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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동이>를 보면서 숙종(지진희 분)과 조선의 임금에 대해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대체 만백성의 왕이라는 사람이 당파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누가 아첨하고 모함하는 간신인지, 또 누가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충신인지를 구분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종영된 <추노>에서도 인조는 청나라에 불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가 귀국하자마자 좌의정을 비롯한 간신들의 농간에 빠져 세자를 죽이고 그의 아들인 석견마저 없애려고 혈안이 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원균의 모함을 받은 이순신 장군을 삭탈관직해 나중에 백의종군케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였습니다.

적어도 한 나라의 왕이라면 반대파의 동향을 감시할 수 있는 심복이라도 두어 이들의 동태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상식입니다. 그런데도 권력과 재물에 눈이  먼 부패한 세력은 도처에 첩자를 심어 국정을 좌지우지하지만 무능한 임금은 허구한날 당하기만 합니다. 

<동이>의 경우 명성대비 탕약사건에서 감찰부와 동이가 귀신같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내의원의 허 의관을 체포였지만, 숙종이 입회한 자리에서 허 의관이 "이번 모든 일을 시종일관 지시한 분은 중전마마"라는 청천벽력 같은 대답 한 마디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고, 조정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번 일을 처음부터 꾸민 것은 장희빈(이소연 분)의 오라비 장희재(김유석 분)였습니다. 그는 남인의 우두머리인 좌의정 오태석(김동환 분)에게 자신이 희빈의 앞날에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호언장담합니다. 이들은 명성대비(박정수 분)가 희빈을 눈엣가시처럼 반대하니 대비가 죽어야 희빈이 중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 때문이지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희빈은 결국 오라비에게 설득을 당해 동이에게 "자신이 탕약사건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해서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

장희재-희빈 남매는 허 의관을 환(어음) 1만냥에 매수하여 결국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만들었고 숙종 앞에서 중전인 인현왕후(박하선 분)를 명성대비를 시해하려는 주범으로 몬 것입니다. 숙종은 이 사건을 포도청에서 의금부로 넘겼는데, 이는 희빈 남매에게 면죄부를 준 한심한 조치였습니다.

당시 남인의 수장 오태석은 이미 희빈 남매 편에 줄을 섰고, 그의 조카인 오 윤(최철호 분)은 의금부 간부였습니다. 그 당시 숙종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자는 조정에서는 병판 대감이었지만 그는 별로 힘이 없었고, 그 외에 포도청 서용기(정진영 분) 종사관과 감찰부 궁녀 동이(한효주 분) 정도였는데, 남인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의금부에 사건을 넘겨 버렸으니 그냥 중전을 죽이기로 작심한 꼴이 되고 맙니다. 의금부로서는 내의원 의관이 중전의 사가(私家) 사람이었다는 것을 핑계로 중전을 보필한 상궁나인을 고문하여 죄의 자복을 받음으로써 중전이 폐서인(廢庶人) 되도록 신속히 몰고 간 것입니다.




숙종으로서는 중전과 희빈 누구도 내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숙종은 평소 중전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왕통을 계승할 왕자를 낳지 못한 게 그 원인일 것입니다. 중전은 명성대비의 신임을 받고 있는데, 대비는 희빈을 싫어합니다. 숙종은 중전이 투기하여 대비를 통해 희빈을 멀리하라고 사주한다고 오해했을 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중전으로서는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인 명성대비가 오래 살아야 자신의 목숨도 길어지기 때문에 그녀를 시해할 이유가 없는데, 숙종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앞뒤 분간도 못하는 무능한 숙종은 희빈이 "대체 언제까지 그런 억울한 모함을 받고 살아야만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번에도 전하가 자기를 믿지 못하느냐는 눈물어린 호소에 그만 총기를 잃고 맙니다. 중전의 눈물은 가증스럽고, 희빈의 눈물은 사랑스러웠나 봅니다. 숙종은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내쳐야 한다고 신세한탄을 하면서 모든 정사를 멀리합니다. 전후를 생각하면 내쳐야 할 사람은 희빈이지만 그녀는 이미 왕자를 생산하였고, 또 숙종은 이미 희빈 치마폭의 노예가 된 탓입니다. 대비의 신상에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덕을 볼지는 뻔합니다. 중전의 후원자가 사라지면 당연히 희빈이 득세할 것인데, 희빈의 뒤에 누가 있는지 모르는 숙종은 한심하게도 희빈의 계략에 말려든 것입니다.     
 




동이는 고향 오라비 차천수(배수빈 분)와 함께 중전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려고 동분서주하는데요. 1만냥 짜리 환(어음)의 출처를 캐내려다가 장희재의 수하에게 납치되어 수장(水葬)됩니다. 바로 이 순간 흑기사 차천수가 짠~하고 나타나 동이를 구해주네요. 간 큰 동이는 장희재를 찾아가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상단의 서기를 잡아 가두고 있다며 희재를 협박(?) 하네요. 사실 그는 죽었는데 희재는 그가 죽은 줄 모르고 있거든요. 동이는 그자를 넘겨줄 테니 의금부 수사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이제 정말 희재는 동이의 배짱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간담이 서늘했을 것입니다.    





한편, 숙종은 이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할 길이 없어 외로운 동이를 몰래 불러내 잠시 왕의 체면을 잊고 한성부 판관으로 되돌아가 동이와 한밤의 데이트를 즐깁니다. 숙종은 중신들도, 중전도, 희빈도 그 누구도 보고 싶지 않은데 갑자기 동이생각이 났답니다. 일종의 사랑고백인 셈이네요. 오래 전 동이를 만나 담을 넘는 법을 배웠더라면 진작 넘어갔을 거라고 신세타령을 하는군요. 숙종은 중전도 희빈도 믿지 못하니 동이에게 임금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 주기를 요청합니다. 임금 옆에서 오래 오래 믿을 수 있는 벗으로요. 동이도 이 말뜻을 알아들은 듯 합니다.





희빈은 울적한 숙종을 위로해주기 위해 방문하였다가 문전박대 당한 후 숙종과 동이가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며 동이를 단순히 똘똘한 감찰부 궁녀가 아니라 앞으로 자신의 연적이 될 수 있음을 직감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희빈은 후일 화근을 미리 뿌리뽑기 위해 동이를 없애자는 장희재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거든요. 





지난 20회에서 명성대비가 숨졌습니다. 이제 걸림돌도 없어졌고 중전이 시켰다는 궁녀의 자복까지 받은 이상 앞으로 드라마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숙종은 중전인 인현왕후를 폐하고 희빈을 새로운 중전으로 맞이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동이가 인현왕후의 무고를 밝혀 장희재-희빈 남매에게 사약을 내리게 만들겠지요.

숙종은 처음 등장 할 때부터 근엄한 왕의 모습에서 권위를 내려놓은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섰으며, 동이와 운명의 만남을 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시청자들은 그에게 "깨방정 숙종"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는 아첨꾼에 둘러싸여 사리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는 허수아비처럼 "허당 숙종"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숙종이 얼른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여 희빈을 내치고 동이에게 성은을 베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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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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