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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은 1906년 서울(용산)에서 출발해 개성, 사리원,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내달렸던 499km의 철도로 오랜 세월동안 서울시민의 애환과 추억이 깃든 철길입니다. 그런데 6.25전쟁으로 인해 남북이 분단되자 경의선은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휴전선이남 구간(서울-문산)만 운행되어 왔습니다. 그 후 경의선이 2009년 복선 전철로 개통되면서 서울구간이 지하화 됨에 따라 지상의 철길에는 더 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폐선된 철도부지는 교통체증과 슬럼화를 유발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는데 서울시는 그간 방치되어 있던 6.3km 구간(용산문화체육센터∼가좌역)의 철도부지(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무상제공 받음)를 2011년∼2016년 기간 중 주변풍경과 추억을 느낄 수 있고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조성한 게 <경의선숲길>입니다. 철도가 지나갈 당시에는 철도의 소음에 시달렸을 주민들이 이제는 매우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입니다.    

 

숲길공원조성의 영향으로 골목상권의 활성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공원주변의 레스토랑, 카페, 술집들이 손님들로 북적거림과 동시에 건물 매매가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야간 고성방가나 음주폭행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래서인지 숲길 중간에 <술길 싫어요, 숲길 좋아요>라는 안내문이 보이더군요.

 

 

 

 

 

경의선 숲길은 모두 5개구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구간은 연남동 구간(가좌역-홍대입구역, 1,300m), 와우로 구간(홍대 앞 와우교-서강대역, 370m), 신수동 구간(마포구 신수동일대, 420m), 대흥동·염리동 구간(마포구 대흥동·염리동 일대, 920m), 세창고개·원효로 구간(공덕역-용산문화체육센터, 990m)입니다.

 

경의선 숲길을 한꺼번에 전부 답사하려면 가좌역 또는 효창공원 역 어느 곳에서든 가능하지만 필자는 효창공원역을 출발지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숲길을 찾아 걷는 게 매우 쉬울 것으로 생각한 것은 필자의 오산이었습니다. 특히 중간에 전철역을 지날 때에는 정말 조심해야 하며 사전에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체크해서 참고하는 게 길을 헤매지 않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필자와 함께 경의선 숲길을 걸어볼까요? 

 

출발지는 서울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 3번 출구입니다. 출구로 나오면 어느 방향에 경의선 숲길 시작점이 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3번 출구에서 무조건 우측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면 숲길 안내지도와 함께 숲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구간별 숲길 안내지도는 제법 신경을 써서 만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독성이 떨어져 보기에 불편하더군요.

                                                                           경의선 숲길 안내도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가 보일 즈음 새창고개 안내문이 길손을 맞이합니다. 새창고개는 용산구 효창동에서 마포구 도화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조선시대 선혜청(백성들이 세금으로 내는 쌀, 베, 돈을 관리하던 관청)의 별도창고인 만리창을 새로 지은 후 새창고개라고 불렀답니다. 이 구간은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어서 폭이 넓은 산책로와 널찍한 잔디밭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세양 청마루 아파트를 지나자 수양버들이 휘휘 늘어져 있군요.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

 

 

 

 

                                                                                 수양버들

 

 

 

 

 

철길과 침목을 남겨두고 길을 포장해서 이곳이 철길이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금 가니 공덕역 옆에 경의선 숲길 관리사무소가 있습니다. 안내지도 하나 구하려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경의선 숲길 책자(100페이지 분량) 뿐이더군요. 한글 책자가 딱 한 권 남아 있어(외국어 책자는 여러 권 비치) 필자가 가져 왔습니다. 물론 이처럼 자세한 책자도 참고자료로 매우 유용하겠지만 필자가 원한 것은 인사동이나 이태원에서 제공하는 형식의 안내지도였습니다. 경의선 숲길을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지도 한 부만 있으면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그런 지도 말입니다. 두꺼운 책자는 사후 참고용은 될지언정 답사를 하면서 별 도움이 되질 않으니까요.

 철길과 침목이 남아 있는 곳

 

 

 

 경의선 숲길 안내책자

 

 책자에 소개된 전체구간의 지도

 

 

 

 

 

드디어 공덕역인데, 공덕역은 서울지하철 5호선, 6호선, 경의·중앙선 및 공항철도가 통과하는 철도교통의 요지입니다. 이곳에서는 10번 출구로 들어가 1번 출구로 나가야 합니다. 10번 출구로 들어갔더니 1-8번 출구로 나갈 고객은 지하환승통로나 9번 출구를 이용하라는 지시가 있어 9번 출구 방면으로 나갑니다. 나가서 약간 헷갈리는데 우측으로 몇 걸음 가다가 다시 좌측으로 가니 횡단보도 맞은 편에 1번 출구가 보입니다. 제대로 찾아 왔군요.

 공덕역 10번 출구로 들어감

 

안내문에 따라 9번 출구로 나감

 

 1번 출구 앞으로 옴

 

 

 

1번 출구에서 좌측으로 약 70m를 가면 경의선 숲길을 다시 만납니다. 바로 경의선 공유지 광장인데요. 경의선 공유지 26번째 자치구 선언문을 보니 의미심장한 언어로 채워져 있습니다. 숲길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가끔 보이네요. 대흥역 인근을 지나갑니다. 이 구간은 숲길 중 가장 먼저 개통한 구간으로서 벚꽃길이라고 하므로 춘삼월에 방문하면 좋을 듯 합니다. 

 

 

 

 

 

 

 

 

 

 

 

간이역 이정표를 지나면 신수동 구간입니다. 이 구간은 그야말로 옛 추억에 빠져 들 수 있는 곳입니다. 시골의 소년소녀가 철길 위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을 재현한 것입니다. 소년은 철길에 귀를 대고 멀리서 다가오는 기차소리를 들으며 애쓰고, 소녀는 두 팔을 벌린 채 철길 위를 걷습니다.

 

 

 

 

 

 

 

 

 

 

서강대 동문회관과 대형버스 주차장을 지나니 서강대역입니다. 1번 출구로 들어가 2번 출구로 나온 후 횡단보도를 건너면 경의선 숲길이 이어집니다. 철도의 교차로를 그대로 살린 장면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름하여 땡땡거리입니다. 기차가 지나갈 때면 건널목에 차단기가 내려지고 땡땡소리를 내어 사람들에게 경고하던 것을 따서 부른 이름입니다. 간수 뒤에는 아이를 데리고 보따리를 머리에 인 모자(母子)가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아련합니다. 아이의 손에 누군가 빈 막걸리 통을 끼워 놓아 참 짓궂은 장난을 했군요. 땡땡거리는 음악과 미술로 대표되는 홍대문화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음악가들과 예술가들의 허름한 작업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서강대 동문회관

 

 서강대 역

 

 

 

 

 

 

 

 


  
땡땡거리를 지나면 경의선 책거리입니다. 이곳은 마포구가 경의선 홍대 복합문화역사에 독서문화가 살아 숨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책 테마거리입니다. 책거리 역사를 따로 조성한 게 눈에 뜨입니다. 옛 철로가 그대로 보존된 곳의 벽면에는 "오늘 당신과 함께 할 책은 무엇입니까?"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거리에 세워진 다양한 조각작품들에게 시선을 빼앗깁니다. 어느 가계 앞에는 앙증맞은 봉제인형을 놓아두었군요.

 

 

 

 

 

 

 

 

 

 

 

 

 

 

홍대입구 역에서는 7번 출구로 들어가 3번 출구로 나오면 됩니다. 느린 우체통은 1년에 두 차례(설날, 추석) 배달된다고 하네요. 이제 마지막 연남동 구간입니다. 이 구간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인데 이곳의 분위기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와 닮았다 하여  "연트럴파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구간엔 지금은 없어진 세교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가좌역이 가까워지자 마침 전철이 지나가네요. 징검다리 형식의 건널목을 건너자 처음으로 해바라기를 만납니다. 시멘트벽에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 놓았군요. 여기서 가좌역까지는 250m를 더 가면 됩니다. 모래내 다리를 건너면 목적지인 가좌역입니다. 오늘 경의선 숲길 답사(6.1km)에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경의선 숲길은 외국으로부터도 버려진 철길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꾼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 숲길이 잘 유지 보존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나가는 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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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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