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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 드라마 <대물>이 24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여성대통령이라는 다소 민감하고 파격적인 주제로 기세 좋게 출발하였던 이 드라마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25% 전후의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회를 보고 실망한 시청자가 많은 듯 합니다. 글쓴이도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지만 그냥 밋밋하게 끝난 아쉬움이 큽니다.

제가 바란 극적 반전이란 꼴통 검사 하도야(권상우 분)가 지금까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왔던 강태산(차인표 분)이 산호그룹의 비자금과 하도야 아버지 하봉도(임현식 분) 죽음에 관련되었음을 밝혀 그를 보기 좋게 감옥에 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봉도의 죽음은 우연한 사고였으며, 비자금 문제는 더 이상 수사가 안된 채 김명환(최일화 분)의 출국으로 마무리되었고, 강태산은 민우당 대표로 복귀해 새로운 정치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물에 물을 탄 듯, 술에 술을 탄 듯 밋밋하게 끝나버리니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 아버지 죽음의 배후를 밝혀내지 못한 하도야의 회한

하도야의 아버지 하봉도의 죽음 현장에 있었던 행동대장 황재만은 강태산과 의견을 조율한 후 자수합니다. 그런데 그는 하봉도로부터 그림을 빼앗아 오라고 시킨 사람이 오재봉(김일우 분)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하봉도가 죽은 것은 우연한 자동차 사고였으며, 강태산은 이 일에 무관하다고 자백합니다. 하도야는 오재봉을 폭행과 살인교사혐의로 체포하여 황재만과 대질신문을 했지만 결론은 동일합니다. 하도야는 강태산이 관련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으니 그를 처벌할 수 없습니다. 하도야는 지금까지 뭘 했는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네요. 결국 하수인에 불과한 오재봉 의원만 피를 보고 맙니다.



 

▲ 강태산의 국무총리취임을 막은 장세진의 녹음테이프

강태산이 하봉도의 죽음에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밝혀지자 장세진(이수경 분)은 강태산을 찾아가서 따끔한 충고를 합니다. "당신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책임이 없겠지만 양심만은 속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세진은 녹음 테이프를 테이블에 놓고 나갑니다. 강태산이 이를 틀자 자신과 조배호(박근형 분) 전 대표간에 주고받은 밀담이 들려옵니다.

강태산 : 대표님께서 약속하신 총선 공천권을 준다면, 차명소유 남해도 땅과 바하마 군도 비자금을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조배호 : 바하마 군도의 내 비자금계좌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자네 산호그룹 비자금을 덮어두겠네.
             내가 공천한 국회의원 임기를 보장해주게.

강태산 : 약속드리겠습니다. 더불어 청와대 조리장 하봉도의 사건 뒷마무리를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조배호 : 이젠 대강 정리된 듯 싶구먼. 먼저 가보게.
강태산 : 기자회견장에서 뵙겠습니다.   

강태산은 즉시 서혜림(고현정 분) 대통령을 찾아가서 인사청문회까지 통과한 국무총리 후보 직을 전격 사퇴합니다. 국무총리로 일할 준비가 안되었다는 이유입니다. 예로부터 정승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인데 서혜림도 이를 받아들입니다. 강태산은 대통령특사로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우호관계를 돈독히 하는 공을 세웠기에 서혜림 대통령은 그를 국무총리후보로 지명했던 것입니다. 야당인 복지당은 산호그룹의 사위인 강태산 총리후보지명은 투명한 정치를 위배한다며 반대했고, 여당인 민우당도 강태산이 탄핵정국을 주도했고 비자금 수수의혹이 있어 청문회에서 결사 저지시키겠다고 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노련한 강태산은 인사청문회에서 본인명의의 재산이 한푼도 없어 이를 무사히 통과했지요.

등장인물의 설명을 보면 장세진은 하도야를 도와 강태산을 몰락시킨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총리취임을 막는 선에서 끝내 버리네요. 강태산에 대한 연민의 정이 남아 있었던 것일까요?


 

▲ 대물이 전하려는 메시지

백성민(이순재 분) 대통령은 정권이양준비를 하는 서혜림에게 자신의 업적은 "업적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노력하지 않은 것"이며, 현대사의 비극은 이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은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경고합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만약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월유신을 단행하여 장기집권을 도모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강태산이 서혜림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후보로 지명된 후 백성민 전 대통령을 만나 왜 자신보다는 서혜림을 지지했느냐고 묻습니다. 백성민은 지금 우리나라는 초일류국가 도약보다는 국민적 화합과 소통이 더욱 필요하고,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국민을 감싸는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대물>은 서혜림이라는 인물을 통해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함이 제1차적인 의무임을 일깨워주었고, 정치혐오에 빠진 국민들에게 정치인은 미워해도 정치를 버리지 말고 사랑해 달라고 퇴임사에서 호소했습니다. 국민들의 정치불감증에 경종을 울립니다.  

또한 우리사회에 뿌리깊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보여주었는데, 강태산을 당대표에서 축출한 민우당 중진 의원들이 김명환 회장에게 굽신거리는 비굴한 행동이 이를 증명합니다. 김명환은 신병치료를 목적으로 출국해 버리니 검찰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입니다. 

서혜림은 임기 만료 후 검사직을 사임한 뒤 3대 곰탕집을 운영하는 하도야에게 달려갔으며 퇴임한 대통령으로서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사랑나무기 봉사활동을 펼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는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사랑을 다시 확인합니다.   


 


▲ 불편했던 서혜림 대통령의 패션쇼

서혜림은 그야말로 아무런 정치적인 기반도, 기업가의 후원도 없는 서민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회에서 장면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의상을 입고 나타나 서민대통령의 이미지와는 부합되지 아니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약 3년이라는 기간을 한꺼번에 다루다 보니 장면마다 시기가 다른 점은 인정하지만 대통령이 너무 패션에만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욕망의 불꽃>에서 신은경과 성현아가 아무리 화려한 의상을 자주 바꿔 입고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재벌의 며느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역전의 여왕>에서 김남주의 의상에 대해서도 찬사는 하지만 비난은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진 것 없는 샐러리우먼일지라도 몇 벌의 옷을 가지고 시비할 일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대통령은 다릅니다. 그녀의 새로운 옷과 장신구에 대해 시청자들은 불편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대물은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정치드라마 <프레지던트>가 이제 막 방영을 시작했으니 제작진이 어떻게 스토리를 끌고 갈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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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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