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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노걸 역의 윤종하


▲ 또 다른 비극을 예고하는 단종복위운동 

아버지 수양(김영철 분)과 부녀의 인연을 끊고 궁을 나온 세령(문채원 분)에게 경혜(홍수현 분)는 "굴욕적으로 살아남았으나 이대로 물러서지는 않겠다"고 했는데 제20회에서 전개된 상황을 보면 새로운 비극을 불러올 듯 합니다. 경혜와 정종(이민우 분)이 유배를 가는 길, 그래도 경혜에게는 예우를 해 주는지 가마를 타고 가는 반면 정종은 걸어서 갑니다. 이 때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민낯으로 나타난 김승유(박시후 분)에게 정종은 총통위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합니다. 총통위에는 아직도 금성을 따르는 무리들이 많답니다. 경혜는 승유에게 세령이 궁을 나와 승법사로 간다고 알립니다.

김승유는 총통위 내에 금성의 지지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박흥수 군관을 찾아야 합니다. 조석주(김뢰하 분)는 승유를 데리고 인근 관아에 가서 박흥수 군관을 찾았지만 그는 술에 쩔은 개흥수로 소재를 모른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광주부사 이준영이라는 자가 정종을 만나 지금 금성대군의 명을 받아 수양에게 반기를 들 전라도 수령들을 규합중이니 부마가 이들의 구심점이 되어 달라고 했는데요. 정종은 당연히 이를 받아들입니다. 무사히 유배지로 돌아온 정종과 경혜는 포옹하며 "한날 한시에 함께 죽겠다"고 각오를 다집니다.

김승유와 조석주는 신풍루로 개형수를 찾아가는데요. 술꾼을 보자 승유는 "함길도에서 김종서 장군 휘하의 부장을 지낸 박흥수"가 아니냐고 묻습니다. 놀란 박흥수에게 승유는 자신의 정체를 알립니다. 박흥수가 이를 믿으려 하지 않자 과거에 있었던 일을 회상시키는데요. 사실을 확인한 박흥수는 승유를 "도련님"으로 부르며 반가워합니다. 승유는 그 당시 수하들을 모아달라고 부탁하는데, 박흥수는 당시 수하들은 모두 한직으로 물러나 힘이 없다면서 조금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동행했던 조석주는 처음으로 김승유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이렇듯 김승유와 정종은 단종(노태엽 분)의 복위에 필요한 인물들을 규합하지만 이미 수양은 신면(송종호 분)에게 정종과 경혜, 금성대군과 노산군(단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라고 지시했기에 이들의 거사모의는 또 다른 비극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 민폐캐릭터 왕노걸이 드라마에서 필요한 이유

사사된 안평대군의 가노였던 왕노걸(윤종하 분)은 대역죄인의 식솔들과 함께 강화도에 유배에 처해졌다가 김승유 및 조석주와 함께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빙옥관의 식구가 된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무술에 능한 것도,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면서도 여자를 무척 좋아해 예쁜 여자만 보면 그냥 입을 헤벌리는 호색한이기도 합니다. 사실 왕노걸은 승유와 조석주가 한성부 옥사로 사육신을 구출하여 갈 때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함께 가자고 해서 따라나설 정도로 얼간이입니다.       

경혜의 말을 듣고 승법사로 간 승유는 신면이 세령을 찾으러 왔음을 알고는 그가 떠나자 세령을 데리고 빙옥관으로 옵니다. 빙옥관 마담 초희(추소영 분)는 또 객식구를 데리고 왔다고 짜증을 내는데, 조석주가 2∼3일간만 머무른다고 기지를 발휘해 무마시킵니다. 문제는 기생들인데요. 이들은 텃세를 부린다고 많은 빨랫감을 세령에게 줍니다. 세령은 군말 없이 빨래를 하는데, 보다 못한 왕노걸이 "공주에게 너무 힘든 일을 시킨다"고 한 것입니다. 놀라는 주변사람들에게 왕노걸은 "공주 같이 예쁜 여자라는 말"이라고 둘러대었지만 그 파장은 매우 큽니다. 김승유의 형수 류씨부인(가득히 분)은 비로소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준 여자가 시아버지와 남편을 죽인 원수의 딸임을 알게 되었지만 형수는 오히려 세령에게 "그동안 스스로가 얼마나 괴로웠냐"며 위로하는 모습입니다.

승유의 마음은 이제 세령에 대한 증오는 사라지고 애틋한 사랑의 마음만 남은 듯 합니다. 승유는 세령이 홀로 있는 방으로 가서 빨래하느라 아픈 팔을 주물러 주며 "전에 화살 맞은 상처가 아리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세령은 잠을 못 이룬다는 승유에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연인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합니다. 세령은 승유에게 "눈을 감고 머리를 비우면 잠들 수 있다"고 했는데, 승유는 거짓말처럼 잠이 듭니다.

이즈음 저자거리에는 공주가 궐을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공칠구(이희준 분)는 아무래도 지난번 자신에게 뺨을 때린 귀티라는 여자가 수상합니다. 이 여자가 지금 빙옥관에 머물고 있어 여자의 신원확인이 필요합니다. 공칠구는 왕노걸을 붙들고 무조건 자신의 아지트인 기생집으로 데리고 가서는 아리따운 기생을 불러 산해진미를 대접합니다. 왕노걸이 술에 거나하게 취했을 때 공칠구는 슬쩍 "빙옥관의 예쁜 계집이 누구냐"고 물었는데, 왕노걸은 대뜸 "아, 공주마마!"라고 응수합니다. 이제 상황은 끝났습니다. 공칠구가 즉시 신면에게 달려가 빙옥관에 공주가 있다고 알린 때문입니다.

나중에 술이 깬 왕노걸이 빙옥관으로 왔을 때 신면이 한성부 군사들을 이끌고 오는 것을 봅니다. 제정신이 든 왕노걸은 황급히 빙옥관으로 뛰어 들어 자신이 공칠구에게 공주의 존재를 알렸다며 빨리 피신하라고 합니다. 어리버리한 그로서도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자각했기 때문이겠지요. 왕노걸은 세령을 대피시키는데요. 빙옥관을 수색해도 세령을 발견하지 못한 신면은 부하들에게 집기를 부수도록 명령합니다. 이에 세령이 앞으로 나타나 "무고한 백성에게 악랄하게 구는 것은 정녕 내 아비와 다를 바 없다"고 저주합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신면은 부하들에게 세령을 강제로 말에 태우라고 지시합니다.

정말 왕노걸는 민폐캐릭터입니다. 그는 제20회에서 저지른 바보 같은 행동에 시청자로부터 많은 욕을 먹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주의 남자>는 겨우 4회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모든 게 완벽하게 돌아가면 세령과 승유는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겠지요. 그러나 두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진으로서도 세령과 승유간 사랑의 이야기를 마무리할 희생양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왕노걸이라는 인물을 배치해 이를 맡긴 것으로 판단됩니다.


 

▲ 세령은 과연 신면의 노비로 전락할까?

세령이 아버지 수양과의 부녀인연을 끊고 승법사로 갔다는 말을 들은 신면은 득달 같이 달여와 세령에게 궁으로 가자고 합니다. 세령은 "혀를 깨물고 죽는 꼴을 보고 싶으냐? 난 지금 두려운 게 없다"고 응수합니다. 신면은 "내일 다시 올 테니 입궐차비를 하라"며, 앞으로는 "공주대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신면은 다음날 다시 승법사를 찾았지만 이미 승유가 세령을 데리고 빙옥관으로 떠난 이후입니다. 신명은 송자번(진성 분)을 부마의 유배지로 보내 세령을 찾았지만 있을 리 없지요. 이즈음 수양의 장님인 도원군 숭(권현상 분)이 각혈을 하고 쓰러져 위독합니다. 수양으로서는 이런 판국에 세령 마저 속을 썩히니 심히 불쾌합니다. 수양은 신면에게 "당장 공주와 김승유를 잡아 대령하라"고 추상같은 명령을 내립니다. 세령의 어미인 윤씨부인(김서라 분)은 수양에게 세령을 너무 다그치지 말 것을 권유하지만 수양의 진노는 풀리지 않습니다. 수양은 부인에게 "외가에 가 있는 해양대군 황을 불러오라"고 지시합니다. 아무래도 숭의 회생이 불가능한 모습이네요.

이런 상황에서 신면은 마포나루의 경계와 수색을 강화하고 있던 중 공칠구의 첩보로 세령을 붙잡아 궁으로 보낸 것입니다. 세령이 방으로 들어오자 수양은 다른 사람을 전부 내보낸 뒤 딸에게 "김승유는 어디 있느냐"고 묻습니다. 세령은 대답은 당연히 "답할 수 없다"이지요. 수양은 "너와 김승유를 숨겨 둔 자들의 목을 베어야 이실직고하겠느냐"고 되묻습니다. 이에 세령은 결정적인 악담을 하고 맙니다. "또 다시 무고한 자들의 피를 보려 하나? 피비린내 나는 악행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그 업보를 자식들이 받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고. 

그렇지 않아도 아들 숭이 사경을 헤매고 있어 뒤숭숭한 마당에 김승유를 감싸며 자신을 죽이려 하는 세령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딸의 대꾸에 경악한 수양은 "이제 나와의 연을 끊는다"고 말한 뒤 신면을 방으로 불러 "공주와 자네 혼례는 없을 것"이라고 명합니다. 그리고 딸에게 "넌 더 이상 공주가 아니다. 넌 신 판관의 노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신면으로서도 이런 상황을 기대한 것은 아니겠지요. 세령도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면서 신면의 노비로 살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종과 경혜 커플에 이어 세령과 승유 커플에도 암울한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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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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