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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왕 역의 조재현                                                   계백 장군 역의 이서진 


▲ 피살위기에 몰린 김춘추를 살려낸 계백

당나라 사신자격으로 백제로 들어와 조정을 이간질한 김춘추(이동규 분)를 죽여야 한다는 의자왕(조재현 분)의 강력한 주장에 대해 후비인 은고(송지효 분)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흥수(김유석 분)의 말을 빌리면 1)의자왕의 환심을 살 수 있고,  2)김춘추와 접촉한 연태연을 견제함으로서 후일 태자책봉에 유리한 지위를 선점할 수 있으며, 3)귀족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흥수의 생각은 매우 지당합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계백(이서진 분)은 은고가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고민에 빠집니다. "김춘추를 죽인 후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 장군이 신라를 공격하여 영웅이 되어야 이 은고를 의자왕에게 빼앗긴 복수를 할 수 있으며, 그래야 이 은고가 장군에게 돌아 갈 수 있다."

은고와 임자(이한위 분)가 대신들의 약점을 잡아 반(半) 협박하면서까지 김춘추를 죽여야한다고 독려하였지만 계백과 홍수의 전면전쟁 불가론으로 설득한 결과 정사암회의에서는 그를 4대3으로 살려야 하는 쪽으로 결말이 났습니다. 보고를 받은 의자왕은 "간적에게 그토록 관대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대노하고는 은고에게 정사암회의를 폐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은고는 김춘추를 물증 없이 죽이면 된다고 합니다.

예상대로 임자로부터 지시를 받은 시녀가 김춘추의 방으로 잠입해 베트남에서 수입해온 독향을 피웠는데, 흥수로부터 "의자왕과 은고가 김춘추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계백은 초영(효민 분)을 데리고 춘추의 방으로 갑니다. 은고의 호위무사였던 초영은 주인이 후비가 되자 그녀를 떠나 계백의 부하장수가 되었는데요. 초영은 일찍이 계백으로부터 "짐승의 냄새가 난다"며 그를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영은 개코를 가진 모양입니다. 춘추의 문 앞에서 방안에 피워둔 독향의 냄새를 먼저 맡은 것입니다. 이들은 의원을 불러 정신을 잃은 춘추를 살려냅니다.

계백과 초영은 독향을 피운 화로를 가지고 은고에게 갔는데 은고는 "장군은 이 일에서 손을 떼라"고 합니다. 이에 계백은 "나를 위한 일을 하지 마라. 난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어렸을 적 이름인 "은고 아씨"라고 불렀는데, 은고는 "장군이 알던 은고는 이미 백제에 없다"고 말하네요. 세상도 변했지만 은고라는 여인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임자는 의자왕에게 계백의 방해로 김춘추 살해는 실패했다고 보고하였고 의자왕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 집니다.



 

▲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의붓형제 계백과 문근의 한판싸움

이런 와중에 전혀 이외의 사건이 발생하는데요. 복면을 한 여러 명의 자객들이 검은 삿갓을 쓴 두목과 함께 김춘추 처소를 지키는 백제의 경비병을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고 춘추를 구해 탈출시킨 것입니다. 김춘추는 삿갓 두목을 보자 "늦었구나!"고 반가운 인사를 했는데, 그는  바로 문근입니다. 김춘추는 세작으로 몰려 생명의 위협을 받자 당나라에 연락에 도움을 요청했던 모양입니다. 김춘추 탈출소식을 들은 의자왕은 계백에게 그를 잡아오라고 명하는데, 계백은 군사들을 이끌고 춘추가 도주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야성 길목을 지키다가 춘추일행과 만납니다.

계백이 삿갓의 사내와 칼을 휘두르는데 이 사내는 놀랍게도 문근(김현성 분)입니다. 계백이 잠시 주춤하면서 "형!"이라고 불렀지만 문근은 "난 너 같은 동생을 둔 적이 없다"며 완전히 돌변한 모습입니다. 문근은 사택비의 아들 교기왕자 편에 섰다가 사택가문이 몰락하자 지명수배자로 전락하여 도망을 다니다가 가잠성 양반 진덕을 죽이고 계백을 도와 신라의 성을 공취하는데 도움을 준 후 당나라로 떠났던 인물입니다.

두 사람은 계속 싸우지만 문근은 계백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계백으로서는 안타깝지만 문근을 제압하지 않을 수 없어 그를 내려치려는 순간 신라의 김유신 장군(박성웅 분)이 나타납니다. 이 틈을 이용해 김춘추와 문근은 신라진영으로 사라집니다. 김유신과 계백은 뼈 있는 설전을 거듭하는데 김유신은 "오늘은 단지 춘추 공을 구하기 위해 왔으니 다음 번 전장에서 싸우자"고 합니다. 계백이 물러서지 않자 김유신은 "소수의 병력으로 신라의 1만군을 대적할 수 있겠느냐"며 돌아섭니다. 이는 김유신이 곤경에 빠진 계백과 백제군을 살려두는 도량이 넓은 장수였음을 보여주는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 신라포로들 처리관련 최고조에 달한 의자왕과 계백의 갈등

어전으로 달려온 전령은 신라의 김유신 장군이 백제가 공취한 4개성을 다시 빼앗고 대야성에 집결한 병력을 가잠성 공격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는 보고를 합니다. 계백은 김유신 군대의 주력부대가 가잠성을 공격한다면 백제는 상대적으로 허술한 대야성을 치는 게 적의 허를 찌르는 병법이라고 주장하여 이를 관찰시킵니다. 의자왕은 친히 원정하되 계백을 선봉에 서라고 지시합니다.

이즈음 책사 흥수는 대야성에 심어둔 세작을 만나 신라의 검일이라는 자를 소개받는데요. 신라 장수 검일은 대야성 성주 품석이 자신의 정혼녀를 빼앗아 갔고 그녀는 곡기를 끊고 2개월 후 사망하여 품석에 대한 복수만을 노려왔던 자입니다. 검일이 대야성에서 반란을 일으켜 성문을 열면 백제군이 쳐들어가겠다고 약조합니다.

그런데 대야성 공격일, 의자왕은 돌연 "선봉은 은상장군이 맡고, 3일연속 공격으로 피로한 계백은 후위에서 지원군을 감시하며, 의직은 본대를 지휘"하라고 명령합니다. 의자왕으로서는 대야성공취라는 대업적을 계백을 선봉에 서게 하여 그에게 영광을 돌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흥수는 "의자왕이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질만 하려고 한다"며 한탄하지만 계백은 가타부타 말이 없이 임금의 지엄한 명령만 따를 뿐입니다. 백제군은 당당히 최고의 군사적 요충지인 대야성을 함락합니다. 

문제는 전후 포로에 대한 처리인데요. 김춘추에 대한 악감정이 높은 의자왕은 포로들을 차례로 참수하다가 급기야 투항한 대야성 성주 품석과 그의 아내를 참수하라고 명합니다. 품석은 김춘추의 사위로 부인은 춘추의 딸입니다. 백제의 신하들은 이의 부당함을 아뢰지만 이성을 잃은 의자왕은 멈추지 않고 품석부부를 죽이라고 다그칩니다. 살수가 칼을 내리치려는 순간 계백이 등장하여 멈추게 합니다. 계백은 "신의는 아군과 적에게도 통용된다. 투항한 적을 참하는 게 아니다. 신의를 베면 전쟁이 아니라 참혹한 살육 뿐"이라고 말합니다. 의자왕은 "감히 네가 짐을 가르치려 드느냐?"고 일갈한 뒤 칼을 건네며 직접 품석부부를 참하라고 지시했고, 계백은 단호하게 "어명을 따를 수 없다"고 반기를 들었습니다. 전쟁터에서 장수가 황명에 반기를 들었으니 이는 명백한 반역에 해당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이 황명이야말로 한풀이와 독선이란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의자왕은 어머니 선화왕후가 임종을 하면서 "누구도 믿지 말라. 설령 네 아버지도 믿지 말라"며 남긴 유언을 기억합니다. 아버지 무왕도 "군왕의 길은 따로 있다"며 의형제들을 두둔하는 의자를 질책했습니다. 은고마저도 자기가 후비가 된 것은 살기 위해 "의자와 거래를 한 것"뿐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습니다. 이런 여러 정황들이 의자왕으로 하여금 누구든지 믿지 못하게 만들었고, 신하에 불과한 계백이 백제의 영웅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강한 질투심을 느낀 것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자왕을 "백제의 군왕으로서 백제의 앞날보다는 자신의 복수심을 불태우는 무능하고 쪼잔한 군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런 군왕 밑에 아무리 뛰어난 계백과 성충 및 흥수 같은 장수가 있어도 당과 손을 잡고 점차 강성해지는 신라를 당해 낼 도리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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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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