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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 역의 박해일  [사진자료제공/이데일리 스타in]



추석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최종병기 활>을 보았습니다. 사실 아내는 극장에 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요즈음 미국 드라마에 빠져있거든요. 특히 활을 주제로 만든 한국영화가 뭐 재미있겠느냐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그 이유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자막이 올라가자 아내가 한 말은 "영화를 참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며 "활 쏘는 것을 배워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이 영화의 매력에 완전히 빠졌습니다. 사실 아내는 배우 박해일을 좋아합니다. 아내는 박해일이 출연한 <괴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반면 글쓴이는 최근 드라마 <공주의 남자>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문채원의 연기를 보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최종병기 활>은 개봉 26일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하여 금년도 개봉작 중 흥행 2위 에 올랐다는 뉴스도 이 영화를 보게된 요인입니다(13일 오전 10시 현재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관객동원이 높은 영화는 그 이유가 분명히 있는 법인데, 글쓴이의 관점에서 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병자호란의 참상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병자호란은 1636년 청 나라가 조선을 침공했을 때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던 인조가 삼전도로 나와 청태종에게 머리를 조아린 치욕의 사건입니다. 소설가 김훈이 지은 <남한산성>을 읽으면 청나라의 침입에 조정의 중신들과 군 병력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처절한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분하고 답답했던 심정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었거든요.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는 나라 잃은 조선의 백성들을 무려 50만명이나 청국으로 끌고 갔다고 합니다. 우리 백성들은 끌려가면서 아녀자는 농락당하고 달아나거나 병든 자는 개죽음을 당합니다. 이 영화는 역적의 자손이자 조선 최고의 신궁인 남이(박해일 분)가 유일한 핏줄인 누이 자인(문채원 분)이 서군(김무열 분)과의 혼례식 날, 청군이 침입하여 자인-서군이 포로로 잡혀가자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몸부림을 그린 영화입니다.

둘째, 남이가 가진 무기는 오직 활뿐입니다. 조선을 침입한 청의 명장은 쥬신타(류승룡 분)로 이들은 왕자 도르곤(박기웅 분)과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남이를 끈질기게 추격합니다. 이들의 무기도 역시 활입니다. 나무가 촘촘한 숲에서 추격전을 벌이려니 활이 아니고는 칼 등 다른 무기로는 감당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말을 타고 달리며 활 하나로 싸우는 장면이 이토록 박진감 넘치는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이를 위해 배우들은 실제로 오랜 시일동안 궁술을 배웠다고 합니다.
 
셋째, 특수한 촬영기법입니다. 활을 쏘면 화살이 날아가는 장면을 고속으로 잡아냅니다. 주인공들이 넓은 계곡을 건너기 위해 뛰다가 암벽에 붙어 기어오르는 장면은 일품입니다. 목에 화살이 스치듯 지나가면서 피를 흘리게 하는 장면은 더욱 상상이상입니다. 

넷째, 침입자를 응징하기 위해 동원된 인원은 극소수이며, 나라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은 순수한 개인차원의 복수였습니다. 이들은 남이와 서군-자인 부부, 갑용(이한위 분)입니다. 우리의 동족이 청나라의 포로로 끌려가도 조정이나 군부에서 누구도 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지 않습니다. 청국에 끌려갔던 백성들이 구사일생으로 강을 건너 귀국하면 조정에서는 오히려 청국에 협조한 죄를 물어 죽였다고 합니다. 이는 마치 일제치하에서 나라를 잃고는 강압에 의해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부득이 친일을 한 것을 해방 후 친일파로 몰아 지금도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물론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친일한 것을 비호하려는 것은 추호도 아닙니다). 반면 어엿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음에도 북한의 노선에 동조한 좌익세력은 지금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최종병기 활>은 주인공 남이가 비록 마지막에 목숨을 잃지만 여동생부부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 우리의 숨은 영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섯째, 출연 배우들의 명연기를 들 수 있습니다. 박해일과 류승룡의 연기에 대해서는 따로 수식어가 필요 없습니다. 서군 역의 김무열은 처음 보는 배우이지만 결혼식을 치르는 도중에 헤어진 아내 자인을 구하기 위해 강한 무사로 변신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자인 역의 문채원은 청 황제의 아들 도르곤에게 수청들기를 거절하며 단검을 들고 반항하는 등 강단 있는 여전사의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고 생각됩니다. 어디서든 감초연기를 잘하는 이한위도 숨은 공신입니다.

                     류승용                                김무열                                 문채원                             이한위  

지금까지 이 영화가 대박을 터트리는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죽은 언어(死語)인 만주어를 되살린 것을 높게 평가하지만 글쓴이는 언어학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박해일이 계곡에서 류승룡 일당의 공격을 받아 외통수의 위험에 처했을 때 거대한 호랑이가 나타나 그를 구한 것은 시종일관 진지했던 장면을 코믹화한 한 듯 하여 다소 이외였습니다. <최종병기 활>은 이제 개봉한지 겨우 1개월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승승장구하여 우리 영화 역사상 큰 획을 긋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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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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