 달리는 이 능선 상의 산(봉우리)에서 동쪽으로 뻗는 산줄기마다 고만고만한 산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요. 연인산에서는 송악산(705m)-노적봉(859m)-구나무산(865m)이 이어지고, 매봉에서는 칼봉산(899m)이 솟아있습니다. 대금산 아래 수리봉에서는 불기산(601m)이 동쪽으로 달립니다.

오늘은 매봉 아래 깃대봉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송이봉(810m)-수리봉(550m)을 답사할 계획입니다. 산행들머리는 가평군 가평읍 하색리 소재 대금사입구입니다. 입구의 이정표에 적힌 대금사 2km는 잘못 표기된 듯 하군요. 채 500여 미터도 가기 전에 대금사가 이방인을 반겨주었으니까요. 대금사는 전각이라고는 달랑 두 개뿐인 초미니 사찰인데, 역시 기와를 올린 한옥은 겨울철 눈(雪)을 머금고 있는 설경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전각 사이를 지나 좌측으로 오릅니다. 눈이 소복이 쌓여 있어 금년 겨울 들어 멋진 눈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는데 이는 큰 착각이었습니다. 등산로에 엄청나게 쌓인 눈은 빙판을 만들어 아이젠을 착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위험해 때로는 걷기가 무척 힘들었으며, 일기예보와는 달리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천후로 산행을 후회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눈길을 오르다가 그만 수리봉(550m)을 지척에 두고도 밟아보지 못하고 우회해 우측으로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등산에 대해서는 날고 긴다는 산악회 베테랑 선두대장도 눈에 파묻힌 등산로를 러셀(눈 속에 길을 내는 일)하며 지나가니 도리가 없군요. 이후부터 정말 지루한 눈길이 계속됩니다. 서쪽의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에서는 숲으로 인해 전혀 조망도 안되고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손은 빠지도록 시려옵니다.

등산로에는 이정표도 전혀 보이지 않아 어디쯤 왔는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드디어 송이봉이 100m 남았다는 이정표를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다른 방향은 눈이 얼어붙어 읽을 수가 없군요. 여기서 100m를 가니 송이봉(810m)인데 조망도 전혀 없고, 누군가 방향표시 이정표에 송이봉이라고 적어 놓은 게 전부입니다. 송이봉에서 서쪽의 깃대봉까지는 거리가 1.4km입니다.


 


 


 


 


 

능선길은 이외로 평탄하다가도 때로는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안전시설이 전혀 없어 오금이 저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네요. 차츰 눈도 그치고 고도를 높임에 따라 환상적인 눈꽃(설화)이 피로에 지친 심신을 달래줍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니 바테리를 교환하라는 메시지가 들어오며 셔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바테리를 충전시켜 찍은 사진이 겨우 12매인데 모두 방전된 것은 기온이 너무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예비 바테리로 교체했습니다. 그런데도 바테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건 정말 낭패입니다. 물론 추운 겨울에는 바테리가 방전되어 기능이 저하됩니다. 그렇지만 글쓴이 카메라는 캐논 400D이며 몇 년 전 태백산에서도 겨울설경을 잘 찍었던 카메라입니다. 문제는 약 3년 전 캐논 5D마크II를 구입한 이후 400D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방치해 두었다는 사실입니다. 바테리는 장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저하되어 수명이 다함을 미쳐 몰랐던 것입니다. 오늘 깃대봉 오름길과 깃대봉을 지나 남하하는 길목을 지나며 태백산 또는 덕유산에 올라야 볼 수 있는 환상적인 눈꽃(雪花)과 눈 얼음조각(雪氷)을 보았지만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게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깃대봉(909m)에도 이정표 밑에 등산매니아가 A4용지로 써 둔 이름이 전부여서 실망했습니다. 여기서 남쪽 약수봉 방향으로 갑니다. 능선에서 우측으로 빠지는 길은 오늘 산행 중 가장 난구간입니다. 급경사 위쪽에는 가느다란 로프가 매달려 있어 그나마 도움이 되었지만 그 아래 구간은 정말 어렸을 적 어머니 젖을 먹던 힘까지 내어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주위에 나무라고 있으면 한결 도움이 되지만 의지할 곳은 등산스틱 뿐입니다. 그래도 경사가 워낙 급하다 보니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그냥 황천길입니다. 마음 속으로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겨우 급경사구간을 빠져 나옵니다.

능선을 따라 가다가 드디어 좌측의 두밀리 삼일계곡으로 내려섭니다. 선두그룹이 용케도 길을 잘 개척해 놓았군요. 상당히 미끄러운 구간이 자주 나타났지만 아까 통과한 위험구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실 눈 속을 걸으면 보통의 경우보다 다리 힘이 많이 빠집니다. 이미 눈 속에서 5시간 이상을 헤매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김할머니 집이라는 외딴 농가와 송이봉 등산 안내판을 지나도 등산버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삼일버스정류장에 오니 산악회 관계자가 기다리고 있군요. 등산버스는 여기서 2km를 더 나가야 있다고 합니다. 산악회 소속의 승용차가 등산객을 두밀리 마을회관까지 실어 나릅니다.

오늘 산행에 6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당초 산악회에서는 깃대봉에서 남쪽 약수봉까지 답사하기로 하였지만 폭설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일부 등산객은 송이봉에서 하산했는데 눈 속을 뚫고 내려오느라 엄청 고생했다고 하네요. 글쓴이는 산악회에서 오늘 산행예고를 했을 때 매우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통상 수도권 인근 지명도가 낮은 산은 산악회에서 등산을 잘 가지 않거든요. 그런데 오늘 직접 경험하고 보니 이산은 겨울산행지로는 매우 부적절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겨울 산에 올랐다가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 목숨이 위태로울 산행은 하지 말아야 하거든요. 앞으로 겨울산행은 등산로가 잘 나있고 안전시설이 구비된 산만 골라 다녀야 하겠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3년 12월 14일 (토)
▲ 등산 코스 : 대금사입구-대금사-수리봉(우회)-송이봉-깃대봉-남쪽능선 삼거리이정표-김할머니집-송이봉 안내지도
                    -삼일버스정류소-(자동차로 이동)-두밀리 마을회관

▲ 소요 시간 : 6시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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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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