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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산을 내려오며 바라본 금오산

 

 

경주시가지 남쪽에는 남산이란 이름의 산이 있는데, 이는 내산인 금오산(468m)과 외산인 고위산(495m)을 합쳐 부르는 이름입니다. 일반적으로 금오산을 남산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남산은 산 전체가 하나의 노천박물관이라고 부를 만큼 문화재의 보고입니다. 신라시대 유물의 보고인 남산에는 1백여 곳의 절터와 60여구의 석불 및 40여기의 탑이 있는데, 지정문화재로는 보물 13개, 사적 12곳, 지방유형문화재 9개와 중요 민속자료 1개 등의 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으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입니다. 

 

글쓴이는 4년 전 금오산을 답사하였지만 고위산은 미처 밟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등산코스를 달리하여 금오산과 고위산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산행들머리는 금오산의 북서쪽인 서남산주차장입니다. 인근에 삼릉이 있어 삼릉주차장이라고도 부릅니다. 경주 삼릉 또는 경주배리삼릉으로 불리는 삼릉(사적 제219호)은 동서로 세 왕릉이 나란히 있어 "삼릉"이라고 합니다. 서쪽으로부터 각각 신라 제8대 아달라이사금,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 등 박씨 3왕의 능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등산로 입구 우측에 자리잡은 삼릉 주변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삼릉가는 길

 

 경주 삼릉 

 

 

여기서 금오산으로 오르는 길은 상선암을 경유하므로 이 이정표를 따르면 됩니다. 지나가는 길목에는 진달래가 곱게 피어 길손의 마음을 즐겁게 만듭니다. 조금 오르니 머리가 없는 석불이 보입니다. 바로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입니다. 비록 머리와 팔은 파손되었지만 어깨의 가사끈과 무릎의 매듭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복식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완전한 형태로 발견되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삼릉계곡 석조여래좌상

 

 

 

 

 

조금 더 오르니 좌측 계곡 언덕에 선각육존불이 있습니다. 이는 두 개의 바위 면에 선으로 그려진 여섯 분의 불상입니다. 남산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불상은 마애불이지만 선각으로 새긴 불상이어서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하는군요.

 선각육존불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좌측으로 40m 지점에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 있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아까 살펴본 머리가 없는 불상도 같은 이름이지만 이 불상은 완전한 형태의 불상으로 보물(제666호)로 지정된 국가문화재입니다. 이 불상은 연화좌 위에 결가부좌한 석불좌상으로 불두(佛頭)와 불신(佛身)을 따로 제작하여 결합한 것입니다. 그냥 등산로만 따라서 종종걸음으로 나가면 이런 보물을 놓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남산 답사는 유유자적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4년 전 금오산을 답사했을 때는 포석정에서 배리삼존불을 거쳐 올랐으므로 이 코스에 위치한 문화재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답사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이정표

 

 

 

 

 
 
보물을 뒤로하고 다시 오르면 중간기착점인 상선암입니다. 전각이라고는 기와집 2채 밖에 없는 소박한 암자이지만 주변풍광이 매우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선각보살입상이라는 안내문 뒤에는 땅에 드러누운 큰돌이 보이는데 이게 바로 상체와 발 부분이 사라진 보살입상입니다. 점점 고도를 높여 주능선(바둑바위?)에 오르니 북서쪽으로 형상강과 경주시가지의 모습이 아련하게 조망됩니다. 산에 오른 외국인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뜨입니다. 천년고도인 경주에 왔다가 노천박물관이라는 남산에 오른 이가 상당히 많은 듯 합니다.

 

 

 선각보살입상

 

 

 

 형상강과 경주시가지

 

 

 

 

 

 

 

이제부터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좌측으로 금오봉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지만 반드시 앞쪽의 바위봉으로 올라가 보기 바랍니다. 이곳이 지도상으로 표기된 389봉으로 금송정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금송정(琴松亭)은 신라 경덕왕 때 음악가 옥보고가 가야금을 타며 즐기던 정자입니다. 한 외국인 남성이 마치 신선처럼 바위에 드러누워 망중한을 보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남성의 귀에 옥보고가 켜던 가야금의 음률이 들리는 것일까요? 몇 명의 외국인 여성들도 아찔한 바위에 올라 남산의 절경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389봉

 

 

 

 

 

 금송정

 

 


389봉을 내려와 상사암으로 가는 안부의 우측은 출입통제구역입니다. 4년 전에는 계곡아래에 위치한 마애석가여래좌상을 볼 수 있었거든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상사바위로 갑니다. 상사바위는 높이가 13m, 길이가 25m 정도 되는 바위로 이 바위에 소원을 빌면 병이 낫고 아이를 얻는다고 합니다. 금오산으로 가면서 지나온 389봉을 바라보니 바위의 규모가 매우 크게 보입니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울타리를 넘어 간 등산객들의 모습이 볼썽사납습니다. 드디어 금오산(468m) 정상입니다. 반듯한 표석이 매우 듬직합니다. 정상에는 남산과 망산의 유래가 적인 안내문이 세워져 있군요. 아쉽지만 정상에서 조망은 할 수 없습니다.

 

 

 지나온 389봉

 

 금오산 표석

 

 


 
이제 고위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런데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등산객의 모습이 눈에 익습니다. 고등학교동기동창인 K군입니다. 이 친구도 산에 가면 달리기 선수처럼 내닫는 체질이라 함께 온 일행에 앞서 홀로 걸어오고 있습니다. 아는 체를 했더니 이 친구도 깜짝 놀랍니다. 세상은 참으로 좁습니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친구를 경주 금오산 길에서 만났으니 하는 말입니다. 친구와 작별하고는 조금 걸어가니 임도입니다. 임도 좌측에는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있는데 글쓴이는 4년 전 이를 발견하고는 "고뇌하는 얼굴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보기에도 고뇌하는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지요?

 고뇌하는 얼굴바위 

 

 
조금 더 가면 용장골 갈림길입니다. 용장골로 가면 보물 제186호인 용장골3층석탑이 있습니다. 4년 전에는 이 길로 하산해 여러 문화재를 두루두루 살펴보았습니다. 계속하여 임도를 따라 고위산으로 갑니다. 삼화령 안내문을 지나 고도를 점점 낮추다가 고위봉 2.5km 이정표를 보고는 임도를 벗어나 우측의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 지도상의 이영재를 지나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큰바위가 등산객의 시선을 끕니다. 지나온 금오산이 상당히 멀게 느껴지는군요.

 용장골 안내문

 

 이영재로 가는 임도

 

 기암

 

 기암에서 바라본 지나온 금오산

 

 
다시 고도를 낮추었다가 또 오르니 칠불암 갈림길입니다. 칠불암까지는 거리가 350m인데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면 시간이 지체될 것 같아 좀 내려가다가 그냥 포기하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는 큰 실수였습니다. 이 후기를 작성하면서 지도를 보니 칠불암 인근에 신선암마애보살반가상(보물제199호)과 칠불암마애불상군(보물제200호)이 있다고 표기되어 있어 이를 놓친 게 정말 아쉽습니다. 칠불암 이정표에 두 개의 보물이 있다는 별도의 안내문을 붙여 놓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칠불암 갈림길 이정표

 

 

백운대를 지나 고위산으로 가는 길은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고위산(495m) 정상에는 통상의 정상표석이 있군요. 그런데 여기서 오늘 두 번째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고위산에서 용장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글쓴이는 동행자 한 명과 상의한 끝에 관음사를 거쳐 하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원래 산악회에서는 고위산에서 천우사 방면으로 하산하라고 했지만 관음사를 경유하면 능선을 따라 조망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산악회에서 지정한 천우사 길은 이곳 남산(금오산, 고위산) 전체에서 가장 스릴 있는 이무기능선 길로 이어지는 멋진 코스였던 것입니다. 이곳에는 군데군데 로프도 매달려 있어 산행의 묘미를 만끽 할 수 있는 길인데 현지에도 또 산악회에서 나누어준 등산개념도에도 이무기능선이라는 이정표가 없어 실수를 한 것입니다. 고위봉 정상아래 산불감시원에게 문의했더라면 이런 후회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위산 표석

 

 고위산 이정표

 

 

아무튼 고위봉을 내려서면서 바라보는 금오산의 전경은 매우 수려했습니다. 가파른 급경사 계단을 내려오니 부드러운 솔밭길입니다. 남산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아 걷기가 편안합니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오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열반재에서 우측으로 내려섭니다. 열반골의 관음사 인근에는 큰곰바위가 있다는 안내문이 보이지만 실제로 큰곰바위를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관음사를 뒤로하고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천우사 입구입니다. 밖으로 내려오니 청정미나리를 재배하는 농원이 있는데, 주인이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생미나리를 먹어보라고 합니다. 미나리 한 점을 집어 된장에 찍어 먹어보니 미나리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입안에 가득합니다. 원래 미나리는 경북 청도가 유명한데 이곳에도 여러 곳의 미나리 재배단지가 보입니다.

 고위산 하산길에 바라본 이무기능선과 금오산

 

 기암

 

 

 

 관음사

 

 

 


용장마을로 나오니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화려한 영산홍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도로 우측의 용장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산행에 4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산악회에서는 5시간을 주었으므로 칠불암과 인근 보물 두 점을 답사해도 충분하였을 것입니다. 사전에 좀더 공부를 하고 떠났더라면 이런 아쉬움은 없을 것이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입니다. 앞으로 죽기 전에 남산을 또 찾을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칠불암과 이무기 능선은 꼭 답사하고 싶습니다.

 영산홍

 

 용장주차장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4월 11일 (토)
▲ 등산 코스 : 서남산(삼릉)주차장-삼릉-석불좌상-선각육존불-석조여래좌상-상선암-바둑바위-금송정

                   -상사암-금오산-임도-용장골 갈림길-삼화령 안내문-이영재 이정표-이영재-큰바위-칠불암 갈림길

                   -백운재-고위봉-열반재-관음사-천우사 입구-용장주차장
▲ 등산 거리 : 9.1km (GPS 측정)
▲ 산행 시간 : 4시간 15분
▲ 산행 안내 : 가보기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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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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