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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 분)와 계유정난으로 김종서 일파를 제거한 수양대군(김영철 분)의 딸 세령(문채원 분)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멜로 역사드라마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웃지 않습니다. 오로지 웃음은 수양대군과 그 지지자들이 기생집 청풍관에 모여 자신들의 음모가 하나하나 실현될 때마다 들려오는 간사하고 호탕한 웃음소리뿐입니다. 이 외에도 정종(이민우 분)이 미혼일 때는 자주 실없는 웃음을 날렸지만 경혜공주(홍수현 분)의 남편인 부마가 된 이후부터는 그마저도 웃음을 잃어버렸습니다.

비록 웃음은 거의 없지만 남녀간 또는 친구와 사제간의 얼싸안는 장면은 가끔 연출됩니다. 그런데 이 포옹하는 장면을 보노라면 그 사연이 너무나도 애절하여 시청자로서는 가슴이 짠합니다. 지금까지 주인공들의 가슴 시린 포옹장면 5건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승법사에서 이름 모를 궁녀인 세령을 포옹한 승유

김승유와 이세령의 첫 만남은 종학의 강의실에서였지요. 이 때만해도 경혜공주와 세령은 사촌으로서 서로를 배려해주는 친자매 같은 사이였지요. 당시 수양대군은 김종서 세력을 자기편으로 회유하기 위해 사돈을 맺자는 혼담을 요청했는데, 이를 알게 된 세령은 종학의 직강인 김승유의 얼굴을 보고 싶어 경혜공주대신 공주행세를 하였던 것입니다. 당연히 김승유는 세령이 수양의 딸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공주인줄 알고 좋아했지요. 그런데 나중에 승유가 세령에게 보낸 연서가 진짜 공주인 경혜에게 전달되는 사고가 발생하지요.

승유는 공주를 능멸한 죄로 문초를 받은 후 김종서가 사직을 하는 대가로 풀려나게 되는데요. 김승유는 세령이 공주가 아님을 알았지만 그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저버리지 못합니다. 그는 세령에게 말을 타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네 터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으며, 경혜공주의 어머니인 중전마마의 묘소에도 같이 다녀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궁녀 "여리"로 임시로 승법사에서 거주한다고 거짓말을 했지요.

어느 날 김승유는 승법사를 찾아와 탑돌이를 하고 있는 그녀를 와락 껴안습니다. 놀란 세령이 마음 속으로는 한없이 기쁘면서도 짐짓 딴소리를 합니다. "차갑게 나를 밀어 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왜 이러냐"고. 이에 승유는 "내 자신을 더 이상 속일 수가 없다. 내 마음 속에 그대를 밀어내지 못하겠다"고 고백합니다.

잠시 후 계곡으로 이동한 두 사람은 궐내에서 강론한 때를 재현하며 애틋한 마음을 글로 적어 뜻을 풀이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손을 잡고 다리 위를 걷던 두 사람, 결국 승유는 세령에게 기습뽀뽀를 합니다. 그 자리에 남은 세령도, 돌아서 떠나는 승유도 입술에 남아 있는 연인의 향기를 느끼며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제7회)  

 


(2) 자신을 납치한 승유를 와락 껴안은 세령

계유정난으로 충신들을 반역으로 몰아 죽인 수양대군은 그 아들들을 모두 옥에 가둔 후 강화도로 유배를 보냅니다. 그런데 한명회(이희도 분) 일파는 청풍관 왈패들을 동원하여 죄인이 탄 배를 침몰시켜 수장합니다. 빙옥관의 주인인 조석주(김뢰하 분)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김승유는 신면(송종호 분)의 혼례일 가노로 위장한 채 수양의 집에 잠입하여 세령을 납치합니다.

승유는 세령을 빙옥관의 창고에 감금했는데요. 가까스로 정신이 든 세령은 납치범이 바로 김승유임을 알아봅니다. 놀라는 세령에게 승유의 말은 차갑고 냉정하네요. "네가 아는 김승유는 이 세상에 없다. 넌 내 아버지 원수의 딸이며, 나를 배신한 벗의 연인이라. 기다려! 곧 죽여주겠다."

승유는 혼례 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세령을 말에 태워 데리고 간 후 산으로 끌고 갑니다. 승유는 외딴 집에 세령을 감금하고는 분노로 절규하는데요. "넌 네 아비를 죽이는 미끼가 될 것이다. 피로 칠갑을 한 네 아비가 그리 좋으냐? 네 아비와 너도 똑 같은 인간이다." 승유는 세령에게 "순진한 척, 아픈 척, 다 아는 척 하지 말아라.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말아라"고 몸서리를 칩니다. 이성을 잃은 그는 "네 아비를 죽이고 나면, 너도 잔인하게 죽여주겠다"고 발악을 합니다. 

그런데 세령은 발악하는 승유를 와락 끌어안습니다. 세령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나! 상상도 못할 그 고통을 어찌 견뎠나. 제 목숨을 줘서라도 없앨 수 있다면 천번만번 죽겠다"고 말하지만 승유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지요. 다음날 아침 세령을 물을 바가지에 떠서 승유에게 건네지만 그는 매정하게 이를 땅 바닥에 내동댕이칩니다. 세령은 "복수는 나 하나면 족하다. 제발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라"고 하지만 이미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 승유는 "네 아비가 겉으로는 죄인들을 강화도로 유배 보내 살려준 것처럼 위장하고, 실제로는 모든 적(대역죄인의 식솔들)을 수장시켜 한꺼번에 죽였다"며 몸서리를 칩니다.(14회)

 


(3) 부마를 남편으로 의지하려는 경혜의 정종 포옹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불쌍하고 가련한 인물은 사실 부마인 정종(이민우 분)입니다. 물론 경혜공주는 더 안쓰럽지만 문종의 딸이니 이를 운명으로 받아드려야 하겠지요. 원래 경혜공주의 남편은 김승유로 내정되었지만 수양일파의 반발과 김승유가 세령을 공주로 오해한 일로 인해 부마후보자에서 낙마한 것입니다. 그런데 수양과 온녕군(윤승원 분)을 비롯한 종친들은 가장 힘이 없는 정종을 부마로 천거하여 성사시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하다가 졸지에 부마가 되었지만 정종은 공주와 합방은커녕 손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하는 무늬만 부부인 처량한 신세가 됩니다. 부마가 된 이후 수양대군 일파들이 벌이는 추악한 음모와 문종 사후 어린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찬탈을 노리는 그들의 압력에 맞서 늘 수심에 젖어 있는 경혜공주에게 남편노릇을 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는 처지이거든요. 기껏해야 전하와 공주마마를 지켜주겠다는 립 서비스만 했을 따름입니다. 

역모의 혐의를 씌워 안평대군(이주석 분)을 사사하고 세령의 납치사건 배후인물로 금성대군(홍일권 분)과 정종을 하옥시키자 초조한 경혜공주는 수양을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는 "금성대군과 부마 정종은 세령의 납치사건과는 무관하니 살려주면 앞으로는 전혀 말썽부리지 않고 조용히 살겠다"고 애원합니다. 경혜의 처지가 참으로 가련합니다. 일국의 공주로서 권력욕의 화신이 되어 무고한 살인을 자행하는 숙부 수양에게 그의 마음을 돌려 남편인 부마를 살리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지요. 이에 대해 가증스러운 수양은 "지아비를 구하려는 마음은 가상하지만 국법의 지엄함을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경혜의 읍소와 단종의 왕위 양위계획에 영향을 받았음인지 정종은 옥사에서 풀려납니다. 정종이 귀가하자 경혜는 통곡하고 있습니다. 정종은 이토록 초라한 모습은 공주마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위로합니다. 경혜는 정종을 안으며 "어찌하면 좋으냐"고 묻지만 부마인 정종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정종은 "못나고 힘없는 부마라서 송구하다"는 말뿐입니다. 정종은 처음으로 아내인 공주를 안아 본 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부부가 어디 있겠어요?(15회)

 


(4) 죽마고우인 정종과 승유의 극적인 재회와 포옹  

빙옥관에서 세령의 납치범이 부마 정종이라는 말을 들은 승유는 급히 밖으로 나갑니다. 단종의 양위계획에 망연자실해있던 정종은 야심한 밤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는 바로 승유입니다. 강화도로 유배를 가던 배가 침몰해 죽은 줄만 알았던 죽마고우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놀란 정종은 "내가 죽은 것이냐, 네가 산 것이냐"고 묻습니다. 신면의 배신으로 치를 떨던 정종에게 승유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은 큰 위안이며 반가움입니다. 남자들의 포옹에 이토록 가슴 뭉클한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친구의 생존에 놀란 정종에게 승유는 "나 대신 네가 고초를 겪어서 미안하다"며 사죄하는데, 정종은 "네가 납치를 했다고 밝혔어도 수양은 그랬을 거다. 수양은 그러고도 남을 짐승 같은 놈이다"며 술을 마십니다. 정종은 "차라리 잘됐다. 네가 죽은 줄 아는 사람들은 네 정체를 몰라 안달이 나겠지. 보이지 않는 적보다 두려운 게 뭐가 있겠냐"고 합니다.(15회) 

 


(5) 사제지간인 종학 스승 이개와 승유의 포옹 

종학의 스승 이개(엄효섭 분)는 역사에서 배운 대로 사육신의 한 사람입니다. 그는 김승유, 정종, 신면의 스승이었습니다. 이개는 안평대군이 살아 있을 당시 그의 편에 서서 수양의 무리들에 맞섰고, 이번 단종이 왕위를 수양대군에게 넘기려는 양위를 발표하자 선비들을 이끌고 절대불가를 외친 충신입니다. 그는 변절한 신숙주에게 "그러고도 지하에 계신 세종과 문종을 볼 낯이 있느냐"고 일갈했습니다.

수양대군이 즉위하기 전날 밤 김승유는 수양일파의 무리 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온녕군을 단칼에 살해하고는 시신의 옷자락에 피로 대호(大虎)라고 기록해 두었습니다. 이 일로 수양일파가 바짝 긴장한 가운데 수양이 즉위한 날 승유는 퇴청하는 신숙주를 공격합니다. 마침 현장에 도착한 신면과 그의 부하들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는 못하였지만 승유의 살기는 하늘을 찌를 태세입니다.

이개는 정종을 찾아 이번 사건을 벌인 이가 제자인 정종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합니다. 이 때 신숙주 살해에 실패한 승유는 정종을 찾아왔고 골목에서 두 사람이 만나고 있을 때 이개가 밖으로 나옵니다. 이개는 김승유를 보자 "네가 진정 살아 있었느냐"며 승유에게 울음을 멈추라고 말한 뒤 힘차게 포옹합니다.

방으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 이개는 승유에게 그만 복수를 멈추라고 합니다. "어찌 네가 사람을 죽일 생각을 했느냐?  그만 멈추어라. 네가 망가지는 게 보기 싫다. 지하에 게신 네 아버님의 심정도 나와 같을 것이다. 너를 이리 만든 게 꼭 내 탓만 같다. 나 같은 어른들이 수양을 막았다면 너희가 이리 고초를 겪었겠느냐? 늦었지만 이 스승이 나서 볼 테니 위험한 일은 그만 두어라!" 이에 승유는 "그 자를 죽일 것입니다. 스승님은 스승님의 길을 가십시오. 전 제 길을 갈 것입니다." 떠나가는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안타까운 눈빛이 애절합니다.(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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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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