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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분단의 아픔이 깃든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현장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지만 그동안 한반도에서 가장 첨예한 대결이 이루어지는 중무장한 지역으로 군사적 충돌 위험이 상존했던 곳입니다. 정부는 DMZ에 평화를 공고히 정착시키고, 접경지역의 번영·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평화누리길(DMZ 평화의 길)을 추진합니다.
평화누리길은 북한과 맞닿아 있는 서해안 강화도에서 동해안 고성까지의 접경지역을 동서로 연결하는 트래킹 및 자전거길입니다. 경기도 평화누리길은 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 등 4개의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의 걷는 길 12개 코스로 거리는 189km입니다. 강원도 평화누리길은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을 관통하는 20개 코스로 총 연장 361.2km입니다.
이번에는 강원도 평화누리길 양구구간입니다. 양구군은 우리나라 국토의 정중앙이 위치한 곳으로 북으로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중부내륙산간에 위치해 대륙성 기후의 특성이 나타나 기온은 연교차가 매우 심한 지역입니다. 생태계의 보고를 그대로 간직한 땅 양구의 DMZ 특히 두타연은 한국전쟁이후 50여 년간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2004년 개방되어 원시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양구군은 5개의 읍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구는 21천 여 명입니다.
평화누리길 양구 9코스 “양구 평화의 길”은 평화의 댐에서 출발해 종점상회와 백자박물관을 거쳐 두타연갤러리에 이르는 23.5km의 보도길입니다. 이와 관련, 9코스의 거리가 중구난방으로 달라 정말 헷갈립니다. 강원도에서 발간한 “평화누리 자전거길”안내도에는 23.5km로 표시되어 있지만 현지 안내도에는 26.3km로 적혀 있는데 다만 목적지가 두타연갤러리를 지나 두타연까지 더 멀게 표기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평화의 댐에서 첫 번째 중요기착지인 종점상회까지의 거리입니다. 강원도 안내도와 현지 안내지도에는 9.7km로 표기되어 있지만 현지 이정표는 13.4km로 씌어져 있습니다. 특히 자전거길 완주 시 공식스탬프를 제공하는 “올댓스포츠” 홈페이지에는 9코스의 거리가 29.4km로 되어 있는데 이는 이 구간 거리를 13.4km로 계상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9코스를 걷는 이들은 총 거리를 29.4km로 생각해야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거리는 자전거로는 2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지만 도보로 걷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필자를 비롯한 일부 회원들은 평화의 댐에서 종점상회까지의 거리는 생략하고 종점상회에서 출발하려 합니다.
먼저 당초 출발지인 평화의 댐에서 약 30분 동안 평화터널 앞 안내소, 전망대, 세계평화의 종, 비목공원을 둘러보았습니다. 화천군 화전읍 동촌리 소재 평화의 댐은 북한의 임남댐(금강산댐)의 수공(水攻) 위협에 대비해 1980년대 중반 국민성금과 정부예산으로 화천댐의 북한강 상류(구만리)에 건설한 댐(1차 건설 : 댐 높이 88m)입니다. 평화의 댐은 북한강에 위치한 임남댐으로부터 물길 따라 하류 36km 지점, 화천댐으로부터 물길 따라 상류 24k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댐은 1990년대 후반 수해 시 홍수조절 기능이 입증되면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전망대에서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 한참 내려가면 평화의 댐 하류쪽에 세계평화의 종공원, 염원의 종, 국제평화아트파크가 있지만 제한된 시간으로 인하여 이곳을 둘러보지 못한 채 등산버스를 타고 460번 지방도로(평화로)를 이용해 종점상회(종점마을)로 갑니다. 양구군 방산면 오미리 소재 종점상회에서 도로를 따라 북동쪽의 각시교 쪽으로 갈 수 있지만 우리는 남서쪽으로 돌아 수입천 둑길을 걷습니다. 수입천변에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그래도 양구군이 평화누리길 이용자들을 위해 신경을 제법 쓴 모습입니다.
축사를 지나 직연폭포 이정표를 길잡이로 삼고 갑니다. 논의 벼는 이미 황금들녘으로 변했더군요. 수입천을 따라 U자형으로 구부러진 길은 수입천의 물막이용 수중보를 건너도록 되어 있지만 하천의 물이 많아 도저히 건널 수가 없어 행복마을버스 정류소를 지나 460번 지방도로변의 오미막국수 방면으로 우회합니다. 이곳에는 오미리산촌생태체험관이 있네요. 양구군에서 수입천을 건널 수 없을 경우 우회로 지정과 이와 관련된 정보를 현지에 게시하지 않은 것은 유감입니다.
여기서 도로를 따라 가다가 오미천에 걸린 각시교를 건너 좌측으로 몸을 돌려 세웁니다. 도로변에는 꽃범의 꼬리가 앙증맞게 피어 있습니다. 각시교에 서니 아까 건너지 못한 오미천의 낮은 보가 저 어디쯤 있을 것 같군요. 수입천의 우측 제방길을 걸어가노라니 바람개비가 펄럭이는 물소리터를 만났습니다. 수입천에 살고있는 독수리조형물이 곧 하늘로 비상할 듯 합니다.
금악교를 건너 우측으로 갑니다. 밤나무에는 밤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군요. 붉은 색 아취형 교량을 건넌 후 도로변 데크길을 만나 편안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장평체육공원과 현리.장평리.금악리 표석을 지나갑니다. 방산면 복지회관과 방산우체국을 뒤로하면 도로변에 있는 조선백자시원지라는 이정표가 이방인을 반겨줍니다.
나란히 놓여 있는 두 개의 교량 옆을 통과하면 오늘 코스의 명소인 양구백자박물관입니다. 양구군 방산면 장평리 소재 양구백자박물관(구 방산자기박물관)은 방산 지역의 백자를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도자기 생산지로서 양구군 방산면은 이미 고려시대 이래로 주목받는 곳이었으며, 조선시대에는 경기도 광주 분원에 원료를 공급하였던 곳으로 광주분원의 기술과 조형미가 이식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6.25 이전까지도 요업이 계속되었으며, 조선~근대로 이행하는 시기 우리나라 근대 도자산업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지입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양구백자실 및 현대백자실을 대충 둘러보고는 발길을 재촉합니다.
양구백자박물관을 나와 조금 가면 바로 수입천의 명소인 직연폭포입니다. 방산면 칠전리 소재 직연폭포는 수입천 하상에 발달한 높이 15m의 폭포로 물줄기가 곧바로 떨어지므로 직연폭포라 부르게 되었으며, 주변은 높이 20여m의 암벽이 병풍을 둥글게 세워놓은 듯한 경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폭포 아래에 위치한 직연소는 깊이가 20m나 되고 수십 가지 어족이 서식하고 있고 있다고 합니다.
직연폭포를 뒤로하고 계속 수입천을 따라 갑니다. 나무 등걸에 버섯이 하얗게 피어 있군요. 우사(牛舍)의 소들도 날씨가 무더운지 축 늘어져 있는 모습니다. 대추나무에는 대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맨드라미도 피어 있는 정겨운 산촌마을입니다. 수입천을 가로지르는 자월교를 건너 좌측으로 갑니다. 설악초도 그 자태를 뽐내고 있군요. 고즈넉한 마을길을 걸어가노라면 수입천에 간혹 보이는 바위가 멋진 풍경을 선사합니다.
비닐하우스 군락지를 지나면 수입천의 바위지대에 상당히 보기 좋은 폭포가 있습니다. 낮은 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까 만났던 직연폭포에 견줄 정도로 웅장합니다. 송현1교 옆 송현1리마을회관을 지나가다가 송현교를 건너 도로(평화로)를 따라 우측으로 갑니다. 8766부대 앞을 지나 구부러지는 수입천의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협동교와 송현2교를 지나 두타연 터널을 통과하면 목적지인 두타연 갤러리입니다. 양구군 방산면 고방산리 소재 고방산 교차로 옆에 자리한 투타산 갤러리는 두타연 탐방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소입니다. 일명 배우 소지섭갤러리로 불리는 이곳은 소지섭이 영화촬영을 하며 양구군과 인연을 맺었는데, 민통선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 강원도 DMZ 일대를 배경으로 포토에세이집 《소지섭의 길》(2010)을 출간한 게 인연이 되어 양구군과 깊이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전시실에는 소지섭이 영화와 드라마 촬영 때 입었던 의상과 스틸 사진으로 소박하게 꾸몄다고 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날(일요일)은 문이 닫혀 있어 내부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단 갤러리에는 두타연 관광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갤러리 맞은편에는 양구관광안내도와 백석산지구 전투전적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백석산지구 전투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8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중동부 전선의 전술적 요충지인 백석산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국군 7사단과 8사단이 북괴군 12사단과 32사단을 격퇴한 전투입니다.
오늘 약 19km를 걷는데 4시간 2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평화의 댐에서 종점상회까지는 걷지 않았지만 종점상회에서부터는 수입천(길이 34.8km)을 따라 걸으며 양구백자박물관과 직연폭포를 만나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 9월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낮 최고기온이 높아 땀을 많이 흘렸네요. 강원도 평화누리 자전거길은 자전거 통행위주로 길을 조성해 보행자가 걷기 어려운 장거리도 있기에 이 길을 이용하는 이들은 자신의 체력을 감안해 거리를 조정해야할 것입니다.
《강원도 평화누리길 양구 9코스 개요》
▲ 일자 : 2023년 9월 3일 (일)
▲ 코스 : 종점상회-수입천변-오미막국수-각시교-물소리터(바람개비)-금악교-방산면 복지회관-양구백자박물관-직연폭포-송현1리마을회관-협동교-송현2교-두타연터널-두타연갤러리(고방산교차로)
▲ 거리 : 19.3km
▲ 시간 : 4시간 2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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