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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죽산 능선의 풍산공원묘역



천안시 동쪽인 북면과 병천면의 경계에는 400미터 급인 여러 개의 산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위로부터 개죽산(452m), 봉암산(427m), 작성산(497m), 은석산(456m)이며 그 아래로 200미터 급인 상봉산(220m)도 같은 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해발고도도 낮고 또 천안시에 속해 있어 동네뒷산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종주길에 나섰지만 그래도 다섯 개의 산을 이어 걷기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산과 산 사이의 골이 매우 깊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오를 지나자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 정말 재미없는(?) 등산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산행들머리는 개죽산 북서쪽 삼성에스원 천안연수원 정문(천안시 동남구 북면 양곡1길 262)입니다. 정문 앞에는 전원주택 같은 멋진 집이 보이네요. 개죽산 능선을 곧장 오르기 위해서는 연수원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외부인 출입금지라서 좌측으로 돌아 오릅니다. 정문 좌측에는 암소 한 마리가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군요. 텃밭을 지나 좌측으로 올라 주능선을 만났고 조금 걸어가니 임도입니다. 임도를 가로질러 위로 올랐는데 좌측의 봉우리로 오르지 아니하고  우측으로 떨어지니 다시 임도 옆입니다. 차라리 조금 전 만난 임도를 따라서 그냥 걸어와도 좋았을 것입니다. 이 때 산악오토바이 3대가 뒤에서 굉음을 울리며 쫓아옵니다. 놀라서 얼른 길을 비켜 주었지만 오토바이가 다닐 수 없는 이런 길을 달리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심장에 털이 달렸을 것입니다. 등산지팡이가 등산로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로 등산로 훼손의 주범은 이와 같은 무지막지한 산악오토바이입니다. 등산로 곳곳에 패인 자국이 이를 증명합니다.

 에스원 천안연수원

 전원주택

 정겨운 암소 

 임도를 지나 오르는 길

 

다시 위로 오르며 우측을 바라보니 저 멀리 산의 정상에 통신시설 같은 게 보이는데 태조봉(422m)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단풍도 어느새 빛이 바래 금년 가을의 단풍은 이미 끝물이로군요. 주변의 가장 높은 꼭대기에 오르니 삼각점이 있는 개죽산(452m) 정상입니다. 어느 산악회에서 세운 깔끔한 정상이정표가 반갑군요. 그러나 해발고도가 등산지도에는 452m인데 비해 이정표에는 458m로 표기한 게 옥의 티입니다. 

 멀리 보이는 태조봉(?)


 

 


개죽산에서 봉암산으로 가는 길목의 좌측에는 풍산공원묘역이 있는데 오늘 산행 중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공원묘역의 규모가 엄청 커 보입니다. 살아생전 방귀께나 뀌며 큰소리 치던 사람들도 모두 흙으로 돌아간 현장을 보며 인생의 덧없음을 느낍니다. 글쓴이가 이렇게 열심히 산을 다니는 이유도 건강하게 살다가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아니하고 조용히 인생을 하직하기 위함입니다. 묘역에는 아직도 빈자리가 제법 있어 입주자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묘역 옆에 누군가 봉황산(428m)라고 써서 걸어 놓은 이정표는 솔직히 민폐입니다. 가야할 봉암산을 봉황산으로 표기한 지도도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 그냥 봉황산이라는 이정표를 걸어 놓은 건 등산객에게 혼란만 주기 때문에 민폐라고 말한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 이정표를 무시하기 바랍니다.

 헷갈리는 봉황산 이정표


 

 풍산공원묘역



묘역을 뒤로하고 한참을 걸어가니 두 번째 산인 봉암산(427m)입니다. 국토정보지리원에서는 이곳을 봉황산으로 표기하고 있네요. 이곳에도 등산 매니아가 걸어둔 목판 이정표뿐입니다. 조망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봉암산을 뒤로하고 작성산으로 가는 길목의 좌측에는 임산물재배단지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울타리에 걸려 있습니다. 오르막에 보이는 단풍나무도 비가 내려 색상이 산뜻하지 않군요. 맑은 말 태양 빛에 노출되었더라면 매우 화사했을 것입니다. 능선 좌측으로 보이는 골프장은 버드우드CC(구 아우내CC)입니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언제부터인지 우리말 이름이 거의 외래어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말 이름은 촌스럽고 외래어는 세련되어 보이기 때문일까요?


 


 


 

 버드우드 골프장

 

드디어 오늘 종주산행 중 가장 높은 작성산(497m)에 도착했습니다. 헬기장으로 조성된 정상에는 충청남도 천안지방 특유의 비스듬한 정상표석이 반겨줍니다. 표석을 세우며 기교를 부린 듯 하지만 이 보다는 자연석 형태의 둥그런 표석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돌탑을 지나 급경사를 내려서니 개목고개(계목고개)인데, 이곳에 세워진 작성산 0.9km, 은석산 1.0km 이정표는 글씨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정표를 세우기만 하고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탓이지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걷기가 불편합니다. 일부 등산객은 긴 우의를 입기도 하는군요. 오늘따라 기상청의 예보가 왜 이리 정확한지 모르겠습니다. 예보가 빗나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등산로에는 바싹 바른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어 자칫하면 미끄러질 우려가 큽니다. 보도에 의하면 등산 중 가장 안전사고가 많은 시기는 지금과 같은 늦가을이라고 하더군요. 

 개목고개의 읽기 어려운 이정표


 

은석산 정상(455m)에도 비스듬한 표석이 세워져 있고, 엉성한 돌탑에는 방향이정표가 거리를 안내합니다. 이곳은 오늘 산행 중 유일하게 정상에서 조망이 가능한 곳입니다. 북쪽으로 지나온 작성산이 바라보였거든요. 은석산은 정상 부문의 바위 색깔이 은색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은색 바위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은석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작성산
 

은석산을 뒤로하고 한참을 내려오니 도로에 은석산 정상방향으로 박문수 어사묘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암행어사 박문수 묘는 은석산 정상 인접한 곳에 있다고 하였지만 아무런 이정표가 없어 이를 알지 못하고 하산하고 말았으니 다시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 지역의 행정관청이나 산악회 동호회에서는 은석산에서 남쪽으로 내려올 때 박문수 묘를 알리는 이정표라도 하나 붙여서 외지인들에게 자그만 친절이라도 베풀기를 건의합니다. 용케도 이를 알고 다녀온 분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박문수 어사묘 이정표



도로 우측에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천년고찰 은석사가 있다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답사할 수가 없습니다. 안내산악회를 따라오면 이런 게 걸림돌입니다. 개별적인 산행이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거든요. 은석산에서 상봉산으로 가는 길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상봉산은 해발고도가 낮아서인지 10만 도로지도에도 적혀 있지 아니합니다. 그렇지만 독립된 산 이름을 가진 만큼 마지막 힘을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고도를 한참 낮추었다가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봉산 오름 길
 

상봉산(220m)에는 산 이름 대신 정상이라고 붙여 놓은 목판이 보이는데, 우리 산악회 선두대장이 새로 만든 이정표를 걸어 두었네요. 정상에는 상봉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상봉공원이라는 안내판도 보이며, 우측에 넓은 운동장이 내려다보입니다. 상봉산에서 병천방면으로 가는 길목에는 관세국경관리연수원과 해양경찰학교 합동으로 세운 이정표가 자주 보여 바로 인근에 두 기관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숲길을 걸어나오니 마을인데 입구에 오토바이 출입금지라는 엉성한 경고문이 붙어 있네요. 다른 건 몰라도 일반등산로에 산악오토바이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상봉정

 산악회 선두대장이 붙인 정상이정표

 대운동장


   

병천초교 옆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네요. 오늘 종주 산행에 5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중간에 잠시 간식을 먹는 것 이외에는 거의 쉬지 못한 채 걸었습니다. 하루 산행을 나와 4개의 산(실제로는 상봉산까지 5개의 산이지만 해발고도 300미터 이하의 산은 계산하지 않음, 다만 해발 240m인 진도 동석산은 예외임)을 답사한 것은 큰 수확입니다. 그렇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매우 아쉬움은 남는군요. 병천순대거리로 나가 순대국밥 한 그릇(6,000원)으로 배를 채우고 등산버스에 오릅니다. 

 병천초교 앞 로타리

 산뜻한 병천초교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3년 11월 9일 (토)
▲ 등산 코스 : 삼성에스원 천안연수원 정문-좌측능선-임도-개죽산-풍산공원묘역-봉암산-작성산-개목(계목)고개
                    -은석산-은석사 인근도로-상봉산-병천초교

▲ 산행 거리 : 약 14km
▲ 소요 시간 : 5시간 5분 
▲ 등산 안내 : 기분좋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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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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