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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소재 모정탑은 노추산 자락에 있는 3,000개의 돌탑을 말합니다. 이 탑은 강릉 출신인 차순옥 할머니가 가족의 평안을 위해 26년간 쌓은 돌탑입니다. 차순옥 할머니는 결혼한 후 4남매를 두었으나 아들 둘을 잃고 남편은 정신질환을 앓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질 않아 고심하던 중 40대 중년에 접어들던 어느 날 꿈에 나타난 산신령으로부터 계곡에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이 평안해질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습니다.
강릉 시내에 살던 할머니는 이때부터 돌탑 쌓을 장소를 찾아다녔고, 1986년 “하늘 아래 첫 동네”로 통하는 대기리 노추산 계곡에 자리를 잡아 2011년 66세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곳에서 돌탑을 쌓은 것입니다. 이후 TV 프로그램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약 1.2km의 트레킹코스인 이곳은 모정탑길로 불렸고, 율곡 구도장원비와 함께 소원성취의 명소로 알려지며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송천을 휘감아 도는 415번 지방도(노추산로)를 달리다보면 노추산 모정탑길이라는 이정표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주차장입니다. 여기서 잠수교 형식의 다리를 건너면 바로 모정탑길이 시작됩니다. 입구에는 기념사진촬영을 위한 사각액자틀이 있어 방문객들은 추억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 이웃에는 율곡선생 구도장원비가 있는데, 구도장원비(九度壯元碑)란 아홉 번 과거를 볼 때마다 모두 장원급제를 했다는 의미의 비석으로 율곡 선생이 이곳 노추산에 머물며 학문을 닦으며 쓴 글을 새긴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전국 각지의 유생들이 비문을 보면 관운이 있다하여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당시 마을주민 황씨는 유생들이 찾아와 양반행세를 하면서 번거롭게 하자 비문을 쪼아 땅속에 묻었답니다. 이후 박씨가 비석을 찾아 다시 세웠고 우여곡절을 거쳐 2011년 현재의 위치에 세운 것입니다.
필자는 이 길을 걸으며 율곡 관련 비석이 있음을 알고는 왜 차순옥 할머니를 기리는 비석은 없고 율곡 선생 비석이 있는지 의아해 했는데, 율곡은 노추산 이성대에서 학문을 닦은 인연이 있기에 노추산 자락에 그를 기리는 비석이 있음은 당연하다고 판단됩니다.
노추산 모정탑길을 알리는 표석을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곳 노추산 삼천 모정탑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안내문이 있는 곳에서 우측의 송천이 보입니다. 송천은 평창군 도암면의 황병산(1,407m)과 강릉시 연곡면의 매봉(1,173m) 사이에서 발원하여 평창군·강릉시·정선군 등 내륙 산간지역을 흘러 남한강 상류인 골지천으로 흘러드는 하천입니다.
송천과 헤어져 좌측의 골짜기로 진입합니다. 산책로 양쪽에 돌탑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나무다리를 건너 끝없이 이어지는 돌탑길을 걷습니다.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아 할머니 한분이 이를 쌓았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을 지경입니다.
계곡의 다리를 건너 맞은편으로 가면 모정탑길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곳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차순옥 할머니가 돌탑을 쌓기 위해 짓고 살았던 움막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돌탑이 가장 유명한 곳은 진안 마이산 탑사의 돌탑입니다. 이곳의 돌탑은 매우 정교하게 쌓아 마치 예술작품 같지만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다른 한 곳은 하동 지리산 청학선원의 삼성궁입니다. 이곳의 돌탑은 하나하나의 규모가 매우 커 웅장하지만 숫자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곳 모정탑은 모양은 투박하지만 정말 돌탑의 바다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연약한 한 여성의 집념으로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될 정도의 돌탑은 쌓은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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