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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족산 광대바위에서 바라본 동남쪽 조망

 

 

 

 

전남 구례군 문척면과 간전면의 경계에 솟은 계족산(703m)은 산의 형세가 닭의 발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국적으로 같은 이름의 산이 몇 있는데 대전순환종주길의 보만삭계(보문산-만인산-식장산-계족산)에 속하는 계족산(423m), 영월 계족산(890m), 순천·광양 계족산(723m) 등 입니다. 특히 순천·광양의 경계에 있는 계족산(723m)은 구례 계족산(703m)과 해발고도도 같은 700m급 산이며 또 인접한 곳에 남북으로 위치해 있어 헷갈리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이번 산행은 4시간 정도 걸린다기에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고 산세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계족산의 산세와 조망은 100대 명산의 반열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했지만 하산하는 급경사 길을 약 40분 동안 알바(길을 잘 못 들어 헤매는 일)하면서 오르내려 그만 녹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산행들머리는 구례군 간전면 간문리 소재 간전농공단지입니다. 바로 북쪽으로는 4대강의 하나인 호남의 젖줄 섬진강이 흐릅니다. 등산로 입구에는 계족산까지의 거리가 3.3km임을 알리는 이정표와 낡은 등산로 안내지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길의 왼쪽에 농공단지가 보입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서 뒤돌아보니 유장하게 흐르는 섬진강 뒤로 지리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왕시리봉(1,240m)이 우뚝하며, 좌측으로는 멀리 노고단(1,507m)이 아련히 바라보입니다. 최근 며칠동안 미세먼지 때문에 시계(視界)가 매우 좋지 않았지만 오늘은 전국적으로 청명한 날씨라서 정말 멀리까지 조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에 오른 날 이런 날을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 전에는 황사만 신경을 쓰면 되었는데 최근에는 황사보다도 미세먼지가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어 매일 매일 미세먼지농도를 체크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간전농공단지 등산로 이정표


 

 

 간전농공단지


 

 임도로 가는 길

 

 섬진강 뒤로 보이는 왕시리봉(우측)과 지리산 노고단(중앙 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등산로는 우측 산 속으로 이어집니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니 병풍바위삼거리입니다. 우리는 계족산 방면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화정갈림길을 지나자 좌측으로 조망이 터지는데 농지를 정리한 반듯한 농경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능선을 가노라니 중상봉(495m)인데, 사실 계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한 지점을 중상봉이라고 이름 붙인 게 의아할 따름입니다. 여기서 계족산까지의 거리는 1.1km입니다. 필자는 중간 그룹에 위치해 길을 가는데 점점 힘이 빠져 뒤로 처집니다. 지난해 10월 팔을 다쳐 한동안 산행을 하지 못한 이후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된 게 원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듯 앞뒤로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함께 길을 걷던 사람들도 모두 앞서 가버리고 후미는 어디쯤 오는 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이제 숲 속에서 나는 완전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숲 속은 정말 적막합니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홀딱벗고새(검은등뻐꾸기)의 가냘픈 울음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릴 뿐입니다.  지금 숲 속에서는 도시생활의 아귀다툼도, 여야의 정쟁도, 남북한의 대치도, 미국·중국의 힘 겨루기도 모두가 딴 세상 이야기 같습니다. 오직 이 순간의 자연을 즐기며 오늘 산행을 안전하게 마쳐야겠다는 일념뿐입니다. 

 임도 끝난 지점의 등산로


 

 병풍바위 삼거리 이정표


 

                                                                         화정 갈림길 이정표


 

 반듯한 농경지


 

 

 

 

 


화정재를 지나 좌측으로 터지는 조망터에 섭니다. 동쪽으로 보이는 산은 이미 답사한 하천산(691m)과 밥봉(933m) 같은데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등산용 GPS 트랭글에서 정상 정복을 축하한다는 음성메시지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정상이 가까워진 듯 합니다. 이어서 맞이한 계족산(703m) 정상! 정상에는 통신철탑만 보일 뿐 조망도 할 수 없고, 정상표석도 없습니다. 다만 이정표에 계족산 정상이라고 쓴 안내문이 전부입니다.

 화정재 이정표


 

 조망대에서 바라본 효곡저수지


 

 계족산 정상 이정표


 

 정상의 통신철탑 

 

 

 
정상 이웃의 730봉은 이 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데 왜 이곳을 정상으로 정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삼각점이 있는 이 곳에서도 효곡저수지가 살포시 보입니다. 큰바위 옆을 돌아가니 광대바위입니다. 이제부터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됩니다. 광대바위에 서면 동남쪽으로 효곡저수지를 비롯해 이름 모를 산들이 첩첩이 겹쳐있고, 남쪽으로 광대바위 전망대가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앞서 가던 동료 2명이 전망대에서 떠나는 모습도 보입니다. 

 삼각점이 있는 전망대 조망


 

 

 광대바위 이정표


 

 광대바위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조망(우측 바위는 광대바위 조망대)


 

동북쪽 간문천 방면 조망

 

 

 

 
광대바위에서 전망대로 갑니다. 긴 로프구간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광대바위 전망대에 서면 지나온 광대바위의 위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칼로 두부 모를 자른 듯한 거대한 바위가 능선에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여기서 서쪽 방향으로 바라보는 산줄기도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지도상으로 서쪽에는 사성암으로 유명한 오산(531m) 및 둥주리봉(671m)이 있는데 지금 보이는 산이 이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발 700m급의 산에 올라 이토록 황홀한 조망을 즐기는 것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광대바위전망대로 가면서 바라본 남쪽조망


 

 광대바위 조망대 이정표


 

 북쪽으로 바라본 광대바위(좌측)


 

 시원한 동쪽 조망


 

서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산세(오산과 둥주리봉 방면)

 

 

 

 

 
떠나기 싫은 조망대에서 능선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큰 바위를 내려서니 갈림길인데 좌측으로 안전로프와 등산리본이 많이 걸려 있지만 우리를 안내한 산악회의 표시가 없어 그냥 직진합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갈림길에서 별도의 안내표기가 없을 경우 직진하는 게 원칙이거든요. 그런데 이게 실수였습니다. 가파른 길을 한참 동안 내려가노라니 앞서간 동료등산객 3명이 길을 잘못 들었다면서 되돌아 올라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거 큰 낭패입니다. 미끄럽고 가파른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니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산행을 하며 때로는 길을 잘 못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급경사를 내려 왔는데 다시 올라가야 한다니 허탈해 더욱 힘이 빠집니다. 어머니 젖을 먹던 힘까지 내어 아까 리본이 많이 걸린 삼거리로 되돌아 왔습니다. 험준한 길에서 알바하느라 약 40분을 허비했네요. 당초 내려오던 방향에서 좌측(되돌아온 방향에서 보면 우측)으로 진입하니 안쪽에 산악회의 안내표기가 걸려 있습니다. 이런 안내표시는 길림길에서 확실하게 보이도록 걸어야 하는데 선두의 사소한 부주의가 여러 사람들을 정말 머리뚜껑이 열리도록 만들었네요. 계족산 능선 곳곳에 구례군에서 세운 반듯한 이정표가 여럿 있었음에도 정작 반드시 있어야 할 곳에 이정표가 없음은 옥의 티입니다. 

 암릉 능선을 가면서 바라본 남쪽 조망


 

 갈림길 바위(이 바위에서 반드시 좌측으로 가야함)

 

 

 

 

조금 내려가니 큰 소나무가 바위에 서 있는데, 우리는 좌측으로 안전한 로프에 의지해 급경사를 내려섭니다. 내리막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다시 평탄한 능선으로 변하니 삼산리능선 삼거리입니다. 산악회에서는 여기서 직진하면 국시봉(486m)이 있다고 했지만 필자는 좌측 삼산리 마을로 내려섭니다. 또다시 하염없는 내리막이 계속됩니다. 해발고도 700m 정도 오를 때는 길이 좋아 잘 몰랐는데 하산하려니 정말 높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지나온 내리막길과 비교하면 이는 양반입니다. 임도에 도착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2.2km로 멀기만 합니다. 길을 가면서 뒤돌아보니 광대바위가 멋진 모습으로 진이 빠진 나를 내려다보고 있군요.

 길목의 소나무


 

 삼산리 능선 삼거리 이정표(국시봉 갈림길)


 

 임도 이정표


 

 임도


 

 광대바위

 

 

 

 

좌측으로 철조망이 쳐진 시설물은 1급 화약류 저장고라서 경고문만 봐도 등골이 오싹합니다. 무거워진 다리를 끌며 터벅터벅 걷노라면 어느새 등산버스가 기다리는 삼산리 소재 삼산교입니다. 다리 옆에는 쉼터인 정자가 있군요. 오늘 산행에 4시간 2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40분 동안 알바만 하지 않았더라면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을 것입니다. 아무튼 계족산의 산세와 조망은 일품입니다. 그러나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비교적 평탄했지만 광대바위를 지나 하산하는 길은 급경사로 미끄러워 보통사람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정상에서 조망이 없는 것도 아쉬움입니다. 이래서 100대 명산에 포함되지 않은 듯 합니다. 사실 산세로 따지면 두루뭉실해 별 볼일 없는 고성의 연화산(528m)이 100대 명산에 포함된 것은 등산로가 평이하고 산자락에 천년고찰 옥천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과 비교하면 구례 계족산엔 이런 보너스도 없습니다.

 화약저장소


 

 삼산교와 정자


 

 뒤돌아본 광대바위


 

 삼산교의 자갈


 

상경하면서 차창 밖으로 바라본 구례 섬진강과 아름다운 산하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6년 6월 2일 (목)
▲ 등산 코스 : 간전농공단지-임도-병풍바위 삼거리-중상봉-화정재-계족산-삼각점-광대바위-광대바위 전망대

                   -바위 밑 갈림길-(알바)-삼산리 삼거리-임도-화약고-삼산교(정자)
▲ 산행 거리 : 8.3km
▲ 산행 시간 : 4시간 20분(알바 40분포함)
▲ 산행 안내 : G산악회

                                                                       초록색 사각형은 알바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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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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