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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황제 타환 역의 지창욱                                 기승냥 역의 하지원



<기황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불사신이 많은 듯 합니다. 벼랑 끝에서 염병수(정웅인 분)의 화살을 맞고 절벽으로 추락한 기승냥(하지원 분)이 가슴에 품었던 노 상궁(이응경 분)의 청동거울로 인해 목숨을 건진 사건은 불사조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때 승냥이 안고 있던 아이가 숲 속에 버려졌고 황각사 승려가 발견해 타나실리(백진희 분)가 낳은 아이로 둔갑한 것은 신(神)이 아니면 불가능한 조화입니다. 독약을 마신 연철(전국환 분)이 되살아 난 것도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역사왜곡 여부를 떠나 이런 불사조가 있기에 드라마는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기승냥이 백안(김영호 분) 장군의 도움으로 노예신세에서 일약 원 황제 타환(지창욱 분)의 후궁으로 책봉되었지만 진짜 고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듯 싶습니다. 후궁들 특기 승냥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황후 타나실리가 간교한 술책을 부려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타나실리는 후궁들의 얼굴을 못쓰게 만들어 황제가 멀리하도록 하기 위해 세안수에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박새풀을 넣은 물을 창포물이라 속이기도 했고, 모래와 이물질을 섞은 밥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승냥은 이 위기를 슬기롭게 모두 잘 극복하였습니다. 급기야 타나실리는 어머니 기일을 맞아 후궁들에게 귀금속 치장을 하지말고 조회에 참석하라고 지시하였지만 황후의 사주를 받은 궁녀들이 이를 승냥에게 알려주지 않고 오히려 더욱 요란하게 치장을 해 황후의 분노를 샀고 결국 가혹한 채찍을 맞았습니다. 승냥은 궁녀들을 닦달해 상궁인 연화(윤아정 분)에게 책임을 물어 곤장 20대에 처함으로써 보복을 했습니다.

그런데 타나실리의 후궁 괴롭히기는 멈출 줄을 모릅니다. 타나실리는 후궁들에게 회임을 막을 피임용 탕약을 내렸습니다. 다른 궁녀들은 황후의 명을 거절하지 못하고 즉시 마셨지만 승냥은 탕약그릇을 빤히 바라보기만 합니다. 황후는 강제로라도 마시게 하겠다고 소리지르는데 황태후(김서형 분)가 나타나 승냥에게 마시지 말라며 위기에서 구해주는군요. 천군만마를 얻은 승냥은 탕약을 들어 바닥에 쏟고 말았습니다. 놀라 자빠진 황후에게 승냥은 "이를 마시는 것은 폐하의 승은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황태후는 비록 이빨 빠진 호랑이이지만 그래도 황궁 내에서 타나실리를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은 황태후와 황제뿐입니다. 황태후는 황후의 아기를 안고 귀여워하다가 시랑 장순용(김명규 분)에게 "아기 얼굴에 황상과 항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황각사(황후가 아이를 분만한 곳)가 불에 탄 것도 이상하다"며 의문을 제기합니다. 황태후의 촉(觸)은 정말 예리하군요.

 

후궁들이 밖으로 나오자 타환은 황후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승냥의 손을 끌고 후원으로 갔는데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승냥은 매일 밤 자기를 불러달라고 합니다. 승냥은 탈탈(진이한 분)이 구해준 서책을 가지고 타환에게로 가서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타환이 어려서부터 외지를 떠돌며 유배생활을 하는 등 황세자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것은 좀 황당한 설정입니다. 또한 글을 가르치는 선생이 하필이면 고려의 공녀출신인 승냥이라는 것도 헛웃음 나오게 하는 장면이지요. 아무튼 승냥은 매일 밤 황제의 부름을 받고 글을 가르치면서 겉으로는 주색에 빠진 것으로 위장했습니다. 그 결과 황후는 "황제가 기씨년을 불러 즐긴다"며 질투를 했고, 연철(전국환 분)은 황제가 주색에 빠졌다고 환호하면서 백안 장군에게 후궁을 잘 뽑았다고 칭찬까지 합니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생겼습니다. 후궁들에게 피임탕약을 마시게 했음을 알게 된 후궁배출 성주들이 연철을 찾아가 이는 행성주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항의한 것입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연철은 오히려 "그렇다면 후궁들 또는 성주들을 내치겠다"는 말로 겁박한 뒤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나라 위해 충성하라"고 대인배 같은 말을 해 성주들을 꼼짝 못하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성주들의 항의에 속으로는 뜨끔했는지 연철은 황제를 독대해 "지난 30년 간 9명의 황제를 모셨는데, 의문사와 병사한 황제도 있다. 앞으로 황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하겠다. 당장 선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연철은 "황위를 황자에게 선위하면 황후가 수렴청정을 할 것이며, 만일 이를 거부하면 황궁 내 피 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폐하의 임무는 끝났으니 더 이상 내 자비를 바라지 말라!"고 협박했습니다.

 

침전으로 돌아온 황제는 정신 줄을 놓은 듯 승냥에게 공부를 쉬고 싶다고 말합니다. 승냥은 소중한 것을 다 버리고 왔다며 공부를 계속하라고 주장합니다. 황제는 "내 아버지에 대한 복수, 황제의 신분, 다 널 위해 버리려 한단 말이다. 네가 죽는 게 내가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우니까. 그러니까 다 내려놓고 아무런 욕심 없이 너와 함께 살고 싶다. 그냥 매일 같이 밥 먹고 같이 자고 같이 거닐며 너와 둘이 그렇게 살면 안 되겠냐"고 했지만 승냥은 나약한 황제를 보며 "내 원한을 풀어줄 유일한 분이라 믿었다. 내가 잠시 헛된 꿈을 꾸었다. 다시는 찾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황제는 "내가 너 복수의 도구일 뿐이냐?"고 반문하지만 "이제 황제는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독설을 퍼부으며 나가려 합니다. 황제는 "이대로 가면 다시는 찾지 않겠다"고 했지만 승냥은 그냥 나가버립니다.

승냥이 유약한 타환을 강하고 유식한 황제로 만들려고 밀고 당기는 것을 전혀 모르는 타나실리는 황제가 15일간이나 매일 밤 승냥을 부른 것을 알고는 기씨년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서 상궁(서이숙 분)에게 준비한 것을 시행하라고 지시합니다. 다음날 아침 조례를 앞당기고도 알려주지 않았으니 승냥이 당연히 제일 늦었지요. 타나실리는 내명부 훈육을 위해 이른 아침 조례를 소집했는데 늦은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가르치지도 않은 내훈강령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승냥이 술술 대답하자 황후는 "알면서도 늦었으니 죄질이 나쁘다"며 소복을 입혀 서고에 감금하고 내훈강령(100조)을 100권의 서책에 필사할 것을 지시하면서 이게 완성될 때까지 음식과 물 반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합니다.

3일 동안 이런 조치가 계속되자 내시백 골타(조재윤 분)는 타환에게 소식을 전했고, 놀란 타환은 즉시 서고로 달려가 혼절한 승냥을 부둥켜안았습니다. 황제와 그의 도움으로 살아난 승냥이 어떻게 연철과 타나실리 부녀(父女)의 압박을 견디는지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타환이 선 황제(명종)가 남긴 혈서를 읽고 연철 일파를 몰아내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50부작인 <기황후>가 이제 겨우 반환점인 27회 방영이 끝났으니 기황후의 시대가 도래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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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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