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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망왕자 역의 정태우


 
사료에 정통한 사람들은 고국양왕은 외아들인 담덕왕자를 두었는데 위로 담망왕자가 있다는 설정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담망왕자가 고구려 제19대왕인 광개토태왕이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드라마는 장자인 담망(정태우 분)대신 차남인 담덕(이태곤 분)을 태자로 삼아 왕으로 추대하려면 담망에게 큰 사고가 발생하여 생명에 문제가 생기거나 아니면 스스로 왕이 되길 포기하는 등 담망왕자를 죽이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선택한 방법이 이른바 벽서사건입니다. 벽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조정에 간신들이 득세하여 백성을 토탄에 빠뜨리고 있다. 담덕왕자가 아니면 누가 간신들을 몰아내랴! 담덕 공의 기개가 남다르니 다음 왕위는 담덕왕자가 이어야한다.』

이 벽서사건은 부패한 성주로 국고를 착복하고 무고한 백성을 죽인 죄로 참형에 처해진 가렴의 형인 가라지(오욱철 분)가 동생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저지른 것입니다. 이런 벽서가 나붙으면 형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르겠다는 하극상을 표출한 담덕에게 치명적인 화(禍)가 미칠 것으로 판단한 것은 큰 오산입니다. 벽서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인물은 담망이 되었고, 오히려 담덕은 차남이면서도 다음 왕이 되어야 한다는 백성들의 신망을 얻었을 뿐 아니라 조정 내에서도 지지자가 생긴 것입니다. 결국 가라지의 그릇된 복수심은 역설적으로 담덕왕자를 제왕으로 만드는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벽서사건 이후 겉으로는 대범한 척 했던 담망은 속으로는 열등감에 휩싸여 형제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간신 가라지의 농간에 점점 빠져듭니다. 담망은 담덕을 찾아와 왕으로부터 세자의 징표로 물려받은 보검을 내려놓으려 "내가 검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나약한  소릴 하더니 급기야는 "두려워하지 않은 기상을 가진 네가 부럽다"고 합니다. 놀란 담덕은 "전 폐하와 형님을 보필하는 화살의 깃이 될 것"이라고 자신을 낮춥니다.


담망은 편전에서 형제간의 우의를 과시하고 또 세상을 알기 위해 저자거리를 기찰하겠다고 건의하여 왕의 윤허를 받습니다. 담덕의 수하로 위장하고 대장간을 방문한 담망은 연장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대장장이가 내리치는 칼을 잡고 있기만 했는데도 손이 부르틉니다. 담망의 손을 본 대장장이는 귀한 담덕왕자의 손은 자기 손보다도 더욱 험하다며, 담덕이 태자가 되어야 한다는 벽서의 내용에 국내성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합니다. 조정에서도 국상 개연수(최동준 분)와 계필(선동혁 분)은 왕에게 조속한 태자책봉을 건의하지만 왕은 "두 왕자가 성인이 된 후 됨됨이와 능력 그리고 민심의 동향을 보고 결심"하겠다고 선언합니다.

한혈마(汗血馬)란 피와 같은 땀을 흘리는 명마라고 합니다. 하루에 천리길을 달리지만 거칠고 사납기 때문에 보통의 능력으로서는 다루기 힘들어 이른바 제왕지마(帝王之馬)라고 불린답니다. 관운장이 탄 적토마도 바로 이것이랍니다. 말갈족 부족장 설도안(김규철 분)은 이 말을 담망왕자에게 선물토록 가라지에게 건의합니다. 말을 탈 줄 아는 이들은 명마에 대한 욕심이 있겠지요. 담망은 이 말을 타다가 낙마하여 부상을 입고 맙니다. 담덕은 괘씸한 말을 칼로 베어버리려고 하지만 고운(김승수 분)은 말 못하는 짐승을 탓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담덕의 행동은 참으로 엉뚱합니다. 형을 아끼는 마음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말(馬)이 무슨 죄가 있다고 짐승에게 화를 내나요?

담덕은 꼭 이 말을 굴복시키겠다며 끌고 나가서는 멋지게 성공합니다.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동생 담덕이 성공했다는 말을 들은 담망이 실망하자 간신 가라지는 교묘하게 혀를 놀립니다. "담덕은 자신이 잘 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형인 담망왕자님을 업신여긴 것"이라고. 담망은 폭음을 하면서 "아바마마, 대신들, 그리고 백성들도 모두 담덕을 칭송한다"며 괴로워합니다. 그는 자기의 주변에 믿을 사람은 오로지 가라지공 뿐이라고 합니다. 모든 일에 당당하고 동생인 담덕을 잘 챙겨주던 담망은 벽서사건을 계기로 소심한 찌질이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담망이 이런 추한 꼴을 보이는 대신 명예롭게 퇴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한편 개연수의 최측근인 모수가 등장하더니 새로운 평지풍파를 몰고 옵니다. 개연수가 담망왕자의 낙마사건을 떠올리자 모수는 "말 한 마리가 무슨 대수냐. 국상은 원하는 패를 쥐고 있다. 국상의 아들을 태자로 삼으면 된다"라고 한 것입니다. 놀라는 개연수에게 모수는 "사위도 자식"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결국 모수는 개연수의 딸을 담망왕자에게 시집을 보내라는 전략을 건의한 것입니다. 이들은 편전에서 두 왕의 국혼을 건의하는데요. 임금은 왕실종친들과 상의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판 또 이상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담덕은 담망이 찾는다는 소식에 형에게 가는데 담망왕자 처소에 자객이 들었다며 호위군사들이 뛰어 갑니다. 담덕도 칼을 빼어들고는 도망가는 자객을 뒤쫓아가는데 돌연 담망이 나타난 것입니다. 틀림없이 가라지와 후연말갈족의 살인조가 벌인 음모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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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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