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덕태자 역의 이태곤 도영 역의 오지은
KBS 주말드라마 <광개토태왕>이 산으로 오른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담덕태자(이태곤 분)가 왕위에 오르는 일을 자꾸만 뒤로 미룬 채 주변국과의 갈등을 드러내고 이 과정에서 담덕의 영웅만들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문제가 벌써부터 대두되었고, 특히 국상 개연수(최동준 분)가 가증스러울 정도로 사갈현(김철기 분)이라는 살수까지 동원해 담덕을 죽이려는 치졸한 수작을 부려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이번 제31회에서는 참으로 뜬금없는 일이 또 발생합니다. 국상이 담덕태자를 딸 도영(오지은 분)을 이용해 사위로 만들겠다고 고집한 것입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어찌 일어날 수 있을까요?
▲ 담덕을 죽이려 제2살수를 보낸 국상 개연수
국상은 사갈현이 담덕 살해에 실패하자 그가 변심할 것을 우려해 그를 감시하고 죽일 제2의 살수들을 보냅니다. 사갈현이 부친 사갈웅의 묘소에서 담덕으로부터 아버지의 진정한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형편없는 자식으로 매도당하자 담덕의 말에 감동을 받은 듯 하던 사갈현이 갑자기 담덕에게 달려들었지요. 이때 국상이 보낸 제2의 살수들이 공격하는 바람에 담덕과 사갈현은 합심하여 우선 살수들을 제압합니다. 결국 국상은 그가 보낸 살수로 인해 담덕을 제거하는데 실패한 꼴이 됩니다. 사갈현은 등에 단검을 맞았습니다.
담덕과 사갈현이 부상을 입고 위기에 처했을 때 천군이 달려오자 살수들은 도망을 갔는데 이의 주모자는 누군지 끝내 밝혀지지 않습니다. 개연수의 딸 도영은 담덕이 위험에 처하는 악몽을 꾸고는 한걸음에 달려오느라 발을 다칩니다. 담덕은 도영의 발을 치료해주며 허리띠를 풀어 발목을 묶어 줍니다.
담덕은 부상당한 사갈현에게 사갈웅 장군의 칼을 책상 위에 내리 꽂으며 "원한이 남았다면 그 칼로 나를 베라"고 일갈합니다. 사갈현은 "왜 나를 살렸느냐?"고 묻자, 담덕은 "무장을 잃고 싶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사갈현이 "난 살수"라고 고백하지만 담덕은 "네게 무장의 피가 흐른다. 사갈웅 장군과 내가 가진 고구려의 꿈을 같이하자"고 회유(?)합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사갈현은 "난 자격이 없다. 내가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왜 묻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담덕은 "내가 물어도 넌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인배다운 기질을 나타냅니다.
▲ 살해하려던 담덕을 사위로 맞으려는 국상 개연수의 엉뚱한 수작
이런 일이 있은 후 국상은 제2살수로부터 담덕살해에 또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고는 참으로 담덕이 질긴 목숨이라고 혀를 내둘렀는데, 책사인 모수가 들어옵니다. 모수는 "상대방을 꺼을 수 없다면 우리편으로 만들면 된다"며 "사위도 자식이니 태자를 사위로 두면 훗날 왕을 사위로 두는 것"이라고 건의하자 국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습니다.
왕궁에서 모수가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태자의 국혼을 건의하자 기다렸다는 듯 연도부(반석진 분)는 국상의 여식이 적임자라고 맞장구를 칩니다. 계필(선동혁 분)이 태자의 국혼은 시기상조라고 하자 대당주 여소이(임병기 분)는 지금도 혼인이 늦었다며 국상의 편을 듭니다. 고창 장군(남성진 분)은 이는 소노부와 왕실이 결합하는 문제이니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제동을 겁니다. 우유부단한 고국양왕(송용태 분)은 결심을 하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군요. 지금까지 태자를 죽이려던 국상이 모수의 말 한마디에 사위를 삼으려는 그 발상이 정말 어이없고 생뚱맞습니다.
고창은 담덕을 찾아 어전에서 국혼문제가 거론되었는데 그 상대가 바로 도영낭자라고 알려줍니다. 화가 단단히 난 담덕은 국상의 집무실을 찾아 "나로 하여금 위험에 대처하는 힘을 길러준 데 대해 고맙다"고 인사한 뒤, "딸을 이용하려 하느냐?"고 따집니다. 국상은 "국혼은 내정을 안정시키며, 대신들이 추천한 일"이라고 답변합니다. 담덕이 이는 국상의 치밀한 계산이라며 질타하자 국상은 오히려 도영을 품어달라고 간청합니다.
도영마저도 "소녀를 이용하는 것은 싫으며, 아버지의 말을 따르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하자 국상은 "나와 태자가 공생하는 길"이라며 딸을 설득합니다. 도영은 몸종에게 "태자 곁은 지켜주고 싶다"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군요. 담덕이 찾아온 도영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자 그녀는 주저 없이 말합니다. "소녀 아비가 나를 이용해 태자를 견제하려고 한다. 나를 이용해 아버지 위에 올라서라. 기꺼이 태자를 위해 디딤돌이 되겠다"고 합니다. 일종의 프로포즈로군요. 그러나 담덕의 결심은 확고합니다. "안될 말이다. 넌 태자비로서 자격이 없다. 난 단 한번도 널 원한 적이 없다."
담덕이 지금까지 도영을 여동생처럼 아껴온 것은 사실이지만 한번도 여자로 생각해 본적은 없습니다. 그녀의 아비 개연수는 자기를 몇 차례나 죽이려한 원수입니다. 원수의 딸을 아내로 맞을 수는 없으니까요. 나중에 개연수일파의 영향력이 쇠퇴한 후에 둘이 서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다면 몰라도 지금 국상이 먼저 도영과 담덕의 국혼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어불성설이며, 시기도 절차도 모두 잘 못된 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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