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적덕 역의 김병기 사택비 역의 오연수
32부작인 <계백> 제15부에서 놀랄만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꼿꼿하고 당당하던 사택비(오연수 분)가 아버지 사탁적덕(김병기 분)이 대좌평에서 스스로 물러나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취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혼절하였고, 의자왕자의 장인인 연문진(임현식 분)이 대좌평으로 화려하게 복귀하였으며, 계백(이서진 분)을 따르는 무리들이 사택비의 비밀암살 조직인 위제단의 본거지를 급습하여 초토화시켰고, 계백은 여기서 의붓형 문근(김현성 분)을 만난 것입니다. 물론 이들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칼을 겨누었지요.
사택적덕인 대좌평의 뇌물수수혐의가 밝혀진 것은 어찌 보면 결국 잠복해 있던 상처가 곪아 터진 것입니다. 가잠성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생구들(포로)에게 나누어 줄 곡식과 은전을 중간에 착복하여 이를 뇌물로 상납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일을 처리한 외경부 창고 관리인 건철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사택비는 대좌평과 내신좌평에게 후환을 없애기 위해 건철을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당시 건철은 사찰에서 승려로 위장하여 공양중이었는데 은고의 호위무사인 초영(효민 분)일행이 납치해 저자거리에 매답니다. 이 때 백성들은 건철을 조정좌평에게 넘깁니다. 무왕을 따르는 조정좌평(김진호 분)은 건철로부터 뇌물장부인 치부책을 확보하고는 그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조정부 옥사가 아닌 다른 곳에 빼돌린 상태입니다.
조정좌평은 무왕에게 건철은 도성 밖 동굴에 그리고 치부책은 인근 사찰의 불경 속에 숨겨 두었다고 보고합니다. 무왕은 건철의 자백을 받고자 그를 데려오라고 지시합니다. 한편, 사택비는 비무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계백의 충성심을 시험할 두 번째 과제로 그에게 건철의 목을 가져오라고 지시하는데요. 이는 은고(송지효 분)가 사택비에게 생구폭동의 주범인 부패한 자를 요직에 그대로 둔다면 백성들이 분개할 것이라는 진언 때문입니다. 계백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데요. 건철이 살해되면 증거가 인멸될 우려가 있지만 누가 보아도 사택비의 짓임을 알게 되므로 사택비의 신임도 얻을 겸 일거양득을 노린 것입니다.
조정좌평이 건철을 호송하는데 잠복한 계백이 단검을 날려 건철을 살해하자 사택비의 지시를 받은 위제단의 귀운(안길강 분)일당이 달려들어 조정좌평의 품속에서 치부책을 빼앗아갑니다. 조정좌평은 대좌평의 심복인 내신좌평을 조사해야 한다고 건의합니다. 3년 전 건철이 뇌물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그를 복직시켜준 자는 바로 내신좌평이었답니다. 그러자 사택비는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릅니다. 내신좌평에게 단검을 던지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결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내신좌평으로서는 지금까지 사택비와 사택적덕에게 개처럼 충성했는데 이토록 토사구팽 당하다니 그만 꼭지가 돌아버린 것입니다.
무왕은 대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패의 1차책임자인 건철이 살해당했으니 그 배후는 분명 이곳의 대신들에게 있을 것이므로 지금 자수하면 선처할 것이나 나중에 밝혀지면 일족을 멸하겠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이에 내신좌평이 나서 "부정부패의 최종 책임자는 대좌평이며 모든 기관들이 상납을 한다"고 아룁니다. 나중에 놀란 귀족들이 내신좌평의 경솔한 행동을 나무라는데, 내신좌평은 충성의 대가가 자결지시라며 분개합니다. 귀족들은 대좌평에게 항의하며 분열의 조짐을 드러냅니다.
놀란 사택비는 계백에게 내신좌평을 죽이라고 지시하는데, 계백은 그의 어깨에 상처만 살짝 내고는 살려둡니다. 이에 귀족들은 내신좌평 살해미수 사건은 사택가문의 짓이라며 앞으로 더 이상 이들을 믿지 않겠다고 합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대좌평(사택적덕)은 스스로 자리에게 물러나겠다고 사직을 청했고, 무왕은 이를 수용하고는 연문진을 다시 대좌평으로 복귀시켜 사택적덕을 심문하겠다고 합니다. 이에 사택비는 혼절합니다.
사택적덕이 사직하고 사택비가 혼절하자 조정의 각 부에서는 그동안 사택적덕에게 뇌물을 거두어 바쳤다는 진술서를 작성합니다. 세상의 민심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동안 사택가문의 세도에 눌려 숨을 죽이고 살던 관리들이 드디어 바른 말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연문진으로서도 지금까지 설움을 받아온 웅진 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오늘을 기다려 왔지요. 이들은 사택비와 사택적덕을 구금하고 추종자들을 장악한 후 무왕에게 웅진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권유합니다.
한편, 계백은 위제단 두목인 귀운을 미행하여 위제단 근거지를 처음으로 알아냅니다. 사택일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위제단의 제거는 필수적입니다. 계백은 흥수(김유석 분)의 은신처에 숨어 있는 성충(전노민 분) 및 백파(조경호 분) 등 동지들을 규합하여 위제단을 공격하기로 합니다. 은고는 임자(이한위 분)에게 부탁하여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는 독약과 향을 제조하도록 부탁합니다. 드디어 계백 일당은 위제단을 공격하여 초토화시킵니다. 두목인 귀운은 도망쳤지만 수족을 잃은 그는 앞으로 발악은 하겠으나 예전의 힘을 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때 계백을 노려보는 한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이붓형 문근입니다. 문근은 어머니를 죽인 위제단 남조(조상기 분)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지금까지 오로지 복수를 위해 살아왔습니다. 독개(윤다흔 분)를 제압하고 살인청부업자로 살고 있지만 최종목표는 위제단에 대한 복수입니다. 마침 교기왕자(진태현 분)가 찾아와 임무를 맡기려 합니다. 문근은 위제단에 대해 알려달라고 합니다. 교기는 위제단을 생각합니다. 두목이라는 자는 오로지 어머니 사택비의 명령만 따를 뿐이라며 자신의 명명을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쓰러진 지금 귀운을 살려두어도 나중에 별 효용가치가 없어 보이기에 교기는 문근의 제안에 응한 것입니다. 문근이 위제단 본부에 도착하니 이미 계백일행이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다가 남조를 발견하고는 달여들었던 것입니다. 이 싸움에서 위제단의 북조(바유환 분) 등이 모두 살해당하고 오로지 부상을 입은 귀운과 남조만 달아났습니다.
드디어 칼싸움을 시작한 의붓형제인 계백과 문근,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볼까요? 현재 사택비는 의식이 돌아왔지만 감금당한 상태일 것이며, 사택덕적도 중죄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었던 귀족들도 등을 돌렸고, 반대파 숙청에 앞장 섰던 위제단도 두목만 남기고 궤멸되었습니다. 제15부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연의 사태로 그간 철옹성처럼 보였던 사택가문의 몰락은 초읽기에 들어간 형국입니다. 통상 조정에서의 반란은 임금에 충성하는 무리들과 임금을 폐위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이번 무왕과 연문진 그리고 계백의 반란은 권한이 비대해진 귀족을 제거하기 위해 임금이 중심이 되어 도모한 점에서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 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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