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소재 성안산(843m)은 비록 <10만 도로지도>에는 이름이 표기되어 있지만 평창군에서 펴낸 관광안내지도에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산입니다. 다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뭄에 콩이 나듯 산자락에 위치한 영화 <웰컴투동막골> 촬영지와 연계하여 산행을 하기도 합니다.
산행들머리는 413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밤재입니다. 이곳의 행정구역이 율치리인 것으로 보아 밤이 많이 생산되었던 장소인 듯 합니다. 밤재에는 평창군의 주요관광지와 영월군의 관내지도가 세워져 있지만 성안산으로 오르는 들머리 표시는 없습니다.
밤재의 가게
산행은 가게가 있는 맞은편의 급경사로 올라야 합니다. 가느다란 보조로프의 도움을 받아 금새 치고 올랐습니다. 그런데 산 속으로 들어서자 등산로는 상당히 뚜렷하지만 과거 탄광지역으로 폐광된 이후 갱도가 함몰된 지역이 많아 굉장히 위험합니다. 관계당국에서 길을 가는 사람들이 위험지역으로 빠지지 않도록 로프를 쳐 두었지만 실수로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위험지역이 많습니다. 흡사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갈라진 모습을 보며 그 옆으로 지나가려니 오싹하기까지 합니다.
급경사 들머리
오르막
함몰지역
능선을 걸어가면서 우측으로 살짝 조망이 보였는데 그 후로는 정상을 거쳐 하산할 때까지 단 한번도 조망이 터지지 않아 실망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을 가끔은 로프에 의지하면서 힘겹게 오르니 성안산 정상입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50분만입니다. 개척산행을 많이 하는 어느 산악회에서 벌써 발빠르게 정상 안내문을 달아두었군요.
유일한 조망
성안산 정상
그런데 문제는 하산길입니다. 정상에서 우측으로 내려섰는데 선명한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선두그룹이 남겨 놓은 의미한 발자국을 따라가노라니 길 없는 길로 이어집니다. 등산을 하며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이 바로 이런 때입니다. 이젠 계속 가야지 되돌릴 수가 없는 상황이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안전지대로 내려서 웰컴투 동막골 영화촬영장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산책로 정상"이라는 이정표입니다. 길 없는 길을 내여 오느라고 진이 모두 빠져 버렸는데 산책로라는 이정표가 너무나도 뜬금없었던 것입니다.
드디어 찾은 길
원시림
산책로 이정표
영화세트장을 관리하는 평창군청 관계자는 정상까지 안전한 길이 있다고 했지만 도대체 어느 방향의 길을 의미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적어도 관계당국에서는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는 이정표만이라도 설치해 놓을 수 없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영화 <웰컴투 동박골>은 6.2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막골에 모인 연합군 병사와 국군 및 인민군이 그곳 사람들의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순박함에 동화되어 가면서 모두가 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입니다. 2005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신하균, 정재영, 강혜정, 임하룡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촬영세트장을 둘러보고는 주차장으로 내려 왔습니다. 길목에 위치한 공포체험장 "월하 산장"이 이색적이군요.
주차장에는 폐쇄된 탄광입구에 동막바람골이라는 이름을 붙여 찬바람을 씌울 수 있도록 해 두었는데 안쪽에서 나오는 바람이 정말 시원합니다. 인근 가게는 주말에만 문을 여는지 평일에는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성안산은 산 자체보다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촬영세트장과 연계하여 산행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반드시 경험있는 전문가의 안내가 필요합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2년 6월 28일 (목)
▲ 등산 코스 : 밤재-함몰지대-성안산-영화세트장-주차장
▲ 소요 시간 : 3시간 10분
▲ 등산 안내 : 산두레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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