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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여진 역의 채정안

<역전의 영왕>에서는 여풍(女風)이 드셉니다. 등장인물을 보아도 여성은 항상 핍박만 받은 황태희(김남주 분), 교활하여 백여시라는 별명이 붙은 백여진(채정안 분) 그리고 개인감정을 업무와 연결시키는 임원답지 않은 임원 한송이(하유미 분) 3명입니다. 반면 남자는 아내인 황태희로 인해 회사 내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봉준수(정준호 분)와 퀸즈그룹 회장의 아들이지만 어머니가 누군지 모르고 자라면서 항상 아웃사이더로 성장해온 구용식(박시후 분) 2명뿐입니다. 사람의 숫자로 파워를 논하는 것은 유치하지만 그냥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 드라마는 제목처럼 주인공은 결국 인생역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역전의 주인공은 황태희-봉준수 부부입니다. 황태희는 퀸즈그룹 최초의 여성임원인 한송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매우 잘 나가는 기획개발팀장이었지요. 그런데 이곳에 신입사원 봉준수가 들어오면서 귀신에 홀린 듯 눈이 맞아 결혼을 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황태희는 한송이의 눈밖에 나게되어 살살이를 치는 새까만 후배인 백여진에게 팀장자리를 빼앗기고 과장급으로 강등됩니다. 한송이는 황태희가 영원히 골드미스로 남아 자신의 수족이 되어 주리라고 믿었지만 하루아침에 결혼하는 것을 보고 배신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결국 황태희는 사표를 집어 던지고 맙니다.

한편 봉준수도 아내로 인해 피해자가 됩니다. 사실 백여진은 봉준수의 첫사랑입니다. 그런데 백여진은 능력 없는 봉준수를 차버린 것입니다. 봉준수는 고시 3과(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공부를 하다가 실패하자 결국은 옛 애인인 백여진이 있는 곳에서 보기 좋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하필 백여진이 팀장이고, 또 황태희의 남편이다 보니 그는 두 여자(한송이와 백여진)의 견제를 받아 지난 5년 동안 대리승진도 못한 평사원으로 빌빌대었지요.

불행이라는 놈은 언제나 홀로 오지 않는 법입니다. 회사에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휘몰아 칠 즈음 혜성 같이 나타난 구용식 구조조정본부장은 봉준수의 군대졸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봉준수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봉준수는 구용식으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모욕을 당한 후 희망 퇴직했습니다. 

백수가 된 부부는 허송세월하다가 업무능력이 뛰어난 아내 황태희는 업무기획안 공모에 당첨되어 특별기획반(희망퇴직 거부자들로 구성된 별동조직)에 배속되었고, 남편인 봉준수는 구용식을 물 먹이려는 한송이의 교묘한 술책으로 특별 채용되어 백여진이 팀장으로 있는 기획개발팀에서 근무합니다. 제1차 기획(안)보고에서 한송이와 백여진은 봉준수를 꼬드겨 황태희의 기획안을 빼내 그대로 발표하여 사내 분위기를 발칵 뒤집어 놓았지요. 결국 봉준수의 양심선언으로 이 사건은 유야무야되고 그 대신 구용식의 제안으로 제2의 기획안 발표를 하기로 결정된 상태입니다. 양 팀은 서로 기획안을 잘 준비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형국이지요.

그런데 황태희에게 참으로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부부가 칼질을 하면서 와인 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고 있는데, 남편에게 자꾸만 전화가 걸려옵니다. 결혼기념일이라고 야근을 거부한 것을 안 백여진의 방해공작입니다. 두 번째 전화를 받으면서 봉준수가 잠시 자리를 피한 사이에 백여진의 여자친구가 나타나 황태희에게 "결혼할 여자가 있는 남자와 함께 뭐 하는 짓이냐"고 추궁한 것입니다. 깜짝 놀라는 황태희에게 여자는 "봉준수와 결혼할 여자는 바로 백여진"이라고 합니다. 황태희는 가족사진을 꺼내 놓으며 내가 바로 봉준수의 아내라면서 여자를 혼내자 여자는 착각했다며 슬금슬금 뒤꽁무니를 빼고 맙니다.



잠시 후 봉준수가 왔지만 이제 결혼기념일 행사는 물 건너갔습니다. 황태희는 그동안 봉준수-백여진의 관계가 의심스럽습니다. 봉준수가 백여진의 모친상에 밤을 세며 도와준 일도, 동네슈퍼에서 함께 장을 본 것도, 백여시 같은 여자와 택시를 타고 간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황태희는 백여진의 집을 방문해 둘의 관계를 추궁하자 여진은 봉준수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화가 난 황태희는 여진의 뺨을 후려칩니다. 태희가 떠나자 여진은 아내가 있단 말로 봉준수를 호출해 다시 결합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봉준수의 생각은 확고하네요. 이제는 아내 황태희를 사랑한다고요. 귀가한 봉준수에게 백여진과의 관계를 재차 추궁했지만 봉준수는 끝내 입을 다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집니다. 한송이 상무는 그전 백여진의 모친 병 문안을 갔다가 봉준수와 백여진이 포옹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둘의 관계를 이상하게 여겨 측근에게 뒤 조사를 시킵니다. 그 결과 둘은 입사 전인 8년 전부터 연인사이임이 밝혀집니다. 한송이는 백여진을 불러 봉준수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는데, 이게 함정인줄도 모르는 백여진은 미주알고주알 대답합니다.  

한송이는 황태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부릅니다. 그 곳에는 이미 백여진과 봉준수가 와 있습니다. 한송이는 봉준수의 재입사 시 면접서류를 보니 6년 전 면접관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이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지원"을 했다고 말한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한송이는 6년 전이라면 황태희씨는 아닐 테고, 그 여자 지금도 다니고 있는지 묻습니다. 당황한 봉준수가 그 얘기는 면접 때 인상깊은 대답을 하려고 둘러댄 말이라고 변명하지만 옆에 앉은 황태희의 숨이 거칠어집니다. 한송이는 웃으며 "난 또 와이프랑 옛날 애인이랑 한 회사에 같이 두고 다니는 줄 알았지"라고 합니다.


사무실을 나온 황태희는 지난날 봉준수와 백여진이 하던 말을 떠올리며 둘의 관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귀가한 그녀는 잠을 자고 있는 딸 소라에게 뽀뽀를 해 주고는 흩어진 장난감을 통에 담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봉준수와 백여진이 붉은 악마복장을 하고 함께 응원을 하며 찍은 사진을 발견합니다. 이제 둘의 관계가 밝혀졌으니 오늘 제12회에서는 또 다시 폭풍이 휘몰아치겠군요.


 

그런데 왜 백여진은 한사코 황태희와 봉준수 사이를 오가며 둘의 관계를 갈라놓으려 할까요? 그 이유가 이번에 밝혀졌습니다. 백여진으로서는 옛 애인인 봉준수가 하필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황태희의 남편이 된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황태희에게 자신은 봉준수를 좋아한다고 말래 태희의 속을 뒤집었으며, 봉준수에게도 태희와 이혼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추파를 보내고 있습니다.

황태희는 지금은 한송이와 백여진으로부터 핍박받는 주인공이지만 그녀가 한송이의 비호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할 때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대단했습니다. 백여진은 황태희에게 당한 설움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 황태희는 백여진을 세워놓고 호통칩니다. 
"난 자기가 꽤 괜찮은 여자로 생각해! 시장에 내놓을 신부감으로 말이야. 이 정도 외모에 학력이면? 그런데 자기 시집가기 전까지 데리고 있어야 할 난 뭔가? 솔직히 좀 고달프다!"

그러면서 서류를 집어 던지니 백여진은 말을 계속합니다.
"팀장님, 결혼도 결혼이지만 일로도 인정받고 싶어요! 팀장님처럼요!"
"나처럼?"
"네, 팀장님께서 회사설명 해 주러 학교에 오셨을 때 그 당당함에 반했구요,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이 회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팀장님은 제 롤 모델이세요!"
"그래?"
"예!"
"이거 자기가 쓴 다음시즌 기획안이지? 있다가 전체회의 할 때 사람 수만큼 복사해서 나눠줘!" 
"네! 팀장님, 감사합니다. 팀장님!"

백여진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즐거운 마음으로 회의준비를 합니다. 전체회의가 시작되자 마침내 황태희의 저주가 시작됩니다. 책상 앞에 놓여 있는 기획안은 백여진이 만든 것인데 매우 좋은 샘플이라고요. 이 말을 들은 백여진은 기분이 날아갈 듯 합니다. 그 다음 순간 황태희가 내 뱉은 한마디에 좌중은 그만 얼어붙습니다.

"기획안을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아주 모범적인 사례예요! 핵심도 없고, 컨셉도 상실됐고, 신선함이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김빠진 맥주 같은 심심한 내용에, 포장만 사치스럽고 화려한 겉으로만 요란스러웠지 진심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은 그런 기획안,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아주 총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요. 난 백여진 씨가 누구의 롤 모델이 된 다는 둥 이루지 못할 꿈은 빨리 깼으면 좋겠어!"

황태희는 기획안을 집어던지며 이면지로 재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리고는 나갑니다. 아이쿠~ 정말 해도 너무했습니다. 팀원 앞에서 이런 망신을 당했으니 지금까지 백여진이 황태희의 속을 뒤집어 놓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백여진이 봉준수-황태희의 집들이로 신혼집을 찾았을 때, 그녀는 화장실에서 황태희의 것으로 보이는 칫솔을 집어 변기통에 던져 넣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입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합니다. 봉준수가 군대생활을 하며 신참인 구용식을 인간적으로 대해주었더라면 그런 수모는 겪지 않았을 것이며, 황태희도 안하무인으로 백여진을 갈구지 않았더라면 여진이 이토록 밉상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황태희에 대한 동정심이 사라지고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업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마도 황태희 자신도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 테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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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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