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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백 역의 이서진
 

▲ 의자의 행동 및 제작진에게 쏟아진 과도한 비난

의자태자(조재현 분)가 은고(송지효 분)를 외통수로 몰아넣은 후 태자란 신분을 이용하여 거짓으로 용종을 임신했다고 속여 은고를 살린 다음 후비(后妃)로 취한 사건을 두고 계백(이서진 분)의 애인을 빼앗은 파렴치한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실제로 이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은 은고자신입니다. 은고는 무진을 구명하려다 사택가문으로부터 역적으로 몰려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자 신분을 숨기고 행회(상단)를 운영하며 복수의 칼을 갈아왔고, 이 과정에서 사택가문에 원한이 있는 의자왕자와 계백을 만나 자연스럽게 동지가 되었습니다. 은고는 계백뿐만아니라 의자에게도 애틋한 정을 주었기에 의자가 은고를 마음에 품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고, 나중에 그녀가 계백에게 더 마음이 있음을 알고는 비록 얕은 수이지만 은고를 독차지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혼례식을 올린 첫날밤 기대에 부푼 의자는 은고에게 "이것이 최선이고 운명"이라고 말하자 은고는 "살기 위해 거래를 했다. 전하는 내 육신을 가졌을 뿐"이라고 차갑게 말했지요. 전혀 예상 못한 은고의 반응에 의자는 "네 마음을 영원히 계백에게 두겠다는 뜻"이냐고 반문하는데, 은고는 "신첩은 전하를 존경할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화가 단단히 난 의자는 난폭하게 은고를 침대로 데리고 가서는 겉옷을 벗기고 키스를 하려고 하자 은고는 입을 꽉 다문 채 목석같이 가만히 누워 있습니다. 의자는 하던 행동을 중단하고는 밖으로 나갑니다. 남자로서 이보다 더한 모욕적인 일은 없을 테지요. 

이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난폭한 행동을 한 의자 및 제작진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의자를 나무라는 측은 요즘 세상에 부부라도 한 쪽이 싫으면 부부관계를 삼가는 게 예의라면서 의자의 행동을 겁탈이라고 욕했습니다. 이는 정말 어이없는 비난이라고 생각됩니다. 백제시대의 일을 가지고 오늘날의 잣대와 비교한 것은 사리에 맞지 않으며, 첫날밤에 신부가 신랑에게 "당신은 내 육체만 가졌을 뿐 마음을 줄 수 없다"는 신부에게 신랑은 "그래, 알았다. 우리는 무늬만 부부이니 넌 다른 사내를 가슴에 품고 살아라"고 하면서 그냥 잠을 잘 얼간이 남편이 어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정략적으로 아니면 상대방에게 사술(詐術)을 동원해 결혼했을 지라도 첫날밤에 신랑이 신부와 육체관계를 요구하는 것을 "겁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비평자는 신부인 은고가 전혀 반응이 없었던 것을 두고 하는 말인 듯 하지만 겁탈이라면 신부가 적극적으로 반항해야 하는데 은고는 소극적으로 가만히 있었을 뿐이거든요.

또 제작진을 비난 한 것은 가족이 함께 보는 드라마에서 의자가 은고의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힌 후 민망한 장면을 보여주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물론 아무리 부부라도 싫다는 신부를 난폭하게 다룬 것을 두둔하고 싶지는 않지만, 화가 난 신랑으로서는 신부에게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었고, 또 의자가 은고의 겉옷을 벗기고 침대에 쓰러뜨린 후 강제로 키스하려고 입술을 여자의 입에 갖다대고 목덜미를 접촉하기는 했지만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바로 행동을 멈추고는 방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은고의 가슴도 가슴의 위쪽이 살짝 보였을 뿐 과도한 노출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 정도의 노출은 지금 당장 거리에 나가거나 지하철을 타면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자의 행동과 노출은 그토록 비난받으며 대서특필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 첫날밤 애인인 계백을 찾아간 은고

상심한 의자가 옆방에서 술을 마시는 사이 은고는 말을 타고 계백을 찾아갑니다. "왜 괴로워하느냐"는 은고의 말에 "꿈이 아니냐"고 반문한 뒤 포옹합니다. 계백은 "아씨를 놓칠 수 없다. 지옥이라도 함께 가겠다"고 하지만 은고는 "은고의 계백이 아니라, 백성의 계백, 백제의 계백이 되어야 한다"고 격려하면서, "은고를 전하(의자)가 아니라 백제에 보냈다고 생각하라. 언젠가 당신께 돌아오겠다"고 다짐합니다. 계백이 잠든 사이에 은고는 밥을 지어 놓고는 의자 곁으로 돌아갑니다. 은고가 실의에 빠진 계백을 찾아 격려한 것은 물론 잘 한 일이지만 신부가 첫날밤 신랑 몰래 집을 빠져나와 애인을 만난 일은 오히려 비난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계백으로서도 남의 아내가 된 여인을 포옹한 것은 안될 말이지요.  

 

   
▲ 거짓 임신에서 진짜 임신으로 기사회생한 은고

약 2개월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녀가 태자비 연태연(한지우 분)에게 "태자와 은고가 여러 차례 동침하였다"고 고합니다. 당시 왕실에서는 왕비가 용종을 잉태하면 동침하지 않는 게 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후궁제도를 두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태자비는 궁내의원을 찾아 한약재를 확인해 보니 이는 일반 보약이 아니라 회임촉진제가 들어 있습니다. 어의를 고문하여 거짓 회임을 자백 받았습니다.

보고를 받은 무왕(최종환 분)은 당장 은고를 옥사에 감금합니다. 의자는 무왕에게 "은고를 살리고, 소자를 폐서인 하라. 은고가 죽으면 소자도 죽을 것이다. 은고는 목숨보다 아끼는 여인이다. 폐하는 어머니를 버렸지만 소자는 내 여인을 버릴 수 없다"고 애원 겸 반발합니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무왕은 각혈을 하며 쓰러집니다.

계백은 옥사의 은고를 찾아갑니다. 막아선 옥졸을 의자가 말려 계백은 은고를 다시 봅니다. 계백은 "아씨가 죽으면 난 어찌 견디느냐"고 하소연하자 은고는 "더 이상 인연이 아니니 그만 잊어라"고 합니다. 계백이 옥문을 부수고 은골 데리고 나오자 의자는 "이건 파옥이다. 올 가지 못한다"고 제지합니다. 계백은 의지를 믿지 못한다고 하자 의자는 "폐하가 은고를 죽이면 나 또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이 대답에 충격을 받은 은고가 쓰러졌는데 의관은 "회임으로 인한 일시작인 어지럼증"이라고 진단한 것입니다. 은고의 실제 임신으로 그녀의 거짓 임신소동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 무왕이 유언으로 아들 의자왕에게 남긴 말

이제 시간이 흘러 7년의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은고의 회임이 사실로 드러나자 계백은 정처 없이 길을 떠났지만 군사를 모아 신라의 국경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성인 39개의 성을 공취(공격하여 취함)하여 삼한일통을 이룰 "전쟁의 신"으로 칭송을 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성충(전노민 분)과 흥수(김유석 분)는 당당하게 좌평의 반열에 올랐고, 태자비와 은고의 아들은 잘 자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의자태자가 왕위에 올라 5년 동안 무왕이 대리청정하다가 그가 죽은 후 의자왕이 실질적으로 통치하지도 2년이 되었습니다. 독개(윤다흔 누)와 그 수하들은 계백의 군사로 편입되었는데, 독개는 최말단 군직을 받은 반면 대수(고윤후 분)와 용수(장희웅 분)는 상위의 군직으로 인생 역전이 되었고, 계백으로부터 짐승의 냄새가 난다던 은고의 호위무사 초영(효민 분)은 은고를 떠나 계백군에 합류한 게 이색적입니다. 

2년 전 무왕은 죽기 전 아들 의자왕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습니다. "계백은 칼의 양날과 같은 존재로 제왕의 덕목을 가진 인물이다. 넌 계백에 대한 미안함과 질투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하나를 버려야 한다. 그게 제왕의 길이다. 백성들이 너 아닌 계백을 따른다면 그를 죽여야 할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말입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으니 제왕을 능가하는 장수는 제거하라는 유언이지요.


 


▲ 계백의 위업이 못마땅한 의자왕의 객기

승승장구하는 계백의 전승소식에 심기가 불편한 의자왕은 술로 세월을 보내는 듯 합니다. 성충과 흥수는 의자왕에게 40번 째 성의 공취를 지시하고 현장에 가서 장수들을 위로한다면 군사들 사기도 높아지고 성공할 경우 폐하의 공이 된다고 건의합니다. 현장을 찾은 의자왕은 공격의 선봉에 선 장수인 대수와 용수에게 어주(御酒)를 내리지만 대수는 "술 대신 차를 달라"고 합니다. 사실 임금이 내린 어주를 사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꾸민 듯 하군요. 이유를 묻는 왕에게 대수는 "한수 이남을 전부 차지할 때까지 금주하기로 장군과 약조하였다"고 하고, 용수도 "술을 빚지 않으니 군량미가 절약된다"고 아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자왕이 그만 물러섰으면 좋았을 것을 그는 한잔만 받으라고 재자 권합니다. 그러자 의자왕은 "잔을 받았다고 생각해 달라. 전례가 생기면 군령이 무너질 까 두렵다"는 계백의 대답을 듣게 된 것입니다.

 


▲ 계백이 백제의 영웅으로 가는 길

의자왕은 계백에게 백전백승하는 비법을 물었는데 그의 대답은 명쾌합니다. "적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시점에 싸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리 할 수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왕에게 계백은 "성충과 흥수에게 현지 상황을 알리고 그들의 의견을 실천에 옮겼을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이 말은 사람을 잘 부리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뼈 있는 말입니다. 의자왕에게 사람을 잘 쓰라는 충고이기도 한 듯 하군요.

후회는 없느냐는  말에 계백은 "훌륭한 사내대장부가 되어 폐하와 은고를 후회하게 만드는 게 제 복수이자, 백제와 백성의 길"이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이미 영웅이 되었다는 황제의 말에 "당항성을 되찾고 한수이남의 땅을 회복해야 진정한 백제의 영웅이라 할 수 있다"며 큰 포부를 밝힙니다. 역사는 계백장군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용장(勇將)으로 기록한 반면, 의자왕은 3천 궁녀(?)에 빠져 나라를 잃은 무능한 군주로 기록된 것은 그가 은고라는 여자를 차지하려고 벌인 속 좁은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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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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