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봉에서 바라본 불광동 방면의 조망
향로봉 능선에서 본 구기계곡과 북악산, 남산, 인왕산, 그리고 안산
승가봉에서 바라본 의상능선과 북한산 정상
문수봉 철책구간에서 본 의상능선
국립공원 북한산(도봉산 포함)은 우리나라의 명산입니다. 물론 산중의 미인이라는 설악산,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라는 월출산 등 빼어난 산이 있기는 하지만 필자는 북한산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가장 멋진 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언제나 북한산을 바라보면서 생활하는 수도권시민들은 처음부터 그기에 있었던 북한산에 대해 그 진면목을 잘 인식하지 못할 따름이지요.
북한산 등산의 으뜸은 정상인 백운대에 오르는 것이지만 북한산에 뻗어 있는 어느 능선, 어느 봉우리를 오르든 그 멋진 산세에 넋을 잃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비봉능선을 답사하려고 합니다. 비봉능선은 산성주능선과 함께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은 능선의 하나로 곳곳에 기암괴석이 놓여 있어 산행을 하면서도 주변의 산세와 절경에 취해 피곤함을 모르는 코스입니다.
비봉능선은 남서쪽의 족두리봉(수리봉)에서 시작해 향로봉, 비봉, 승가봉을 거쳐 문수봉에 이르는 코스인데 오늘은 필지는 이 순서대로 능선을 종주할 계획입니다. 족두리봉 들머리는 서울지하철 6호선 독바위역입니다. 독바위역은 출구가 하나밖에 없는 역이어서 무조건 1번 출구로 나옵니다. 그런데 그 전에는 1번 출구로 나오면 정진공원지킴터로 가는 길을 찾기 쉬웠는데 오랜만에 다시 찾아 왔더니 주변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고 초등학교가 생겨 길이 헷갈립니다. 1번 출구로 나와 좌측으로 조금 가다가 큰 도로를 벗어나 우측으로 들어섭니다. 사잇길의 도로를 따라 걸으면 북한산이 그려진 벽화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서울수리초등학교입니다. 초등학교를 돌아 위로 오르니 숲길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우측의 길을 따라 가면서 점점 고도를 높이면 정진공원지킴터입니다. 이곳은 바로 북한산 둘레길이 지나가는 코스네요.
북한산 벽화
서울수리초등학교
정진공원지킴터 이정표
일단 정진공원지킴터까지 와서 족두리봉 이정표를 따라 가면 길을 헷갈릴 우려는 전혀 없습니다. 산길을 걸으며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불광동 방면의 조망이 터집니다. 불광공원지킴터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지점에 도착하면 족두리봉까지 남은 거리는 800m입니다. 오름 길은 산뜻하게 정비가 되어 있군요. 족두리봉 입구에는 출입제한 지역이라는 안내문이 있는데 이는 족두리봉 정상을 넘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입니다.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
일단 족두리봉(370m) 정상에 오르면 사방팔방으로 터지는 조망에 취하게 됩니다. 날씨마저 전형적인 가을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계(視界)가 맑아 아주 멀리까지 잘 조망됩니다. 남동쪽으로는 인왕산(340m) 및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342,) 뒤로 남산(262m)까지 보입니다. 남서쪽으로는 방화대교와 김포 신도시 뒤로 인천의 계양산(395m)이 아련합니다. 물론 가까이 보이는 주거지역은 불광동을 비롯한 은평구지역입니다. 북동쪽으로는 가야할 응봉능선과 향로봉, 비봉, 문수봉, 보현봉 능선이 뚜렷합니다. 북서쪽으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산들이 산 그리메를 그리고 있습니다.
족두리봉 정상
방화대교 뒤로 보이는 계양산(우측 끝)
가야할 비봉능선(중앙은 향로봉)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로 보이는 남산
응봉능선 뒤로 보이는 산들
불광동 등 은평구 시가지 모습
족두리봉 기암
족두리봉 입구로 되돌아와 좌측 길로 족두리봉을 돌아갑니다. 향로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면서 되돌아보면 지나온 족두리봉이 그야말로 조선시대 여인의 족두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흰 비둘기 두 마리가 등산객이 쉬고 있는 장소를 맴도네요. 아마도 먹을 것을 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입니다. 불광동과 구기터널로 빠지는 사거리 갈림길을 지나갑니다. 이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입니다. 향로봉 중턱에 다다르면 길은 우측으로 산허리를 돌게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안전상 더 이상 향로봉으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추락위험지역 출입제한"을 알리는 큼직한 안내문이 있거든요. 우측의 산밑으로 빠지는 길은 상명대 방향의 탕춘대 능선으로 이어집니다. 이곳의 바위를 관찰하다가 큰 얼굴바위를 발견합니다. 눈과 코 그리고 입이 분명합니다. 다만 턱은 주걱턱이네요. 이곳을 몇 차례 지나다녔지만 큰바위얼굴을 발견한 것은 처음입니다.
조선시대 여인의 머리장식 같은 족두리봉
향로봉 접근 금지지역의 목책 울타리
큰바위얼굴
돌계단이 놓인 곳을 지나면 조망이 터지는데 구기계곡이 내려다보입니다. 접근이 금지된 향로봉(535m)의 바위군도 웅장하군요. 이 때 누군가 소리칩니다. 아마도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안전요원 같습니다.
"그곳은 출입금지 지역이니 빨리 내려오세요!"
그러자 남녀 등산객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예? 여기 오르면 안됩니까?"
"예, 안됩니다."
"아, 몰랐어요. 내려갈게요"
북한산 비봉능선에 오는 등산객이면 향로봉이 출입금지구역인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몰랐다고 잡아떼는 것은 정치인을 닮은 듯 합니다. 등산객의 안전은 누가 말려서 지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지켜야 하는데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 지 모를 일입니다. 향로봉 능선 삼거리에 도착해 우측으로 조금 가면 암봉조망대입니다. 이곳에 서면 북쪽 의상능선 뒤로 북한산 정상부가 잘 조망되며, 비봉 뒤로 비봉능선의 문수봉과 보현봉 등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의상봉 능선 뒤로 보이는 북한산 정상부
비봉(우) 뒤로 보이는 비봉능선의 종점인 문수봉(중앙)
삼천사계곡 뒤로 보이는 양주방면 조망
비봉(560m)을 우회해 좌측으로 갑니다. 승가사 갈림길을 지나니 1.21 무장공비 사건 때 무장공비 은신장소를 그림으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1.21 무장공비 사건"이란 1968년 북한 124군 부대원들이 잠입해 청와대를 습격하고 정부요인을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을 말하는데 유일한 생포자 김신조(현재 목사)의 이름을 따서 김신조 사건이라고도 합니다.
무장공비 은신장소
헬기장이 있는 사모바위에 도착합니다. 한쪽에서는 안전요원이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심장마비를 일으킨 환자를 되살리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네요. 모양이 네모 같아서 붙여진 사모바위(560m)는 정말 그 위용이 대단합니다. 이곳은 비봉능선을 찾은 등산객들이 쉬어 가는 장소입니다. 뒤돌아보면 우회한 비봉이 우뚝하고 그 우측의 큰 바위는 아까 올랐던 조망바위입니다. 사모바위에서 북쪽으로 바라보면 가야할 승가봉과 문수봉이 더욱 가까이 보입니다. 다만 북한산 정상부는 숲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네요. 북서쪽의 능선은 삼천사로 이어지는 응봉능선인데 다음에 다시 한번 답사해야 하겠습니다.
사모바위
지나온 비봉(좌)
가야할 승가봉과 문수봉(중앙)
사모바위를 뒤로하고 승가봉을 오릅니다. 등산로는 어려운 곳이 없이 대체로 무난합니다. 승가봉(567m)에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사모바위가 우측으로 많이 기울어진 모습입니다. 조금 전 사모바위 옆에서 바라볼 때는 전혀 몰랐는데 정말 신기하군요.
승가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문수봉(중앙)과 보현봉(우측)
뒤돌아본 사모바위(우측으로 많이 기울어짐)
승가봉 오르막 길
이제 승가봉을 내려설 차례입니다. 내리막길에는 안전철책이 세워져 있어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습니다. 대형 공깃돌 바위 같은 둥근 바위를 지나면 승가문입니다. 통천문 또는 하늘문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이런 종류의 문은 월출산 및 관악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을 지나 내려서는 길이 꽤 까다롭군요.
승가봉 내림 길
공깃돌 바위(?)
승가문
까다로운 내리막 길
이제 비봉능선의 마지막인 문수봉을 오를 차례입니다. 문수봉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인데 좌측으로 가면 안전하지만 직진하면 상당
히 어려운 길입니다. 입구에는 산악사고 다발지역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렵다는 길도 10여 년 전 도봉산 포대능선처럼 쇠말뚝을 박아 안전철책을 설치한 이후로 웬만한 등산 경험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필자는 안전시설이 없을 때 등산 전문가의 안내로 이 코스를 답사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힘들었지요. 그렇지만 안전시설이 조성된 후 이번이 두 번째 도전입니다.
문수봉 가는 길(우측 어려운 길 선택)
일단 철책구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스틱을 접어 배낭에 꽂았는데, 이는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쉼 호흡을 한번하고는 철책을 잡고 오릅니다. 한 줄로 된 철책을 잡고 오르면 이제는 두 줄로 된 철책구간입니다. 이곳을 통과하려면 무엇보다도 고소공포증이 없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팔 힘은 필수적입니다. 직벽구간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훨씬 가파르다는 사실은 알겠지요. 이 구간을 오르고 나면 다시 한 줄로 된 철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철책구간이 시작되는 곳
오르면서 잠시만 옆으로 눈을 돌리면 천길 낭떠러지가 보일 뿐입니다. 철책을 잡고 엉금엉금 기어오르는 등산객들을 내려다보니 마치 거미 같습니다. 이제 옆으로 살짝 돌아 위로 오리기만 하면 철책구간은 끝입니다.
지나온 비봉능선
거미 같은 등산객들
철책난간을 잡고 옆으로 돌아가는 길
마지막 철책구간
철책구간에서 바라본 의상능선(우측)
사실 문수봉 철책구간은 비봉능선 산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곳에 올라야 문수봉의 기암을 비롯한 주변의 황홀한 경치를 볼 수 있거든요. 물론 아까 쉬운 길을 따라 올라 대남문을 거쳐 이곳까지 돌아 올 수도 있지요. 두 개의 포개진 바위가 있는 기암을 보고는 문수봉 정상으로 갑니다. 문수봉 정상에도 여러 개의 기암이 놓여져 있는데, 이 중에서도 두꺼비처럼 보이는 바위가 눈길을 끕니다. 이 바위는 도봉산 망월사 가는 길목의 두꺼비바위를 쏙 빼 닮았습니다.
두 쌍의 포개진 바위
다소 멀리서 본 포갠 바위
문수봉 정상부 암봉
장화바위(양말바위?)
두꺼비바위
드디어 문수봉(727m)입니다. 물론 최고봉은 접근금지라 이웃한 봉을 오릅니다. 문수봉과 그 능선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보현봉과 구기계곡도 매우 가깝게 보이고 정상아래 자리 잡은 문수사의 경우 지붕만 살짝 보입니다. 북쪽으로는 북한산을 삼각산으로 불러야 한다는 정상의 삼각봉우리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좌측의 가장 높은 봉은 정상인 백운대(837m), 가운데 뾰족봉은 인수봉(811m), 우측의 봉우리는 만경대(800m)이며, 백운대 앞의 덩치가 큰 암봉은 노적봉(716m)입니다.
기암봉인 문수봉 정상
문수봉의 포갠 바위
보현봉(좌)과 구기계곡
북한산 정상의 삼각봉
문수봉을 내려서면 대남문입니다. 대남문은 북한산성 12문중의 하나로 이곳도 등산객들이 쉼터입니다. 사실 구기계곡을 통해 이곳을 오르기가 쉽지 않거든요. 길이 매우 가파르고 또 까다로운 돌길이기 때문입니다. 대남문에서 문수사로 갑니다. 문수사는 문수봉 아래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직할사찰로 1109년 탄연스님이 창건했으며, 예로부 오백나한을 모시는 기도처로 유명해 아직까지도 그 치성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문수사를 둘러보고는 하산하기 시작합니다. 정말 내려서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군데군데 흙이 파인 흔적은 아마도 지난번 폭우 때문이겠지요.
대남문
문수사
국수교를 지나니 승가사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하는 삼거리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구기계곡 자연관찰로인데 교량의 명칭을 인근에서 나는 물고기나 나무이름을 따서 지은 것은 매우 신선합니다. 다리 이름을 한번 불러 볼까요? 우정교, 귀룽교, 적송교, 버들치교, 박새교 등입니다. 귀룽교 옆에는 귀룽나무 서식지라고합니다. 귀룽나무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네요,
승가사 갈림길
구기탐방센터를 지나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그린현대 빌라 앞 버스정류소입니다. 오늘 10km도 안 되는 거리를 무려 6시간 동안 걸었습니다. 물론 나홀로 산행이라서 유유자적하게 걸은 탓도 있지만 비봉능선은 산길이 만만치 않으며 문수봉 철책구간 및 구기계곡 하산길이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맑고 청명한 가을하늘아래 북한산 비봉능선의 절경을 마음껏 만끽한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아마도 필자가 북한산을 찾은 날 중에서 가장 좋은 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강추위가 몰려오기 전에 열심히 산행을 다녀야 하겠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8년 9월 8일 (토)
▲ 등산 코스 : 독바위역-정진공원지킴터-족두리봉-탕춘대능선 갈림길-향로봉(우회)-능선 삼거리-비봉(우회)
-승가사 갈림길-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 갈림길-문수봉(철책구간)-문수봉-대남문-문수사
-승가사 갈림길-구기자연관찰로-구기탐방센터-그린현대빌라 버스정류소
▲ 산행 거리 : 9.5km
▲ 산행 시간 : 5시간 50분
▲ 함께한 이 : 없음(나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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