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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두봉에서 바라본 북동쪽 일봉산(좌), 오봉산(암봉 뒤), 비파산(오봉산 우측), 수인산(오봉산 뒤)    

 

                                                      우두봉에서 일봉산으로 가면서 본 월출산 능선 

 

 

 

 

전남 강진군 강진읍과 군동면의 경계에 위치한 보은산(우두봉, 439m)은 강진읍을 굽어보고 있는 산으로 멀리서 보면 소가 풀을 뜯어먹고 있는 형상을 닮았다 해서 정상을 우두봉(牛頭峰)이라고 합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민족시인 영랑생가에서 우두봉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소를 주제로 지은 열두 고개 이야기가 있어 편안한 산길을 걸으며 소와 사람의 일생에 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일봉산(409m)은 우두봉 북쪽의 육산이며, 산태봉(390m)은 비록 해발고도는 낮지만 암봉으로 되어 있고 특히 금곡사로 이어지는 동남쪽의 능선은 아찔한 암릉지대로 이루어져 오금을 저리게 합니다.

 

보은산 산행들머리는 강진군청 옆 영랑생가 입구입니다. 단체로 생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버스전용주차장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영랑생가는 남도답사1번지인 강진의 12경 중 제4경이네요. 영랑생가는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이 출생이후 45년 간 살았던 생가입니다. 영랑는 주옥같은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비롯하여 80여 편을 발표하였는데, 이 중 약 60여편이 광복 전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이 곳에서 생활하던 시기에 쓰여진 작품입니다. 생가에는 단체 답사팀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있었는데, 군데군데 영랑의 시를 돌에 새겨 놓았네요.

 영랑생가 이정표

 

남도답사1번지 강진 12경

 

 영랑생가

 

 

 


 
생가 옆에는 시문학파 기념관,  및 충혼탑이 있어 함께 답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 금서당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생가 우측 길로 들어섭니다. 이 길은 다산 정약용의 유배길이기도 하군요. 강진은 다산의 실학정신과 영랑의 시혼이 빛나는 고장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멀지 않는 곳(남쪽)에 다산초당이 자리잡은 만덕산(409m)이 있으니 영랑 생가 옆에 다산 유배길이 있음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시문학파 기념관

 

 

 

 

 


반듯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우두봉 2.63km, 약수터 1.60km 이정표가 나옵니다. 침목으로 조성된 숲길을 걷습니다. 조금 오르니 수국길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 길은 당국에서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화훼농가로부터 수국을 기증 받아 조성했다고 하네요. 다만 지금은 수국이 핀 후 거의 진 상태라서 볼품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며 수국을 많이 만났지만 이 꽃 이름에 애절한 전설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강진읍 전경

 

 수국길 안내문

 

 

 

 

그 전설을 한번 살펴볼까요? 『오랜 옛날 "수"라는 소년과 "국"이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는데, "국"은 "수"를 사랑했지만 "수"는 "국"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며 오히려 차갑게 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는 "국"에게서 달아나기 위해 산으로 갔는데, "국"이 "수"를 따라가다 그만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고 말았다. "수"가 간신히 절벽에 매달린 "국"을 살리려 손을 내밀었지만 "국"은 그 손을 잡지 못하고 결국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이에 "수"는 자신이 "국"을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스스로 절벽에 몸을 던졌다. 그 후 따로 묻힌 그 둘의 무덤에는 예쁜 꽃이 피어났는데, 두 사람의 이름을 붙여 "수국"이라 불렀다.』

 

돌탑을 지나자 삼거리갈림길입니다. 좌측으로 들어가면 약수터를 거쳐 다산이 머물렀던 보은산방이 있는 고성사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산악회에서는 황소에 관한 열두 고개 이야기가 전해오는 우두봉 방면으로 직진하도록 길을 안내합니다. 등산로에 마대를 깔아 우기에 걸어도 진흙이 발에 묻히지 않을 듯 합니다. 조금 오르니 첫째고개인 초지고개입니다. 이후 열두 고개가 계속 이어집니다. 둘째고개는 황소가 일어나서 쉰다는 휴우치(休牛峙)고개, 셋째고개는 황소가 쟁기질을 한다는 노우치(勞牛峙)고개, 넷째고개는 황소가 똥을 누었다는 우분(牛糞)고개, 다섯째고개는 황소가 쟁기질을 한다는 가우도(駕牛島)고개, 여섯째고개는 황소의 귀를 말하는 이본(耳本)고개, 일곱째고개는 황소의 워낭을 말하는 우령(牛鈴)고개, 여덟째 고개는 황소의 두 눈을 뜻하는 쌍목(雙目)고개, 아홉째 고개는 황소의 혀를 일컫는 설치(舌峙)고개, 열 번째 고개는 이름 없는 고개였다는 나도(풀무)고개, 열한번째 고개는 황소의 먹이통인 구유고개, 열두번째 고개는 황소의 머리인 우두봉(牛頭峰)고개입니다. 열두 고개 안내문을 보며 쉬엄쉬엄 오르니 어느 새 보은산 우두봉 정상(439m)입니다.

 돌탑

 

 삼거리 갈림길

 

 우도봉 가는길

 

 

 

 

 

 

 

 


 
정상에는 반듯한 표석과 산불감시초소, 긴 의자와 남쪽 탐진강 및 강진 방면의 조망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곳에서의 조망은 참 좋습니다. 남쪽으로 다산초당의 만덕산이 우뚝하고, 서쪽으로는 별매산과 흑석산이, 북서쪽으로는 기암괴봉의 산인 월출산이 톱니바퀴 같은 능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가야할 일봉산과 산태봉의 바위능선이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그 뒤로는 오봉산과 비파산 및 수인산이 이어집니다.

 

 

 

 

 

 

 

 

 남쪽 탐진강 뒤로 보이는 희미한 천관산

 

 만덕산(중앙)

 

 북동쪽 비파산(좌)과 군동면

 

 

 

 북동쪽 별매산과 흑석산(맨 뒤 능선/좌측)

 

 월출산 

 

 

 

우두봉을 내려와 약 850m를 가니 일봉산(409m)입니다. 능선 바로 좌측이 진짜 정상이라고 해서 길 없는 길을 올랐지만 고사목만 보일 뿐 아무런 표지도 없습니다. 일봉산을 내려와 산태봉으로 갑니다. 가는 길목에는 바윗돌이 보이기 시작해 산태봉이 암봉임을 짐작케 합니다. 산태봉(309m)에 서면 가야할 산태봉의 바위능선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사람들은 이 능선을 나한봉이라고 하더군요.

 일봉산

 

 일봉산 정상 조망

 

 가야할 나한봉 능선 뒤로 보이는 오봉산(좌)과 비파산(우)

 

 산태봉

 

 

 

 

 

산태봉 암봉을 내려서는 길에는 나무로 만든 계단이 있는데 발걸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다소 오싹합니다. 암봉을 내려와 금곡사 갈림길을 뒤로하고 까치내재 방면으로 갑니다. 이 길이 소위 말하는 나한봉 암릉길입니다. 능선 우측은 바위절벽구간인데 길은 능선 좌측의 흙 길로 이어져 암릉길이 별것 아니라고 쾌재를 부른 것은 너무 성급했습니다. 암릉 막판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난구간이었단 것입니다. 이곳에는 아무런 안전시설도 없습니다. 등로에 나무라도 있으면 로프를 걸어두기 편리하지만 큰 암석뿐이니 로프를 매기도 곤란합니다. 그렇지만 하산하는 길은 가능합니다. 사람들은 용케도 급경사 바위지역을 통과하는 위치를 잘 발견한 것입니다. 마침 소나기가 내려 암벽은 상당히 미끄럽지만 산악회 가이드가 깔아 놓은 깔지를 거울삼아 어렵사리 절벽을 내려옵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금곡사로 이어지지만 좌측으로 내려옵니다.

 월출산을 바라보며 산태봉암봉 하산

 

 

 

                                                                   삐걱거리는 목재 계단

 

 금곡사 갈림길

 

 지나온 산태봉

 

 금곡저수지

 

지나온 우두봉

 

                                                                                통천문(?)

 

암릉구간에서 내려다 본 금곡사

 

 

 

 

 

 

당초 일기예보상으로는 이곳 강진읍은 하루종일 흐리다가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오후 1시가 조금 지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암릉구간을 통과해 안전지대로 내려오니 등산버스가 기다라는 금곡사 입구입니다. 이제 비는 국지성 소나기로 변해 더욱 많이 쏟아집니다. 사실 전국이 가물어 비가 내리는 것을 환영해야 하지만 장대비 때문에 이웃한 금곡사를 답사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오늘 산행에 3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 산행을 하기 전까지는 강진에 이런 산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실제로 답사해 보니 숨은 명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육산의 부드러움과 짜릿한 암릉을 갖춘 멋진 산입니다.  

 금곡사 입구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10월 10일 (토)
▲ 등산 코스 : 영랑생가입구-영랑생가-돌탑-고성사갈림길-열두고개-보은산 우두봉-일봉산-산태봉

                   -금곡사갈림길-나한봉 암릉구간-금곡사 입구
▲ 등산 거리 : 6.3 km
▲ 소요 시간 : 3시간
▲ 산행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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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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