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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주간 Economic Review 지(제383호/2007. 10. 30)의
사람들(people)에 소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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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산행에세이 펴낸 이석암 전 건교부 국장
"산은 언제나 그곳에 있지…"

  이재훈 기자(huny@ermedia.net)

   에 오르기 좋은 계절이다. 평소 등산에 취미가 없던 사람도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괜히 설레기 마련. 하지만 이석암 전국버스연합회 상임부회장이(이하 부회장)의 머릿속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산이 꽉 들어차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산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건설교통부 국장에 재직하면서부터다. 그가 발령을 받은 곳은 대구에 있는 항공교통관제소. 그때부터 휴일이면 근교의 산사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활동반경을 점차 넓혀 나가는 과정에서 이석암 부회장은 자신이 품어 왔던 산에 대한 그리움이 무척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보지 않은 산에 대한 욕심과 기대는 갈수록 커져 이제는 틈만 나면 산을 찾는다.

   "민둥산이라도 정상의 바람은 시원하다. 힘들여 얻은 그 성취감이 국장으로서의 리더십 발휘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정상의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명예퇴직을 결정했다. 그는 이 역시 산에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산을 오르다 보면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 동시에 한계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경험들이 선택의 순간들마다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시해 주었다." 정복하려는 마음으로 과욕하지 않고 자신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에서 산을 즐긴다는 그의 산행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평소에 글 쓰기를 좋아한다는 그는 《마음을 다스리는 산행》이라는 책도 펴냈다. 책에는 총 16곳의 산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 부회장은 기행문 형식으로 생생하게 쓰려다 보니 많은 산을 소개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특히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라 불리는 월출산, 바위산으로 계곡과 폭포가 일품인 주왕산, 충주호를 끼고 있어 전망 좋은 월악산 등은 고심 끝에 밀려난 산들. 산행기를 쓰기 위해선 그 산에 대해 치밀하게 공부해야하고, 산행 중에도 주변을 세밀하게 관찰해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애착이 많이 간다고 한다. 그가 쓴 산행기의 특징은 문장 옆에 괄호를 하고 분 단위로 정확한 시간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책을 읽는 것만으로 한께 산을 오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만든 배려다.

   그가 가장 힘겹게 오른 산은 바로 설악산이다. 설악산은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무박 산행을 했던 곳이기도 한데, 그는 잠자리에 민감해 무박산행을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여 오른 정상에는 그림 같은 운무와 그 운무 속에서 살아 숨쉬는 나무들이 그를 맞아 주었다. 숨이 멎을 정도로 멋있었던 풍광을 다시 기억해내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무언가에 깊이 몰입한 사람의 얼굴이다.

   하지만 그는 말끝에 설악산은 몇 년 전에도 안전사고가 있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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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산행으로 그 산 알 수 없어 

   책을 집필할 당시만 해도 다녀온 산이 230여 곳이었는데, 1년 사이에 270여 곳으로 늘었다. 1년에 40곳이면 언뜻 계산해도 대부분의 휴일을 산에 바친 셈. 물론 1000개 이상의 산을 다녀왔다는 사람들 앞에서는 양적으로 비교가 안 되겠지만 산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 못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그에게 산행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산을 즐기라고 말한다. 산을 정복의 대상이라고 생각지 말고 즐기라는 것. 힘들고 위험한 길만 찾아가거나 길을 두고 일부러 바위를 타려고 하기보다는 우회로를 선택해서 안전한 길로 가는 것이 그가 말하는 즐기는 산행이다.

   사람은 누구나 산 앞에서 겸손해지기 마련인가 보다. 수많은 산에 오른 이 부회장 역시 "하나의 산에 오른 길은 수백 가지다. 단 한번의 산행으로 그 산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가 왜 위험한 산행을 추천하지 않는지 또 다른 이유하나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계절마다, 코스마다 산이 주는 느낌은 다 다르다. 그러니 어떻게 산을 정복한다고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도 설악산을 수 차례 올랐지만 여전히 설악산에 대하여는 잘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안전한 길만 찾은 것은 아니다. 중하교 진학도 미룰 만큼 형편이 어려웠지만 그는 꿈을 향한 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이룬 첫 꿈은 은행원. 지금도 변한 없지만 당시 은행원이라는 직업은 안전하게 삶을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하지만 그는 다니던 국민은행에 사표를 내고 갑자기 고시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우회로를 두고 절벽에 밧줄을 던진 것이다. 고시생들의 합격수기를 읽고 자극을 받은 그는 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86년에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힘든 일을 자처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국장의 보직을 스스로 반납했다. 남들이 보기엔 더 높은 정상을 향해 다시 한번 밧줄을 던져야 할 시기에 정상 정복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산행의 영향이 커 보였다. 그래도 정상을 정복해 보고 싶은 욕심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답을 한다. 오르지 못한다고 조급해 하지말고 스스로를 먼저 단단하게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산에 오르기 좋은 이 계절, 어느 산을 선택하는 게 좋을 까.

   가을 산행은 크게 억새와 단풍이라는 테마로 나눠진다. 이 부회장은 억새를 찾아간다면 민둥산이나 명성산 등을 추천했다. 하지만 요즘엔 사람들이 너무 몰리는 단점이 있단다. 단풍하면 유명한 설악산, 내장산, 지리산 피아골도 좋지만 북한산의 오봉지구도 남부럽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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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암 부회장이 강추하는 청량산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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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으로 山門을 지은 청정도량

   청량사는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청량산에 위치한 산사. "구름으로 산문(山門)을 지은 청정도량"이리는 찬사를 받을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청량산은 경북 봉화군에 자리 잡고 있다. 산세가 크지 않지만 기암절벽, 낙동강, 유서 깊은 사찰과 산성 등이 모여 있어 이석암 부회장은 도립공원으로서 등산과 답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최적의 산으로 꼽았다.

   청량산의 주봉인 의상봉으로 오르는 길은 매우 험난한 편이다. 의상봉에서 청량사로 내려오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이미 거쳐왔던 뒷실고개로 다시 내려오는 길. 사찰 안으로 들면 하산길의 발걸음을 유혹하는 안심당이라는 전통다원이 있다. 산행으로 지친 몸을 쉬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데는 더 없이 훌륭하다고. 안심당 뒤편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청량정사와 산꾼의 집이 있다. 청량정사는 퇴계가 후학을 양성하며 도산십이곡을 완성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그 옆에 있는 산꾼의 집은 나그네들에게는 따끈한 차와 함께 쉼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이다. 이처럼 빼어난 경관 속에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 언제 가도 좋다는 곳이 바로 청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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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9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 마산상고를 졸업했다. 국민은행에 근무하며 야간에는 국제대(현 서경대)에서 수학했다. 그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고 1978년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했다. 86년에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건설교통부 국장을 역임한 후 2005년 명퇴, 현재는 전국버스연합회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다. =======================================================


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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