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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6년 6월 20일자 한겨레 신문에 보도된
"이 사람"에 관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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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찮은 제 얘기 읽어보실래요?

"승진’ 못하고 명퇴…“누가 읽느냐” 만류도
‘가족’과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 주고파

[이사람] 자전 에세이 펴낸 퇴직 공무원 이석암씨
 

“자서전은 대성한 사람들이나 쓰는 걸로 알려져 있죠. ‘공무원의 꽃’이라는 1급 승진도 못하고 물러난 처지에 어떻게 자서전을 쓸 수 있냐고 손가락질해도 할 말이 없어요. 책을 낸다고 하니 가족들도 ‘그걸 누가 읽겠느냐’며 말리더군요.” 

하지만 가족의 만류에도 굽히지 않고 끝까지 펜을 놓지 않은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그 ‘가족’ 때문이었다. 서울지방항공청장을 끝으로 30년 가까이 공직에 몸 담았던 이석암(57)씨가 자전적 에세이 <꿈이 있다면 멈출 수 없다>(작가마을)를 냈다. 지난해 명예퇴직 이후 1년만이다. 남부럽지 않은 반평생을 보냈을 법한 그에게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을까? 

“그들은 내가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애환을 견뎌왔는지 잘 몰라요. 아내와 자식들에게 내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결단을 내렸죠. 정말 큰 마음 먹고 한 일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써온 일기가 책 쓰는 데 도움이 됐다.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상고를 마치고 꿈에 그리던 은행에 취직했지만 되레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날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둘 모으고 싶었습니다. 학력의 벽을 절감하며 마음 고생했던 기억, 야간대학에 합격해 주경야독에 매달렸던 기억, 제대 뒤 ‘한풀이’를 위해 행정고시에 도전해 합격한 일, 공무원사회 안에도 은근히 존재하는 학벌의 벽에 씁쓸해하던 기억 등등 말이죠.” 그뿐 아니다. 고교 시절 불량배에게 돈을 빼앗긴 뒤 분통을 터뜨린 일,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까지 50번 이상 맞선 본 일, 거리에서 젊은이들로부터 ‘할아버지’호칭을 듣고 속상해했던 기억 등 마치 손자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들려주는 듯한 얘기들은 일상의 소박한 재미를 솔찮게 느끼게 한다. 

이씨는 “서기관·부이사관 승진이 늦은 사람들이 소위 명문대 출신과 특정지역 혹은 총무과장 등 특정보직에 있다는 이유로 나를 추월해 국장급으로 ‘벌떡 벌떡’ 일어서는 걸 지켜보면서 가슴이 멍들어갔다”며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아픈 기억들이 나를 성숙시킨 것 같다”고 했다. 

전국버스연합회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씨는 “변변치 않은 한 인간의 삶을 돌아보는 게 이 시대를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뭘 더 바라겠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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