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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환 황제 역의 지창욱                   기황후 역의 하지원                       고려왕 왕유 역의 주진모

[1] 황제의 기지로 반역의 무리 일망타진 

역사왜곡과 관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황후>가 제51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마지막 회를 남겨 두고 초미의 관심사는 매박수령 골타(조재윤 분)과 손잡고 반역을 도모해 새로운 황제를 옹립하려는 황태후(김서형 분)의 무리들을 어떻게 응징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런 막중한 일을 한방에 해결한 이는 이제는 정실황후가 된 기황후(하지원 분)도, 대승상 탈탈(진이한 분)도 아닌 매사에 우유부단하던 타환 황제(지창욱 분)였습니다.

황후는 수하들을 이끌고 매박의 거점으로 가짜 가면을 쓰고 나타나 진짜 매박수령과 조우했습니다. 매박수령 골타는 탈을 벗은 황후를 보고 놀란 나머지 도주했고 황후의 수하들은 매박의 수하들 몇 명을 포박해 탈탈에게 넘겼습니다. 탈탈은 이들을 고신(拷訊)한 결과 수령은 황궁을 자주 출입한다는 정보까지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매박수령이 누구인지 다른 사람은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황제는 골타가 주는 탕약을 먹을 때마다 기억이 없어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황제는 탕약을 마시고 정신이 몽롱해 지며 약사발을 깨고 말았습니다. 황제는 깨진 사기조각을 손에 쥔 채 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겉으로는 정신을 잃은 척 했습니다. 황제가 기절한 것으로 오해한 골타는 황제의 귀에 대고 "새로운 황제 옹립 전까지 죽지 않아야 한다. 임무가 끝나면 이 골타가 편히 보내 드리겠다"고 속내를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동시에 골타의 심복 나무(김무영 분)가 골타에게 "오늘밤 황태후가 새 황제 옹립에 찬동하는 인사들을 소집한다"고 보고합니다. 이 말을 들은 황제는 비로소 골타가 매박수령임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황제는 태감 독만(이원종 분)으로부터 자신이 마신 것은 해독약이 없는 독임을 알았고, 일부터 골타 앞에서 황후와 사이가 좋지 않음을 내보입니다. 기황후 측근이 독약을 탔다며 황후에게 황제독살혐의를 씌우려는 골타는 황제에게 황태후로 하여금 섭정을 맡도록 하라고 건의했는데, 황제는 대소신료들을 소집해 대승상 탈탈을 비롯해 기황후를 지지하는 신료들의 관직을 모두 박탈하고 황권을 황태후에게 맡긴다고 선언하고는 쓰러집니다. 이는 누구도 예측 못한 일입니다. 집무실로 간 황제는 황태후에게 황위에 대한 선위조서를 내릴 것이니 혹시 누구에게 선위하면 좋을지 묻습니다. 황태후는 태공왕을 추천했는데, 황제는 곧 조서를 발표할 것이니 신료들을 모으라고 지시합니다. 드디어 황제는 선위조서를 읽기 시작합니다. "역적들은 들어라! 그대들에게 황제와 황후를 죽이고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모반을 꾀한 죄를 엄히 묻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황위를 태공왕에게 선위할 것으로 믿었던 황태후와 골타 등 인사들이 깜짝 놀란 가운데 탈탈의 군사들이 난입하여 동조자들을 죽입니다. 황제는 은밀히 탈탈에게 군사동원을 지시한 것입니다. 잘 훈련된 군사들이 비무장한 이들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지요. 탈탈은 제일 먼저 태공왕을 살해합니다. 시랑 장순용(김명국 분)도 죽임을 당합니다. 황제는 "내 주인은 돈뿐!"이라는 골타를 단검으로 찔러 죽입니다.

이제 반란은 진압되었습니다. 기황후는 황태후에게 감업사로 가서 조용히 지내라고 했지만 황태후는 "황궁의 귀신이 되어도 절대로 안 떠난다!"고 버티다 피를 토하고 쓰러집니다. 황태후는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자결한 것입니다. 그간 당기세(김정현 분)에게 빌붙어 있던 염병수(정웅인 분)와 조참(김형범)은 고려촌으로 피신하려다 막생(송경철 분)과 방신우(이문식 분)에게 붙잡힌 후 백성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맞아죽었습니다. 몇 년 후 탈탈은 홍건적의 난을 진압하다가 전사했으며, 기황후는 오빠들을 죽인 고려왕을 응징한다며 고려에 군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환 황제는 황후와 함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골타가 먹인 독약의 후유증으로 결국 기황후의 품에서 운명하고 말았습니다. 기황후 주변의 모두가 죽은 가운데 황자 아유가 타환의 뒤를 이어 즉위했는지 또 기황후는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드라마는 끝났습니다. 황제가 황후와 아유 황태자를 위해 반대세력을 모두 제거한 것은 좋았는데, 결국 먼저 죽고 말았으니 황후로서는 살았다고 해도 산목숨이 아니겠지요.   

 

 
[2] 기황후 종영, 사극에 대한 엇갈린 평가

아무튼 기황후는 끝났습니다. 기황후 역의 배우 하지원은 이로 인해 2013년 연기대상을 받았으니 감회가 남다르겠지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당시 무능했던 고려왕을 너무 영웅적으로 묘사했다는 지적도 있었고, 또 아무리 원이 대국이라고 해도 원의 황제가 고려왕의 목숨을 파리목숨처럼 때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지 이는 고려국을 너무 비하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또 황후가 된 후 반(反) 고려정책을 추진한 기황후의 행적과 업적을 너무 미화했다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사적인 진실을 논외로 한다면 <기황후>는 매우 흥미진진한 사극이었습니다. 전개도 빠르고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매우 좋았기 때문입니다. 기황후를 시청하면서 느꼈던 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배우 지창욱과 백진희의 재발견

원나라 타환 황제 역이 배우 지창욱은 권좌에서 밀려나 고려에 유배된 이후 천신만고 끝에 원나라 황제에 취임하였으나 연철 대승상의 꼭두각시 노름만 해야 하는 나약한 황제였습니다. 연철의 딸 타나실리를 황후로 맞이하였지만 사랑 없는 국혼은 무미건조하기만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기승냥을 만나 사랑을 꽃피워 나갔고 연적인 고려왕 왕유와 사사건건 부딪혔습니다. 기승냥과 황태후 및 백안(김영호 분)의 도움으로 연철을 제거하고 백안이 대승상이 된 후에도 조정은 편안할 날이 없었는데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창욱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마하 황자가 기승냥-왕유의 자식임을 알고는 서상궁(서이숙 분)과 왕유(주진모 분)를 살해할 때의 그 잔혹하고 처절한 표정은 압권이었습니다.

한편, 타나실리 역의 배우 백진희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가난한 대학생 역으로 출연하였고, <전우치>에서는 이혜령 역으로 출연했는데, <기황후>에서 기승냥을 괴롭히며 악행을 저지르는 황후 타나실리 역을 맡아 그야말로 백진희 같은 얼굴의 배우도 악역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했습니다. 아마도 기황후 최대의 수혜자는 배우 지창욱과 백진희라고 생각됩니다.       

 

 
▲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의 열연

기황후 출연진은 주연에서 조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발 연기를 한다는 비난을 들은 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연철 대승상 역의 전국환은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이 드러나며, 백안 역의 김영호, 심양왕 왕고 역의 이재용, 고려왕 왕유 역의 주진모, 탈탈 역의 진이한, 내시백 골타 역의 조재윤, 황태후 역의 김서형, 태감 역의 이원종, 시랑 장순용 역의 김명국, 당기세 역의 김정현, 겁설대장 염병수 역의 정웅인, 연비수 역의 유인영 등 모두의 연기는 흠 잡을 때 없었습니다. 왕유의 측근들인 이문식(방신우 역), 권오중(최무송 역), 윤용현(점박이 역), 송경철(고려촌장 막생 역)도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입니다. 

          


▲ 마하 왕자의 등장과 그를 둘러싼 음모

사실 마하 황자는 극의 재미를 위해 투입된 가공의 인물이라고 했지만 그 파괴력은 엄청 났습니다. 마하 때문에 타나실리가 머물고 있던 사찰은 불태워졌고, 승녀들은 죽임을 당했습니다. 후일 두 번째 타환의 정실황후가 된 바연 후투그(임주은 분)도 마하를 죽이려다가 발각되어 오히려 자신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마하의 출생비밀을 황제에게 밝혔던 서상궁도, 마하의 친부였던 왕유도 타환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한 때 기승냥은 황제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유 황자와 왕유와의 사이에서 낳은 마하 황자 모두를 살리기 위해 고민했지만 결국 마하가 죽는 것으로 결론이 나고 말았지요.

    


 
▲ 비현실적인 장면의 빈번한 전개

주인공 기승냥은 정말 죽을 고비를 많이 넘겼습니다. 주인공이니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어떤 장면은 그야말로 불사조 같았습니다. 특히 승냥이 아들 마하를 안고 염병수의 화살을 맞은 채 천길 절벽으로 떨어졌는데도 용케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물론 화살은 가슴에 품고 있던 노상궁이 준 거울에 맞아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천길절벽에서 살아 남은 것은 불사신입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승냥이 안고 있단 아들이 승려들에게 산 속에서 발견되었고, 불임이지만 거짓 임신이라고 속인 타나실리에 의해 타환-타나실리의 아들로 둔갑한 것은 너무나도 작위적(作爲的)인 장면이었습니다. 당기세에게 쫓기던 왕유가 크게 부상을 당했지만 연비수가 살려 낸 것도 화타 같은 명의가 환생하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독약을 마셨던 연철이 되살아나 오랫동안 군림한 것도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 두 얼굴의 고려왕, 영웅과 졸부를 오간 행보

고려 말 무능했던 왕의 한사람인 왕유는 <기황후>에서 전략과 지략은 물론 무예에도 능한 이른바 영웅 같은 캐릭터였습니다. 이 정도의 국가관과 사명감에 빛나는 인물이 고려왕을 했더라면 고려 말의 정국은 혼란스럽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왕유는 연인 기승냥을 돕기 위해 연철일당을 몰아내는데 공을 세웠고, 매박상단을 요리해 재산을 빼앗아 원나라에게 제공해 백성들의 구휼미로 사용하게 했으며, 당기세와 매박일당을 제압해 타환황제와 기황후를 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기황후를 위해 기꺼이 죽음을 택했습니다. 반면, 그는 고려왕으로 1차 복위된 후 친원파를 축출하고 반원정책을 펴다 원나라 황제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가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여 고려국의 체면을 구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 시청자들을 농락한 매박상단 수령의 정체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매박상단수령의 정체입니다. 매박상단은 원나라 화폐인 가짜 교초를 만들어 유통시켜 원과 고려의 상권을 장악하고 무연고자들을 노예로 팔아 막대한 이득을 취하면서 뒤로는 연철 대승상의 자금줄이 되었던 악의 조직입니다. 그런데 이의 우두머리가 타환황제가 총애하는 내시백 골타였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습니다. 제작진은 처음 골타를 매박수령으로 의심하게끔 노출시키고는 매박수령 맞추기 이벤트까지 실시했습니다. 그러고 제작진은 매박상단의 수령으로 황태후, 바얀(황후), 왕고(심양왕), 독만(액정궁 태감), 장순용(시랑), 골타(내시백)와 제3의 인물 등 7명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결국 골타가 매박의 수령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농간에 완벽하게 놀아난 것입니다. 겉으로는 황제의 안위를 지키는 내시백이면서 막판에 황태후로부터 광산과 소금에 대한 전매권을 얻기 위해 독약을 먹여 황제를 죽이려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악독함에 치가 떨립니다. 황제로부터 칼을 맞고도 "내 주인은 돈뿐!"이라는 골타의 궤변이 참으로 공허하게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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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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