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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모회사로부터 주주총회에 참석하라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고 보니 좀 거창한 것 같은데, 제 이야기 한번 들어보기 바랍니다.

1990년대 말 코스닥에 상장한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치솟아 떼 부자가 속출한다는 뉴스가 연일 경제면을 장식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내놓았고, 이에 발 맞추어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공모주를 모집하였습니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회사도 주식공모를 하면서 벤처기업으로 재 포장했습니다. 이들은 공모주 모집공고 시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반드시 코스닥에 상장시켜 주주에게 많은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사탕발림 식의 유혹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글쓴이도 이들 공모주광고와 당시의 증권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봉급생활을 하며 저축한 피 같은 돈을 여러 회사의 공모주 청약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 후 제가 공모하여 받은 주식의 일부가 이른바 장외거래시장인 제3시장에서 거래되기는 하였지만 거래가격은 공모가격(액면가의 3∼4배 할증발행)은 고사하고 액면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즉 액면 500원 주식을 1,500∼2,000원에 배정 받았는데, 실제로 500원 이하였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거래량도 미미하여 매매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3시장에서는 그렇다고 하드라도 나중에 코스닥에 상장되면 충분히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8∼9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가 주식공모에 참여한 몇 개의 회사 중 어느 한 곳도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없었고, 그 주식은 모두 휴지조각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동안 꼬박 꼬박 보내오던 몇몇 주주총회 참석통지서를 보며 그래도 회사가 망하지 않고 살아있음을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 실수한 일을 자꾸만 생각해도 머리만 아플 뿐 내 몸과 마음만 상하기에 결국 놀음판에서 돈을 날리거나 사기를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몇 년 전부터 공모주에 관한 일은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기로 작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느닷없이 주주총회참석통지서가 날아온 것입니다. 나는 이 회사가 아직도 살아 있음을 기특하게 생각하면서 이 통지서를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려다가 호기심에 봉투를 열었습니다. 통지서 안에는 정관개정안이 들어있었는데, 그 중에는 임원의 퇴직금에 관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임원의 퇴직금지급 기준안"을 무심코 들여다보다가 정신을 잃을 뻔하였습니다. 왜 필자가 놀랐는지 한번 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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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조(퇴직금지급기준)
① 퇴직금은 퇴직당시 월평균 보수액에 1년마다 1개월의 지급율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으로 한다. 다만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승인한 경우에는 아래의 지급율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으로 할 수 있다.
    구분                       기준지급율
    4년 미만                  1년마다 1개월 분
    4년 이상 7년 미만         1년마다 3개월 분
    7년 이상 10년 미만        1년마다 5개월 분
    10년 이상                 1년마다 7개월 분

② ①항의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회사는 매월 일정액을 현금 또는 저축예금으로 적립하여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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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독자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요? 문제는 단서조항입니다. 이사회의 결의만 받으면 10년 이상 근속할 경우 퇴직금을 1년마다 7개월 분으로 누진제를 시행합니다. 여기서 이사회의 만장일치라는 전제가 붙어 있지만 이는 그냥 하는 소리입니다. 소규모기업에 있어 대부분의 이사는 창업주를 포함하여 친인척 또는 창업주와 뜻이 맞는 사람들이므로 이의 결의는 누워서 떡 먹기입니다.

회사가 망해 주주는 투자한 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도, 그리고 평소 주주에게는 배당 한 푼 주지 않아도, 임원들은 엄청난 퇴직금을 챙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도덕한 회사는 비단 이 회사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 회사는 다행히도 지난해 이익이 난 것 같습니다. 정기주주총회소집통지서를 보면 회의안건에 이익잉여금처분안 승인의 건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벤처붐이후 증권시장이 장기 침체되면서 주식가격이 폭락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펀드투자 붐이 열병처럼 번졌고, 특정증권회사에서 판매하는 펀드는 이른바 묻지마 사자열풍으로 이어졌습니다.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벤처붐이든 펀드투자 붐이든 한번 붐이 일어난 후에는 반드시 침체기가 옵니다. 따라서 만약 여유 돈이 있다면 대한민국이 쓰러지지 않는 한 망하지 않을 대표기업의 주식을 사서 묻어두는 것(펀드도 마찬가지)이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길이 될 것입니다. 서투른 판단과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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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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