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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진산이라 불리는 소백산(1,440m)자락을 한 바퀴 감아 도는 소백산 자락길은 경북 영주시 및 봉화군, 충북 단양군, 강원도 영월군의 3도 4개시·군에 걸쳐져 있는 143km의 도보길(12개 자락)로 2009년-2012기간 중 개통했습니다. 이 길은 2011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소백산 자락길은 국립공원 구역이 많아 원시상태가 잘 보존되어 숲의 터널에서 삶의 허기를 치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돌돌 구르는 시냇물과 동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백산은 불교문화 유적의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에 속해 있어 부석사를 비롯해 성혈사, 초암사, 비로사, 희방사, 구인사 등 불교유적지를 탐방할 수 있습니다.
1자락길은 선비길, 구곡길, 달밭길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수서원에서 출발해 금성대군신단과 죽계구곡, 초암사 및 비로사를 거쳐 삼가동에 이르는 12.6km 도보길입니다. 이 코스의 주요 볼거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단종복위사건으로 처형된 금성대군을 추모하는 금성단, 퇴계 이황선생이 이름 지은 죽계구곡, 국망봉 남쪽 계곡의 초암사, 신라시대 창건된 천년고찰 비로사를 들 수 있습니다.
1자락길의 출발지는 경북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소재 소수서원입니다.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8년(1543) 풍기군수 주세붕(周世鵬)이 세운 한국 최초의 본격적 서원이며, 최초로 임금의 친필현판을 받은 사액서원(賜額書院)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개 서원 중 하나입니다. 소수서원 진입로에는 학자수립이라고 하여 수령 300년에서 천년에 이르는 적송 수백 그루가 서원주변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소수서원 바로 좌측에는 선비촌이 있으므로 출발지를 선비촌으로 해도 좋지만 우리는 소수서원에서 출발합니다.
소수서원을 둘러보고 나와 단종복위운동 성지인 금성대군신단으로 갑니다. 신단은 신령에게 제사를 지내려는 목적으로 흙이나 돌로 쌓아올려 주변보다 높게 만든 단(檀)을 말합니다. 이 신단은 조선 세종의 6남인 금성대군이 성삼문 등 사육신의 단종복위운동에 연루되었다는 죄명으로 세조에 의해 이곳 순흥에 유배·감금된 후 순흥부사 및 고향의 유림과 함께 단종복위를 도모하다가 실패(1456년)하여 순절하였는데, 이곳은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제단입니다. 신단에는 비석과 3개의 제단이 있네요.
이제부터는 삼괴정(배점)이정표를 따라 걷습니다. 조금 가노라니 수령 1,100년이 지난 노거수 은행나무 두 그루가 길손의 발길을 멈추게 하네요. 이 나무는 순흥지역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경이로운 이력으로 충신수라고도 불렸답니다.
과수원 길을 조금 가다가 삼거리 갈림길에서 우측 200m 지점에 있는 순흥향교로 갑니다. 갈림길 옆에는 반듯한 한옥 여러 채를 짓고 있더군요. 죽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비스듬한 경사를 오르면 순흥향교입니다. 영주시 순흥면 소재 순흥향교는 조선후기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해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창건된 교육시설로 몇 차례 이건(이전건축)을 거쳐 1970년대 중수한 것입니다.
갈림길로 되돌아와 삼괴정 이정표를 따라 과수원 길을 걷습니다. 순흥저수지로 이어지는 죽계로를 만나 V자형으로 꺾어 저수지 쪽으로 갑니다. 왜 이렇게 코스를 설계했는지 모르겠더군요. 길을 가면서 아무런 볼거리도 찾을 수 없었는데 이 길보다는 순흥향교에서 죽계천을 따라가면서 순흥저수지로 연결했더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내죽2리 버스정류소를 지나면 우측에 순흥저수지인데요. 저수지 맞은편에 수상데크가 보입니다. 앞으로 이 길을 새로운 1자락 코스로 변경하면 좋겠습니다.
배점1리(하평)버스 정류소를 지나자 길섶에 배점리와 배순정려비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실제로 배순정려비는 여기서 조금 더 가야 하는 삼괴정에 있는데요. 1자락길 중 선비길과 구곡길의 경계인 삼괴정은 수령 600년 정도의 3그루의 느티나무가 있는 곳을 말합니다.
조선 선조 때 대장장이였던 배순은 국상을 당하자 상복을 입고 소백산 위로 올라가서 3년 동안 통곡망배해 후일 조정에서는 그를 배충신이라고 불렀고 그가 망배하던 산봉을 국망봉이라고 불렀습니다.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1,439m)의 북쪽 봉우리인 국방봉(1,421m)의 유래를 알게 되었군요. 배점리라는 마을이름은 배순이 죽은 후 주민들이 정려비(충신.효자.열녀 등의 언행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을 입구에 세운 비석)를 세우면서 붙인 이름입니다.
소백산국립공원 부석분소 앞에는 소백산이 낙동강의 발원지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네요. 위쪽 도로로 올라서니 죽계구곡 안내문이 보입니다. 죽계천(竹溪川)은 소백산 국망봉과 비로봉 사이에서 발원하여 영주시 순흥면을 휘감아 돈 뒤 낙동강 상류로 흘러들어 가는 하천으로서, 죽계구곡(竹溪九曲)은 배점리에서 초암사에 이르는 계곡으로 죽계천의 상류지역입니다. 옛날 퇴계 이황 선생이 계곡의 절경에 심취해 물 흐르는 소리가 노래소리 같다하여 각 계곡마다 이에 걸 맞는 이름을 지어주며 죽계구곡이라 불렀습니다. 구곡을 살펴보면 1곡 금당반석(金堂盤石), 2곡 청운대, 3곡 척수대, 4곡 용추비폭(龍湫飛瀑), 5곡 청련동애(靑蓮東崖), 6곡 목욕담(沐浴潭), 7곡 탁영담, 8곡 관란대, 9곡 이화동(梨花洞)입니다.
죽계구곡의 제9곡을 지나갑니다. 아래쪽에서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번호가 낮아지도록 붙여 놓았군요. 구곡이 있는 곳에는 구곡의 위치도와 사진을 곁들인 안내문이 잘 세워져 있습니다. 9곡에서 8곡으로 가는 길목의 거북바위는 남해용왕의 아들이라는데 솔직히 거북의 형상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죽계구곡 탐방로 대문이 있는 곳을 들어서면 8곡에서 6곡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인근에는 소백산 국립공원 안내표석이 있지요. 6곡을 지나면 죽계구곡 탐방로 문을 빠져 나옵니다. 5곡을 뒤로하고 초암주차장(초암쉼터), 4곡, 3곡을 지나면 초암사 일주문입니다.
초암사 진입로에는 “초암사 죽계”라는 옛 성인의 글이 보입니다. 2곡인 청운대를 뒤로하면 초암사입니다. 초암사는 의상 대사가 부석사 터전을 보러 다닐 때 초막을 짓고 수도하며 임시 기거했던 천년고찰입니다. 대웅전과 대적광전이 따로 있는 게 이색적이네요.
초암사를 지나면 달밭골.국망봉 가는 길을 알리는 대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비로사 방면으로 가야하는 데 길목에 1곡인 금당반석이 있군요. 달밭골은 초암사와 비로사 사이의 골짜기로 달뙈기만한 밭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에 지은 이름이라는 말도 있지만 국망봉과 초암사의 바깥골짜기라는 뜻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하는군요. 달밭골의 "달"은 원래 산(山)의 고어로 "산의 경사지에 있는 작고 다닥다닥 붙은 다락밭골"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달밭골은 옛날 화랑도들이 무술을 익히던 훈련장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오고 있답니다.
천천히 해발고도가 높아짐에도 계곡에서는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은 진리입니다. 소백산은 전형적인 육산이기 때문에 사시사철 많은 물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쉼 없이 발걸음 옮겨도 고갯마루는 보이질 않더군요. 초암사에서 비로사까지의 거리가 무려 3.4km이기에 쉬운 길은 결코 아닙니다. 길목에 소발자국이 찍힌 바위가 있습니다. 골짜기 가장 위쪽의 달밭1교를 건너 침목계단을 지나면 드디어 고갯마루인 성재입니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791m로 소수서원에서 무려 527m의 고도를 높인 것입니다. 초암사에서 오르막길 2.4km를 걸었으니 힘들만 하지요.
여기서 비로사로 가는 경사면에는 잣나무 명상쉼터가 있는데, 발길이 급하지 않으면 명상의 침대에 드러눕고 싶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한결 편합니다. 마을로 내려오니 각종 조형물이 반겨주는군요. 비로사 갈림길에서 비로사는 우측으로 300m 거리에 있지만 이를 왕복합니다. 비로사는 대한불교조계종 계열의 사찰로 신라 문무왕 20년(680)에 의상조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비로사 삼거리에서 도로 좌측으로 조성된 데크 길을 갑니다. 좁은 도로는 차량이 다니므로 인전을 위해 별도의 보행로를 조성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소백산 자락길을 벽화형식으로 조성한 것도 돋보입니다. 소백산자락길 홍보관을 지나가는데, 대형표석 옆 스탬프함에는 녹이 슨 흔적만 보일 뿐입니다. 소백산 자락길은 조성한지 10여년이 지나 전혀 관리를 않는 모습이네요. 잠시 후 삼가동 주차장에 도착해 트레킹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약 15km를 걷는데 4시간 반이 소요되었습니다. 1자락은 출발지인 소수서원을 비롯해 금성대군신단, 순흥향교, 배순정려비, 죽계구곡, 초암사, 비로사 등 다수의 역사유적 및 사찰을 답사할 수 있었지만, 초암사에서 성재까지 오르막 길(2.4km)이 힘들었고, 길을 조성한지 오래되어서인지 이정표가 다소 부실한 느낌이었습니다.
《소백산 1자락 개요》
▲ 일자 : 2021년 11월 27일 (토)
▲ 코스 : 소수서원(선비촌)-금성단-순흥향교 갈림길-(순흥향교 왕복)-순흥저수지-삼계정-죽계구곡-초암사-달밭골-성재-달밭골
-비로사 갈림길-(비로사 왕복)-삼가주차장
▲ 거리 : 15.2km
▲ 시간 : 4시간 30분(소수서원 답사시간 제외)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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