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소재 보원사지(普願寺址, 사적 제316호)는 통일신라시대 이전 삼국시대 백제의 절터(부지면적 약 3만평)입니다. 이곳에는 모두 5점의 보물(법인국사탑, 법인국사탑비, 오층석탑, 당간지주, 석조)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간 통일신라 말에 창건되어 고려시대에 융성했던 사찰로 인식되어 왔으나 약 50여 년 전 6세기 중반 백제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여래입상의 발견으로 창건연대가 백제시대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곳입니다.
보원사지는 용현계곡의 평탄한 대지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용현7교에서 우측으로 진입하면 서산 아라메길 관광안내소 옆에 보원사지를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조금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보원사지인데 내포 가야산 성역화와 보원사 안내현판이 있고, 보원사지에서 출토된 유물, 보원사지와 관련이 있는 철조여래좌상과 고려철불좌상의 사진이 게시되어 있습니다. 이 2구의 철불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입니다.
보원사 법당과 종무소 옆에는 목어와 법고가 놓여 있고 뜰에는 사지발굴과정에서 발견된 각종 석물을 전시해 놓고 있는데 그 규모가 엄청납니다. 보원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7지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로 등록되었으며 1단계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보원사 이전 중창불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제부터는 5점의 보물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① 서산 보원사지 석조(石槽)[보물 제102호]
이 석조는 보원사가 가장 융성하였던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사찰에서 물을 담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 것입니다. 하나의 큰 화강암을 파내어 만든 석조로 현존하는 석조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유물로서 길이 3.5m, 너비 90㎝, 높이 65㎝의 장방형으로 내부에는 물을 담을 수 있도록 파내었고, 배수를 위한 8㎝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바닥 면은 얕은 경사를 두어 배수구로 물을 빼도록 고안되었으며, 땅속에 묻혀 있는 부분에는 거칠게 정을 쪼았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② 서산 보원사지 당간지주(幢竿支柱)[보물 제103호]
당간지주는 절에서 기도나 법회 등의 의식이 있을 때 절 입구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아 두는데, 이 깃발을 달아 두는 장대를 당간(幢竿)이라 하며, 당간을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고 합니다. 당간지주의 높이는 4.2m로 70㎝ 정도 폭을 두고 동서로 서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각 면을 고르게 다듬었을 뿐 아니라 정연하고 세련된 수법이어서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③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五層石塔)[보물 제104호]
오층석탑은 이중기단 위에 5층 탑신을 형성하고 정상에 상륜을 올린 일반형 석탑이지만, 부분적으로 통일신라 탑의 특징을 보이고 있는 고려전기의 석탑입니다. 백제·통일 신라·고려의 석탑 양식이 모두 표현된 석탑으로,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당대의 석탑 양식이 집약된 매우 중요한 유적입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는 “오층석탑은 고려시대 석탑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감은사탑 같은 중후한 안정감과 정림사탑 같은 경쾌한 상승감이 동시에 살아난 명품이다. 기단부 상부에 새겨진 팔부중상의 조각들은 그 하나하나가 독립된 릴리프(relief)로서 손색이 없고 기단부 하층에 새겨진 제각기 다른 동작을 취하고 있는 열두 마리 사자상은 큰 볼거리”라고 평가했습니다.(자료/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권 p.30)
④ 서산 보원사지 법인국사탑(法印國師塔) [보물 제105호]
법인국사탑은 탄문(坦文)을 기리기 위해 세운 승탑입니다. 승탑은 입적한 승려의 사리를 모셔놓은 탑으로 사리탑이라고도 합니다. 사리를 넣어두는 탑신(塔身)을 중심으로, 아래는 이를 받쳐 주는 기단부(基壇部)가 있고 위로는 머리 장식을 얹습니다. 법인국사 탄문(900-975)은 통일신라 말인 900년(효공왕 4년)에 태어나 고려 전기인 975년(광종 26년) 보원사에서 입적하기 전까지 크게 활약한 승려로, 왕사(王師) 및 국사(國師)가 된 승려입니다.
특히 탄문은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호불군주로 개혁군주였던 광종의 종교적·사상적 배후 역할을 담당한 승려입니다. 978년에 광종이 탄문에게 "법인(法印)"이란 시호를 내리고"보승(寶乘)"이라는 사리탑의 이름을 내렸습니다. 법인국사탑은 조성연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통일신라후기의 승탑 양식을 비교 분석하는 데 매우 귀중한 사료입니다.
⑤ 서산 보원사지 법인국사탑비(法印國師塔碑) [보물 제106호]
법인국사탑은 고려의 법인국사 탄문(坦文)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입니다. 탄문은 서산 보원사의 중창에 크게 기여하였는데 보원사가 화엄 10찰의 하나로 꼽힌 것은 탄문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법인국사탑비는 전체적으로 대형의 대석(臺石) 위에 거북모양의 비좌를 놓고 이수를 갖춘 비신을 세운 형태입니다. 통일신라시대의 발달된 조각예술이 반영되어 귀부와 이수 모두 예술적 섬세함을 보여 줍니다.
비문의 내용은 법인국사 탄문의 출가과정, 태조와 광종 등 역대 고려 임금들과의 특별한 인연, 보원사와의 관계 등을 기록한 것입니다. 탑비는 보원사의 불교적 성격, 위치, 중창 시기 등을 밝혀 주는 자료로서 경내에 남겨진 부도, 석탑, 당간지주 등의 연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자료입니다.
당간지주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좌측 언덕에 고란사가 있는데 현지 안내문에는 약사관음 소원성취발원기도도량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멀리서 봐도 약사불이 우뚝하군요. 사실 고란사는 가요 “꿈꾸는 백마강”의 가사에 나오는 것으로 부여에 있는데 이곳에서 같은 이름의 사찰을 만났습니다. 맞은편에는 메타세쿼이아가 군락을 이루고 있더군요.
☞ 글이 마음에 들면 공감하트(♡)를 눌러주세요!
로그인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반응형
'사찰.성당.교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산 상왕산 개심사-1,300년 역사 간직한 충남 4대사찰 (10) | 2025.02.03 |
---|---|
서산 도비산 부석사-의상대사의 창건설화 간직한 천년고찰 (13) | 2025.01.08 |
밀양 무봉사-신라시대에 창건된 천년고찰 (29) | 2024.12.22 |
안동 용두산 용수사-금호비와 통일불상 (28) | 2024.11.29 |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 2부-십자가의 길과 대성당 (17) | 2024.11.13 |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 1부-야외전시장 및 기념관 (20) | 2024.11.08 |
양주 회암사 중건 3대화상의 승탑 답사 (17) | 2024.09.09 |
양주 회암사, 옛 3대화상의 승탑수호가람 (21) | 2024.09.02 |
남양주 운악산 봉선사-조계종 본찰인 천년고찰 (30) | 2024.08.16 |
김제 망해사-서해일몰 경승지에 세운 천년고찰 (30) | 2024.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