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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음악당 인근의 화려한 단풍

 

 공주봉 아래 전망쉼터에서 바라본 백운대능선(좌) 및 의상대능선(우)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재 소요산(逍遙山, 587m)은 서화담(서경덕)과 양봉래 및 매월당(김시습)이 자주 소요하였다 하여 소요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산은 규모는 작지만 산림청 선정 한국 100명산에 오른 당찬 산으로서, 하백운대(440m), 중백운대(510m), 상백운대(561m), 나한대(571m), 의상대(587m), 공주봉(526m)의 여섯 봉우리가 말발굽 모양의 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정상은 의상대(587m)입니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의 녹음과 폭포, 가을의 단풍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경기의 소금강이라 일컬어집니다. 동두천시에서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쾌적한 산행을 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시설은 잘 구비되어 있는 반면 급경사에 계단이 많고 오르내림이 심하며 바위길이 많아 결코 소요하면서 산행을 즐길 수는 없는 산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올랐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는 산이기도 합니다.

 

산행들머리는 수도권 전철 1호선 소요산역입니다. 열차는 서울에서 약 30분 간격으로 운행됩니다. 소요산역 1번출구 맞은 편 도로에서 우측으로 약 100여 미터 거리에 소요산 입구라는 이정표가 있어 이를 보고 좌측으로 들어갑니다. 소요산 자재암을 알리는 대형표석 좌측 도로변에 걷기 좋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지나는 길에 아름다운 단풍이 보여 오늘 소요산을 잘 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간 두 차례나 답사한 소요산을 다시 찾은 것은 금년 가을이 가기 전에 제대로 된 단풍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화려한 단풍 철은 이미 지난 듯 소요산은 간간이 사진을 찍을 만한 단풍만 보여줄 뿐 전체적으로는 낙엽만 쌓여 있었습니다.

 소요산 등산지도

 

 소요산 자재암 표석

 

 

 

 


 

소요산 관광지원센터 옆에는 대형 아취가 보입니다. 그 옆에는 알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있네요. 신라 제29대 태종 무열왕의 딸인 요석공주와 원효대사의 이야기를 간직한 요석공원 옆 쉼터의자의 모습이 요석공주 같습니다. 인접한 다리의 이름도 요석교로 지었군요. 매표소를 지나가는 길목에도 그럴듯한 단풍이 반겨줍니다. 소요산 자재암 일주문을 지나면 속리교 좌측에 원효폭포와 원효굴이 있는데, 폭포는 건기라 물줄기가 전혀 보이지 아니합니다.

 

 

 요석공원 의자

 

 

 

 

 

 자재암 일주문

 

 

  
속리교를 건너 좌측의 자재암으로 오릅니다. 백팔계단을 오르면 해탈문인데 문루에 종을 달아놓아 누구든지 울릴 수 있습니다. 해탈문 옆 원효대는 원효대사가 수행 중 자살하려고 뛰어 내리려던 순간 도(道)를 깨우쳤다는 장소입니다. 원효대에 서면 맞은 편 관음봉이 코앞인데 원효대사가 수행하던 중 관음보살을 친견하였다는 설화가 있어 관음봉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갈림길 이정표

 

 해탈문

 

 원효대에서 바라본 관음봉 

 


원효대를 내려서 자재암으로 가는 길목에는 나옹선사(1320-1376)의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고려말기의 고승인 나옹선사는 워낙 유명하여 누구든 그가 지은 시 한 구절은 들어보았을 테지만 다시금 그의 시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조망 좋은 산에 올라 나옹선사의 "청산은 나를 보고"라는 시를 읊조리면 세속인도 바로 신선이 됩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자재암(自在庵)은 신라 선덕여왕 14년(645)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현재의 당우는 6.25전쟁 때 폐허로 변해 그 후 1960∼70년대에 복원한 것입니다. 

 자재암

 

 

 


자재암 안쪽 나한전 좌측에 하백운대로 오르는 계단이 있습니다. 고도를 높이는 길목은 계단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서였는지 계단의 높이가 일정치 않고 또 높이가 커서 보통사람이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행자 위주보다는 편의성 위주로 계단을 설치한 듯 보여집니다. 몇 차례의 긴 계단을 통과해 쉼터에 서니 벼랑 끝에 4명의 여성이 앉아 간식을 먹고 있습니다. 글쓴이가 조망사진을 찍으려고 옆으로 갔더니 오라고 말합니다. 산에서는 이렇듯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음식을 건넬 정도로 사람들은 순수해 집니다. 이 경우 보통 "많이 드시라"는 인사말로 대신합니다. 그런데 한 여성이 "이리 와서 과일이라도 좀 잡숫고 가이소!"라고 말합니다. 아니 웬 경상도말? 고향이 어디인지 물었더니 울산이라고 합니다. 울산은 형님 내외가 약 40년 간을 살아온 지역입니다. 글쓴이 고향도 역시 경남지역이지요.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는 포도 몇 알을 얻어먹습니다. 여성이 주는 포도라서 그런지 매우 달고 맛이 있습니다.

 하백운대로 오르는 계단

 

                                                                           가파른 계단

 

 경상도 여성들 

 

 

 

연이어 계속되는 가파른 오름길에는 안전철책과 튼튼한 철제계단이 산행을 도와줍니다. 드디어 다다른 하백운대 정상(440m)! 한 남자 등산객이 주위에 흩어진 쓰레기를 주우며 육두문자를 계속 읊습니다. "x새끼들, 씨x놈들, 산에 올 자격도 없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 이런 쓰레기를 버려? 이런 한심한 놈들, 내가 산에 와서 쓰레기를 치우다니, 도저히 그냥 못 가겠네! 망할 놈들! 가다가 콱 꼬꾸라져라!"고 계속 씨부렁거립니다. 하백운대 정상의 넓은 곳에 버려진 쓰레기는 막걸리병과 찢어진 종이 등입니다. 쓰레기상태로 보면 오늘 오른 사람들이 버린 듯 합니다. 쓰레기의 양으로 보아 여러 사람이 버린 것 같습니다. 한 무리의 등산객 중에서 한 사람도 이를 치워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없었다는 게 정말 슬픈 현실입니다.

 

 

 

 

쓰레기 줍는 남자와 함께 오른 사람들도 동료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일행은 남자에게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그냥 두고 오라면서 먼저 떠납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남자를 도와 함께 쓰레기를 치워주거나 적어도 기다렸다가 남자와 함께 떠나야하는 게 도리입니다. 남자는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손에 들고는 계속 투덜대면서 현장을 떠납니다. 만일 남자가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더라면 그 이후 오른 사람들은 모두가 쓰레기를 버린 사람을 욕하며 얼굴을 찌푸렸을 것입니다. 남자 덕분에 이후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을 테지요. 비록 남자가 쌍욕을 하면서 쓰레기를 치웠지만 그는 정말 자연과 환경보호에 앞장선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있어 그래도 우리 사회는 살만합니다.  

 왼손에 주운 쓰레기 봉투를 들고 가는 멋진(?) 남자 
 

 

 

 

중백운대(510m)에 오르니 가야할 의상대와 공주봉 능선이 계곡 저편으로 펼쳐집니다.  우측이 바위절벽인 중백운대 능선길에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많습니다. 북쪽의 덕일봉(536m)과 번대산(445m) 및 선녀탕 갈림길을 지나 상백운대(561m)에 오릅니다. 여기서는 전혀 조망을 할 수 없군요. 상백운대 안내문은 그 이웃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야할 의상대 능선

 

 

 

 중백운대 노송

 

 덕일봉 갈림길

 

 상백운대

 

   
상백운대를 지나면 소요산 등산로 중 가장 아찔한 칼바위능선입니다. 이 능선은 상백운대에서 시작하여 선녀탕갈림길까지 이어지는 약 500m의 구간을 말합니다. 등산로의 바위가 칼날처럼 삐죽삐죽하기는 하지만 조심해서 걸으면 그리 위험한 곳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등산로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이 경이롭습니다.

 

 

 칼바위 노송 

 

 

 

 

다시 고도를 낮추면 선녀탕 갈림길인 안부입니다. 이곳에 있는 단풍나무가 제법 가을의 풍치를 전해줍니다. 여기서 나한대까지는 다시 급경사 오르막입니다. 안전 로프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안전한 산행의 길잡이가 됩니다. 나한대(571m)는 정상인 의상대에 이어 소요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나한은 불교를 수행하여 해탈의 경지에 이른 수행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선녀탕 갈림길 단풍

 

 

 


 

나한대를 내려서 의상대로 가는 능선에는 좌측으로 조망이 터지지만 희뿌연 가스로 인해 시계가 흐릿한 게 문제입니다. 암봉인 의상대(587m)에는 소요산 봉우리 중 유일하게 정상표석이 있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 하지만 표석 뒤쪽에 5명의 등산객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시설을 넘어가서는 안 되는 장소입니다. 이들은 왜 하필이면 여기서 식사를 할까요? 정말 몰상식하고 뻔뻔스럽고 무식한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이 혼잣말로 불평하자 이들은 자리를 옮기는 대신 등산복 상의로 가림막을 치는군요. 사람들은 정상표석을 넣어 사진을 찍는 것을 포기하고 이웃한 의상대 안내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글쓴이도 표석만 카메라에 담았지만 등산복과 사람들의 모습이 찍혀 볼품 사나운 사진이 되고 말았습니다.

 의상대 이정표

 

 

 

 의상대 표석

 

 

 의상대 정상의 몰염치한 사람들

 

 의상대 조망 

 

     

의상대에서 공주봉까지의 거리는 제법 긴 1.2km입니다. 계단을 내려서 샘터길 길림길인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릅니다. 오름길도 철제난간의 연속입니다. 바위사면이 미끄러워 안전시설이 없었다면 상당히 위험한 구간입니다. 넓은 헬기장으로 된 공주봉(526m)은 소요산 남쪽 첫 봉우리로서 자재암을 창건하고 수행하던 원효스님을 찾아온 요석공주가 산 아래에 머물면서 남편을 사모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공주봉 조망대에 서면 주한 미군부대(Camp Casey)의 전경이 바라보이지만 오늘은 가스로 인해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공주봉 이정표

 

 동두천 시가지 

 

 

 

 

여기서 구절터 1.0km, 소요산역 3.7km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공주봉을 200m 내려선 지점에 일주문 경유 소요산역 3.5km, 주차장 경유 소요산역 2.0km 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빨리 하산하려면 주차장을 경유해야 하겠지만 등산로의 상태를 몰라 길이 좋은 일주문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그런데 잠시 후 공주봉 8부능선에서 전망쉼터를 만나 오늘 산행 중 가장 멋진 조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지나온 백운대 능선과 의상대 능선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 전 주차장으로 가지 아니하고 일주문 방향으로 온 것은 정말 잘한 선택입니다.

 전망쉼터의 조망

 

 

 

 

다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둔탁한 철제계단을 내려섭니다. 등산로 주변에 그나마 고운 단풍이 남아 있군요. 오늘 산행 중 산에서 만난 가장 화려한 단풍입니다. 기도터와 돌탑을 뒤로하자 쉼터인 넓은 공터입니다. 바로 구절터입니다. 한글로 구절터라고만 적혀 있어 아리송했는데 알고 보니 오래된 절터입니다. 구(舊)절터로군요. 아침에 건넜던 속리교로 가는 길목에도 단풍이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제철에 오면 수도권 단풍명산이라는 소요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제는 이미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합니다. 자재암 일주문과 매표소를 지나 좌측 교량을 건넙니다. 화려한 단풍나무 아래 사람들이 가을의 정취를 음미하고 있습니다. 이곳 단풍은 소요산역에서 자재암까지의 구간 중에서 가장 화려합니다. 그냥 한쪽 길만 다녔더라면 이런 장관을 놓칠 뻔했습니다. 독립유공자 추모비와 야외음악당 인근의 단풍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걸어 소요산역으로 갑니다.

 

 

 

 

 

오늘 산행에 5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소요산을 답사했지만 이렇게 말발굽 모양의 소요산 여섯 봉우리(하백운대, 중백운대, 상백운대, 나한대, 의상대, 공주봉)을 종주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정표도 잘 되어 있고 명산이라 그런지 평일에도 등산객이 많았습니다. 사실 단풍만 즐기려면 굳이 소요산의 능선에 오르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독립유공자 추모비와 구절터 인근계곡이 글쓴이가 만난 가장 화려한 단풍군락지입니다. 반면 비록 등산로에 안전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길이 가팔라 초보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산입니다. 자신의 체력이 알맞은 구간을 선택해 유유자적한 산행을 즐기기 바랍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0월 30일 (목)
▲ 등산 코스 : 소요산역-매표소-일주문-자재암-하백운대-중백운대-덕일봉 갈림길-상백운대-칼바위능선-나한대

                   -의상대-공주봉-전망쉼터-구절터-속리교-일주문-매표소-야외음악당-소요산역
▲ 등산 거리 : 9km(GPS 측정)
▲ 소요 시간 : 5시간 30분(자재암 답사시간 포함)
▲ 동 행 자 : 없음(나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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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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