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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에 위치한 고갯마루인 대관령. 해발 832m인 이 고개는 강릉에서 서쪽으로 17㎞ 정도 떨어져 있으며, 예로부터 태백산맥을 넘는 고개의 하나로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관문이었습니다. 이 일대는 황병산·노인봉·선자령·발왕산에 둘러싸인 높고 넓은 지역입니다. 대관령 옛길은 고개의 굽이가 99개소에 이른다고 하여 "아흔아홉구비"라고도 합니다.

  길이가 13km에 이르는 대관령지역은 봄·가을이 짧고, 겨울에 적설량이 많습니다. 몇 년 전 영동고속국도 상에 7개의 대관령터널이 개통된 후 이 지역이 폐허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그 후로도 백두대간을 오가는 사람들이 연중 드나드는 교통의 요지가 되고 있습니다.

  2008년 2월 9일 토요일 아침, 등산버스가 영동고속국도 횡계나들목을 나와 대관령으로 접근합니다. 차창 밖으로는 바다에 사는 명태가 어부의 손을 거쳐 농부의 도움으로 황태로 변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황태덕장에는 무수히 많은 황태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대관령 주차장. 대관령으로 접근하는 버스를 타고 오면서 싸락눈이 흩날리는 차창 밖을 내다보며 밖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다고 좋아했을 때만 해도 겨울 대관령의 참 모습을 몰랐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볼때기에 전해지는 차가운 공기가 매우 싸늘합니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도, 대관령은 영하 10도라고 했습니다. 더욱이 칼바람이 쌩쌩 몰아치니 체감온도는 더욱 낮을 것입니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안면마스크를 착용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 이곳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거대한 풍력발전기이지만 오늘은 전혀 조망이 안될 정도로 기상이 나빠 발전기는 그 흔적조차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10:35). 그 대신 을씨년스러운 기류가 강한 바람에 날아가는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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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의 모습




  고갯마루 위에는 영동고속국도 준공기념탑이 모진 풍파를 맞으며 꿋꿋이 버티고 서 있는 가운데 오른쪽으로 들어섭니다. 대지 위에는 엄청나게 많은 눈이 쌓여 있지만 먼저 지나간 사람들이 러셀(눈길을 헤치고 지나감)을 해 놓아 길을 가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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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고속국도 준공기념비와 선자령 방면




  능경봉 갈림길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립니다(10:48). 임도 옆에 서 있는 능경봉입구 1.0km, 제왕산 1.3km 이정표는 겨우 맨 위 부분만 남겨 놓은 채 눈에 파묻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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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파묻힌 이정표




  좌측의 계단을 오르니 동부지방산림청에서 세운 대관령을 설명하는 안내도가 있습니다. 뒤돌아보니 희뿌연 안개뿐 지나온 능선과 대관령은 그 형체만 어렴풋이 보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 안내문에는 대관령의 해발을 865m로 표기해 두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자료와 지도에는 832m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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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안내문




  계속하여 능선을 따라 오르니 두 번째 안내도가 보입니다. 뒤돌아보면 능경봉과 대관령 그리고 멀리 곤신봉까지 조망된다고 하였지만 오늘은 방금 지나온 능선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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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한 그루의 고사목을 지나가니 우뚝 솟은 바위가 길을 가로막습니다. 바로 촛대바위입니다. 이 바위를 뒤로하고 인물 좋은 소나무 몇 그루를 뒤로하자 드디어 제왕산정상(841m)입니다(11:40). 세찬 칼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사람들은 저마다 정상이정표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고맙게도 산악회 가이드 한 분이 자신의 카메라로 등산객들에게 기념사진을 찍어 주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날씨가 험할 때는 사진을 찍는 것도 고역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도 미안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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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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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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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산 정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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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소나무




  글쓴이도 이 분에게 부탁하여 증명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안면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2003년 1월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칼바람 부는 소백산 비로봉을 올랐는데, 그 당시 체감온도 영하 39도에서 반쯤 죽었다가 겨우 살아난 이후로 안면마스크는 한겨울산행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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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이정표와 소나무

           

  조금 더 가니 두 번째 정상표석이 보입니다. 오석(烏石)으로 만든 표지석에는 해발이 840m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제왕산은 그 높이가 840.6m라고 하므로 반올림하면 841m가 맞을 것입니다. 가까이 위치한 두 개의 정상안내문에 해발 높이가 다른 것은 이를 설치한 사람들의 마음의 자세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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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산 표지석




  삿갓바위를 지나자 대관령박물관 4.1km이정표가 길을 안내합니다(12:00). 이곳은 강릉지방과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처이지만 오늘은 산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조망은 포기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안내그림만 보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내려서는 능선 길에도 칼바람이 몰아쳐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잘 못하면 오른쪽의 벼랑으로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자세를 낮추고 스틱에 의지한 채 조심스럽게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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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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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전망대 삼거리 이정표




  이곳에는 유난히 노송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큰 나무들은 모두 남쪽을 향해 비스듬히 서 있습니다. 매서운 북풍을 맞으며 자라니 나무인들 똑 바로 서 있기가 힘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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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비스듬히 자라는 소나무들




  임도를 지나 하산하는 길목에는 정말로 아름드리 노송들이 숲 속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모습이 당장 베어다가 경복궁을 복원하는데 사용하여도 가능할 것 같은 그런 나무입니다. 때로는 소나무 중의 으뜸이라는 적송도 보입니다. 이와 같은 노송군락은 빙판으로 변한 제왕폭포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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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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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군락지와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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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긴 소나무




  이제 경사가 급한 내리막은 다 지나왔습니다. 계곡 옆으로 조성된 길을 따라 갑니다. 하얀 눈 위에는 등산객들이 끼리끼리 모여 따끈한 국물로 추위를 녹이고 있는 모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눈이 있는 계절을 제외하고는 산에서 불을 피워서는 절대로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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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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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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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어붙은 물레방아도, 우주선을 모방한 공중화장실도 특이한 볼거리입니다. 펜션 앞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립니다. 밥그릇에는 먹을 것 대신 눈만 있으니 배가 고픈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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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물레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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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닮은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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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길은 현대적인 도로가 개통되기 이전의 대관령옛길입니다. 그래서 옛길주막도 있습니다. 우리의 선조 들은 짚신을 신고 개나리 봇짐을 등에 맨 채 이 길을 따라 대관령을 넘었을 것입니다.  

  도로를 따라 걸어나오니 "대관령 옛길"을 알리는 표석이 있고, 이웃에는 대관령 박물관이 보입니다(13:35). 그러나 산악회 측에서는 강릉의 주문진항으로 가야된다고 하니 박물관에 들릴 시간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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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옛길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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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박물관




  오늘 8.6km 거리의 산행에 3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사실 새벽잠을 설치고 먼길을 달려와 겨우 3시간동안 등산을 하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 그러나 눈보라와 칼바람 몰아치는 제왕산 능선 길을 경험한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산행거리와 시간이 너무 짧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글쓴이도 평소 답사하기 어려운 제왕산을 밟은 것이 흐뭇할 따름입니다. 다만 시계가 나빠 조망을 전혀 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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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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