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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산((加里山, 1,051m)은 오대산에서 남서로 뻗은 능선에 거대한 계방산, 응봉산, 가마봉을 만들어 놓고 북서쪽으로 유순한 능선을 이루다가 홍천의 북동쪽 27km지점에 소양호를 내려다보며 웅장하게 솟아오른 100대 명산(산림청 선정)입니다(자료 : 홍천군).  

가리산은 강원도 춘천시, 인제군, 홍천군과 경계지역에 위치하며, 3개의 암봉으로 구성된 산 정상에 서면 탁 트인 시야와 발 아래로 펼쳐진 소양호의 풍경이 등산객들의 발을 묶는 곳입니다.

희뿌연 안개가 끼여 있는 일요일 아침, 등산버스는 가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으로 들어섭니다. 휴양림 관리소 뒤로 밋밋한 능선 한가운데 우뚝 솟은 가리산 정상의 모습이 보입니다. 정상은 3개의 암봉으로 구성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들머리에서 바라보니 두 개의 봉우리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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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에서 바라본 가리산 정상




휴양림관리소 오른쪽으로 조성되어 있는 등산로로 접어듭니다. 며칠 전까지 쌀쌀하던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산 아래는 그동안 내린 눈도 거의 녹은 상태입니다. 등골산이 위치한 왼쪽의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 매우 부드럽습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55분만에 주능선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이곳의 대지에는 그래도 제법 눈이 남아 있어 겨울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싸늘한 겨울바람만 스치고 지나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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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몸을 돌려세워 능선을 걷습니다. 거의 오르내림도 없는 뱀 같은 능선입니다. 가다보니 어느새 가삽고개입니다. 능선에서 좌우로 펼쳐지는 경치도, 눈앞으로 바라보이는 정상의 모습도 나뭇가지로 인해 제대로 조망도 할 수 없고 사진을 찍기도 곤란합니다.

올망졸망 이어지는 육산의 능선을 지나니 드디어 암벽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이곳은 노약자와 어린이는 위험하니 오르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 정상부의 2봉 앞입니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젠을 착용하고 등산스틱을 접어 배낭에 매답니다. 지금부터는 두 팔과 두 다리의 힘을 쓸 차례입니다. 쉼 호흡을 하고는 각오를 단단히 합니다. 

쇠파이프로 만든 안전시설물에 의지하여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가다가 거의 직벽으로 오릅니다. 도봉산의 포대능선처럼 안전시설물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그리 어렵거나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지형의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매우 조심해야 할 구간입니다.

방금 오른 곳이 제2봉입니다. 바로 눈앞에는 정상인 제1봉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는데, 벌써 도착한 등산객들은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시야가 다소 흐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변의 경관을 볼 수 있음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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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봉에서 바라본 제1봉(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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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산 자연휴양림계곡




제2봉에서 오른쪽의 제3봉으로 갑니다. 제2봉과 제3봉을 이어주는 안부의 바위틈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상당히 빼어납니다. 다시 안전철책에 의지해서 오르니 제3봉입니다. 주변의 전망은 제2봉과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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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사이로 바라본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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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방향의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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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봉에서 바라본 제1봉





제2봉으로 되돌아와 정상으로 가기 위해 제2봉의 바위 사면을 내려선 후 정상으로 오릅니다. 안전철책을 잡으며 체중을 위로 끌어올리려고 팔의 힘을 많이 뺏습니다. 드디어 오른 가리산 정상! 그곳에는 힘들여 정상에 오른 사람들을 맞이하는 반듯한 정상표지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변의 조망도 역시 정상답게 3개의 봉우리 중 가장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북서쪽으로 소양호의 물길이 아련하게 바라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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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산 정상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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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본 제3봉(좌측)과 제2봉(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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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본 소양호(줌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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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본 조망




강원도 서쪽지방 제1의 전망대에 섰지만 시계(視界)가 약간 흐린 게 흠입니다. 북쪽으로는 점봉산 너머 설악산이 도열해 있겠지만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방금 지나온 제2봉에 도착한 사람들이 정상에 오른 글쓴이를 보고 부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맞은편 길로 내려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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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바라본 산세





암봉 하산로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전철책과 안전발판 그리고 때로는 로프의 도움을 얻어 조심스럽게 내려옵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독백처럼 내뱉습니다. "이 산을 만만히 보았다간 큰 코 다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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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하산길(실제로는 매우 가파름)

    



험로를 다 내려오니 오른쪽으로 샘터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이를 따라가니 정상아래 남쪽 바위벽면사이에서 샘물이 솟아나옵니다. 겨울이라 겨우 한 두 방물 씩 떨어지는 석간수이지만 목마름에 지친 등산객들에게 청량감을 더해주는 가리산의 특색 있는 자랑거리입니다. 이 석간수는 흐르고 흘러 400리의 물길인 홍천강으로 스며든다고 합니다. 누군가 고맙게도 바가지를 놓아두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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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수 앞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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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수와 바가지





이곳에는 다른 팀에서 온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만 글쓴이는 바로 발길을 돌려세웁니다. 이제부터 또 길은 부드럽게 이어지다가 무쇠말재에 다다릅니다. 고개의 이름이 매우 특이하군요. 옛날 이 일대에 큰 홍수가 나서 물바다가 되었을 때 무쇠로 배터를 만들어 배를 붙들어 놓았다 하여 무쇠말재라 하는데, 그 당시 모든 사람이 다 죽고 송씨네 오누이만 살아 남았다고 합니다.

높은 산인데도 불구하고 배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것을 보면 아주 오랜 과거에는 여기까지 물이 들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방태산의 깃대봉에서 안부를 지나 정상인 주억봉(주걱봉)으로 가는 능선에도 "배달은석"이라는 큰 바위가 있는데, 이는 옛날 대홍수 때 배를 매어둔 바위라는 것입니다.

이제 왼쪽으로 하산합니다. 눈길이지만 아이젠을 착용하여 안전하게 길을 갑니다.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은 낙엽송 사이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두 개의 계곡이 만나는 합수점을 지납니다. 온 종일 햇볕을 받지 않는 계곡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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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송




계곡 옆으로 조성된 길을 따라 가면서 보니 바로 인근에 야생동물용 먹이가 놓여 있습니다. 관계당국에서 제공한 옥수수입니다. 최근에 놓아둔 듯 동물이 먹은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다니는 등산로 곁보다는 좀더 인적이 드문 안쪽에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야간에는 사람이 다니지 않으니 이곳도 동물세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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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먹이




이제 휴양림지역입니다. 아담한 통나무집이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는 가운데 숙소의 명칭도 새의 이름으로 붙여 놓았네요. 뻐꾸기, 종달새 등 이름만 들어도 매우 정감이 갑니다. 휴양림지구 인근 도로변에는 학창시절에 배웠던 명시(名詩)를 나무잎사귀 모양의 판지에 적어 붙어 놓았는데 지은이를 표기하지 않는 것은 옥의 티입니다. 휴양림을 지나니 곧이어 주차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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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통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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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통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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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표시 없는 명시




해발 1천 미터 급의 산이라 설경을 기대했지만 오늘은 바닥에 깔린 눈만 보았고, 정상의 3개 암봉을 오르내리느라 힘을 뺀 산행이었습니다. 가리산은 강원도에서 가장 진달래가 많이 피는 산이라고 하므로 다음 기회에는 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방문해야겠습니다.


《산행 개요》

△ 산행 일자 : 2008년 1월 20일(일)
△ 산행 코스 : 휴양림주차장-능선삼거리-가삽고개-제2봉-제3봉-제2봉-제1봉-
               석간수-무쇠말재-휴양림-주차장
△ 산행 거리 : 약 8km
△ 소요 시간 : 3시간 50분
△ 가는 길 : 홍천에서 인제로 연결되는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두촌면에서
             좌회전하여 가리산 자연휴양림방면으로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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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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