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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은 연인들에게는 낭만과 추억의 길이며 보통사람들도 걷고 싶은 길입니다. 그런데 이 길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는 화가가 한 분 있습니다. 바로 금년 79세(1932년생)의 조용준 옹입니다. 글쓴이는 덕수궁 돌담길(정동길)을 걸어가다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노신사를 발견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그림을 보니 거리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그림입니다. 경복궁 경회루와 향원정에 가면 현장의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를 종종 목격하거든요.


 

글쓴이는 도로맞은편 담장 밑에 진열해둔 70여 점의 그림을 가리키며 선생님이 그렸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함박웃음을 띠며 그렇다고 합니다. 붓이 아닌 칼로 그림을 그리는 뒷모습의 사진을 찍은 뒤 얼굴사진을 넣어 블로그에 소개해도 되는지 물었더니 그는 흔쾌히 응하며 의자에 앉으라고 권합니다. 그러더니 옆의 가게로 가서는 어느 새 캔 음료수 두 개를 사 가지고 옵니다. 오히려 글쓴이가 대접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되었습니다.

 



그는 2년 전부터 이곳을 놀이터 겸 일터로 삼았다고 합니다. 조 화백은 경기도 양주에서 전철을 타고 1시간 동안 서울시청까지 오면서 여느 사람들처럼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대신 당일 작업할 그림을 마음속으로 상상하며 그린답니다. 이른바 마인드 컨터롤이로군요. 그는 이런 작품에 대해 그림을 원하는 사람에게 판매하여 용돈을 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정이 어려워서 택한 일은 아니랍니다. 그는 부산사범학교를 다니다가 6.25전쟁 시 학도병으로 끌려갔으며 미군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준 게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였답니다. 그는 정식으로 그림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1960∼80년대 여러 차례 초대전(招待殿)도 개최한 화가였습니다.

그는 한동안 붓을 놓고 농장일을 하며 소일하다가 개발사업으로 농장이 수용되는 바람에 그만두고 다시 붓을 잡았답니다. 현재 멀리서 사업을 하는 장남과 변호사인 차남이 아버지에게 이런 생활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는 자식들에게 신세지기도 싫고 또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 건강만 하락한다면 5년 정도는 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글쓴이가 보아도 그의 그림은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는 모사한 작품인데 얼핏보니 진품(?) 같습니다.

 

 


 

 박수근의 빨래터 (모사품)

그는 이곳에 자리를 잡은 후 오가는 사람들을 벗삼아 붓(칼끝)을 놀립니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행인들과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꿈과 희망을 그리는 화가"라고 씌어져 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이 아무리 걷고 싶은 길이라고는 하지만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돌담길 아래 진열해 놓은 그의 작품을 바라보노라면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서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의 좌측으로 들어가면 조용준 옹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연세에 비해 매우 정정해 보이는 그는 앞으로도 덕수궁 돌담길에서 계속 "꿈과 희망을 그리는 화가"로 노익장을 과시할 것입니다. 그의 그림 중 몇 점만 사진으로 소개합니다.(2011. 7. 30) 

 

 

 

 

 

 

 

 

 

 

 

 

☞ 조용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102203a?Redirect=Log&logNo=140087908433
그의 블로그는 미국에 유학간 큰손자가 개설해 주었는데 지난해 9월 이후에는 올린 그림이 없습니다. 그는 블로그에 사진을 올릴 줄 모른다고 합니다.(아래 사진은 조 화백의 자화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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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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