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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초복이다.
이 때에는 삼계탕을 주로 먹지만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떳떳하게(?) 보신탕을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의학에서는 바깥 기온이 높으면 내장은 오히려 차가워진다고 본다.
복날에는 사람들이 더위로 불편해하지만 위장은 반대로 가장 차갑다.
따라서 열을 내는 음식이나 약을 먹어서 더위를 이겨야 한다.
이것이 소위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법칙이다.


개고기나 닭고기는 열이 많은 음식이므로 차가워진 위장을 보호한다고 한다.
따라서 삼복더위에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은 배탈이 나기 쉬운 여름철
배를 따뜻하게 하여 건강을 지키려는 조상들의 지혜인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군대생활을 하면서 이 개고기에 대한 쓰라린 추억을 가지고 있다.
    

내가 1970년 6월부터 육군이병으로 동해안경비사령부에 배속되어
분대초소에서 취사당번노릇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고참들이 조그마한 개를 한 마리 잡아 와서는 이를 삶게 하였다.
솥에 불을 지피는 것은 취사병의 일이어서
나는 군소리 못하고 이를 삶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같이 먹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보신탕도 음식으로 생각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때였다.
왜냐하면 내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너는 태어날 때 탯줄을 어깨에 걸고 나왔으니 개고기를 먹으면 절대로 안 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보신탕 수육



나는 개고기를 먹을 줄 모른다고 했더니
고참은 졸병놈이 군기가 빠져 고참이 먹으라고 지시하는 데도
안 먹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다그쳤다.

"뭐라? 개고기를 안 먹겠다고? 이 놈 봐라!
 너! 개고기를 먹을 래? 빠따(매)를 맞을 래?"

먹는 음식을 가지고 이렇게 졸병을 괴롭히는 게 군대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말 개 같은 세상이다. ㅈ통수는 불어도 세월은 가겠지! 젠장!)


나는 차라리 매를 맞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도 인간인지라 때리지는 않고
자기네들끼리 맛있게 먹어 치웠다.
사실 한 명이라도 입이 줄었으니 그들의 몫이
오히려 늘어난 것에 대해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음날 인근에 있는 분초대원 한사람이 와서
개 한 마리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그 개는 자기 분초에서 기르는 군견인데,
어제 분초장을 따라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아서 찾는 중이라 했다.
내가 보기에 말이 군견이지 정식으로 훈련받은 개는 아니고
먹다 남은 음식을 주면서 심심풀이로 기르는 잡종개였다.


이미 우리 분초 고참들의 뱃속에 들어 있는 개를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모두들 개는 커녕 개 그림자도 본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이를 경험하고 보니 군대에서의 명언 한 개가 머리에 떠올랐다.

"군대에서는 먼저 본 놈이 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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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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