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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성산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낙타봉과 초례산  

 

날카로운 낙타봉 암봉

 

 초례산 정상의 암봉
 

 

 


 
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는 긴 글로 된 이름을 간단히 줄여 부르는 게 상식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말아먹은 전경련(전국경제인 연합회), 문재인 정부에게 보따리 내 놓으라는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매우 자주 듣는 줄임말입니다. 등산 애호가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준족들은 서울의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을 한꺼번에 주파하고, 대전의 보만삭계(보문산-만인산-식장산-계족산)도 인기 있는 종주코스입니다. 대구에는 가팔환초가 있는데 이는 가산-팔공산-환성산-초례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말합니다. 필자는 가산과 팔공산을 각각 답사했기에 오늘은 환성산과 초례산을 잇는 코스를 밟을 예정입니다.  

 

대구시 동구와 경상북도 경산시의 경계선상에 있는 환성산(環城山, 811m)은 팔공산의 명성에 가려 크게 알려지지 않은 숨어있는 명산입니다. 환성산은 북쪽 팔공산(1,193m)과 동쪽 무학산(588m)이 서로 연결되는 중앙산록으로 예로부터 이 산의 생김새가 서로 고리를 걸어 당기는 형상이라 해 환성산이라 불렀습니다. 환성산 정상부는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생김새가 마치 감투를 쓴 모자를 닮아 정상을 감투봉이라고도 부릅니다. 환성산 남쪽능선상의 낙타봉(656m)은 3개 암봉이 뫼 산(山)자처럼 솟아 있으며 측면에서 이를 보면 마치 낙타 등허리를 닮았다 해서 일명 "낙타등봉"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낙타봉 남쪽 초례산(636m)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 오는데요. 하나는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에게 패한 후 이 산에 올라 "다음 전투에서 꼭 이기게 해달라"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하여 초례산이라고 불렀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약 1,500여 년 전 어씨라는 초부가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선녀와 만나 가례를 맺어 초례를 치렀다고 해서 초례산이란 이름이 생겼다고 전합니다.

 

오늘 종주는 환성산에서 시작해 낙타봉을 거쳐 초례산을 밟을 예정인데 환성산 산행들머리는 대구시 동구 진인동 소재 팔공산 도림사입니다. 도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도림 대선사가 1996년 창건한 사찰로 사찰의 규모가 엄청 큰데 놀랐습니다. 도림사는 사찰보다는 도림사 추모공원으로 더욱 잘 알려진 곳입니다. 도림사 입구에 세워진 사찰의 전경을 보고는 입이 떡 벌어졌는데 실제로 경내의 전각과 소원의 탑 등을 둘러보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도림사 입구 사찰 안내도

 

 도림사

 

 소원불대탑 

 

 

 

 

 

환성산 등산로입구는 도림사 우측 해우소 방향입니다. 철다리를 건너자 진인동 삼림욕장 안내도가 붙어 있습니다. 숲 속으로 들어서니 지난밤 비가 조금 내린 듯 등산로가 촉촉해 기분이 좋습니다. 소나무가 무성해서인지 공기가 무척 상큼합니다. 부드러운 길이 계속되더니 환성산을 약 800m 앞둔 지점부터는 급경사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높은 곳에 오르니 조망대인데 팔공산 방면은 잔뜩 찌푸린 날씨로 인해 산의 능선이 흐릿합니다.

 

 

 

 

 팔공산 방면 조망

 

 

 

 

 

 

정상을 400m 앞둔 지점에 도림사 갈림길이 있는데 도림사로 이어지는 다른 하산로가 있는 듯 합니다. 큰 암릉을 우회해 뒤로 돌아보니 작은 촛대바위 같은 바위가 보이는데 암봉은 조망대 구실을 하지만 시계(視界)가 흐린 게 옥의 티입니다. 여기서부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여러 차례 로프구간을 통과해야 하지만 위험한 곳은 없습니다. 정상 옆에는 팔공산 갓바위(관봉)까지 5.7km라는 이정표가 보이는군요.

 

 

 나리꽃

 

 

 

 


드디어 암봉으로 된 환성산 정상(811m)입니다. 환상산 감투봉이라는 아담한 표석이 반겨주네요. 정상 남쪽으로는 가야할 낙타봉과 초례산이 늘어서 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어 오래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가야할 낙타봉과 초례산

 

 

 

 환성산 암봉

 

 

 

 
여기서부터 초례산까지의 거리는 3.4km인데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구간입니다. 아! 그런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간 하도 가물어서 비가 오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암릉구간이 많은 등산로가 비에 젖으면 미끄럽기 때문에 걱정입니다. 일단 등산배낭의 커버를 꺼내 배낭에 씌우고는 부지런히 하산합니다. 내려서는 길이 매우 가파르지만 다행히 위험한 구간은 없습니다. 조금씩 내리던 비도 점차 잦아들다가 이내 그칩니다. 동네일기예보에 의하면 이곳은 1-5mm의 비가 간헐적으로 내린다고 했기에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이곳 대구로 내려오는 도중에는 매우 강한 비가 내리기도 했거든요.

 환성산 내리막길

 

 

 

 

 

안부에 도착하니 지도에 나와 있는 새미기재입니다. 팔공산 녹색길 안내도도 보입니다. 양쪽으로 시멘트 포장길이 있지만 길이 좁아서 차량통행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위로 오르니 동쪽의 대암봉에서 오는 능선길과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입니다. 가야할 초례산 2.4km, 지나온 환성산 1.0km, 대암봉 6.2km라는 산뜻한 이정표가 길을 안내합니다. 여기서 낙타봉까지는 여러 차례 로프구간을 지나야 합니다. 그래도 급경사에는 안전 로프가 잘 걸려 있어서 다행이네요.

 새미기재

 

 대암봉 갈림길 이정표

 

 

 

 

 

 

드디어 가야할 낙타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낙타봉을 바라보니 날카로워 보이는 암봉이 버티고 있어 저곳을 어찌 오르나 걱정하였지만 실제로 좌측으로 돌아가니 용케도 암봉으로 오르는 길이 있습니다. 낙타봉은 세 개의 암봉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는데 맨 첫 번째 암봉이 바로 낙타봉(656m)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아담한 표석이 놓여져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북쪽으로 지나온 환성산이 우뚝하고, 남쪽으로는 가야할 낙타봉(2봉과 3봉)과 초례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제1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낙타봉은 정말 아찔할 정도로 가파릅니다.

 가야할 낙타봉

 

 

1

가야할 낙타봉 정상

 

낙타봉 정상 암봉

 

 낙타봉에서 본 환성산

 

 가야할 낙타봉(2-3봉)과 초례산(우)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낙타봉 암봉의 수직절벽

 

 

 

 

 

낙타봉 정상을 내려와 안부에 섰습니다. 좌측으로 2봉을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내친 김에 직등해 2봉을 오릅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낙타봉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쉬운 길을 선택해 우회했더라면 결코 맛 볼 수 없는 조망입니다. 2봉을 내려서는 길은 매우 까다롭지만 충분히 오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2봉을 오르며 뒤돌아본 낙타봉 정상

 

 

 

 


3봉은 다소 밋밋하더군요. 3봉을 내려와 초례산으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의 등산로와는 완전 다르게 정말 부드러워 콧노래를 부릅니다. 송전철탑을 지나 능선 우측으로 터지는 조망을 보니 지나온 낙타봉의 암봉과 환성산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뒤돌아본 낙타봉(1∼3봉)과 환성산

 

 가야할 초례산

 

 

 

 

 

 

헬기장과 삼각점을 지나면 초례산 정상입니다. 일부 등산지도와 지역산악회에서 세운 정상표석는 초례봉이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필자는 행정관청에서 세운 현지의 이정표에 따라 초례산으로 적습니다. 이곳은 지나온 환성산 및 하산지점인 매여동골짜기가 잘 내려다보이는 조망의 명소입니다. 오늘 답사한 3개 산(환성산, 낙타봉, 초례산) 모두는 정상이 암봉으로 되어 있고 정상표석이 있으며 조망이 매우 좋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은 명산의 조건을 겸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여동 방변 조망

 

 

 

 

 

 

 

 

 

이제 매여동 버스정점 방면으로 하산합니다. 하산길이 다소 가파르기는 하지만 어려움은 없습니다. 삼형제 바위를 지나 이어지는 송림이 우거진 곳의 반듯한 길은 등산로라기 보다는 트레킹 코스 같습니다. 임도로 나오니 경북대학교 대구학술림 안내문이 길손을 맞이합니다. 우측으로 돌아가니 학술림 건물이네요. 매여교를 지나니 논에 물이 가득합니다. 극심한 가뭄에도 지하수를 끌어 왔는지 논에 물이 찰랑찰랑합니다. 조금 더 가니 지하 300m 암반수가 나오는 곳인데, 전기요금으로 인해 지하수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네요. 정동교와 관음사를 지나 베다니기도원 입구로 가니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삼형제 바위  

 

 

 

 

 

 

 루드베키아 
 

 

 


오늘 약 10km 산행에 5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환성산 오름길이 가팔랐고, 낙타봉(3개의 봉)을 넘는 게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입니다. 사실 가팔환초중에서 오늘 답사한 구간에 대하서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외로 이 구간은 아기자기한(?) 암릉과 멋진 조망을 선사한 명산이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장미가 시작된다는 시점에 비를 거의 맞지 않고 산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7년 7월 1일 (토)
▲ 등산 코스 : 도림사-환성산-새미기재-대암봉 갈림길-낙타봉-초례산-매여동(기도원 입구)
▲ 산행 거리 : 9.7km
▲ 소요 시간 : 5시간
▲ 산행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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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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