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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태 역의 안재욱                                   이정혜 역이 남상미 

MBC TV 인기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가 64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당초 50부작에서 64부작으로 연장되는 바람에 스토리의 전개가 늘어지고 극중 악역인 장철환(전광렬 분)이 강기태(안재욱 분)와 차수혁(이필모 분) 그리고 조명국(이종원 분)을 죽이기 위해 계속 저지른 악행에 시청자들은 지치고 치를 떨었으며, 새로운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88서울올림픽 유치라는 명목으로 지난 정권에서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장철환을 석방시켜 올림픽유치위원장을 맞게 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을 묘사한 것은 다소 오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토록 승승장구하던 장철환을 무너뜨린 사람은 처음부터 원한을 산 강기태도, 과거 동지였다가 앙숙으로 변한 조명국도, 오래 전 장철환에게 재산을 빼앗긴 김풍길(백일섭 분) 회장도, 지난 정권의 라이벌이었던 김재욱(김병기 분) 전 중앙정보부장도 아니었습니다. 장철환의 목숨을 빼앗은 이는 바로 강기태의 친구였다가 그를 배신하고 정철환의 개처럼 행동했던 차수혁이었습니다.

사실 차수혁이 처음부터 강기태 가족을 몰락시키려는 장철환의 음모에 조명국과 함께 가담한 것은 그 이유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조명국은 원래 가족이 운영하던 순양극장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강기태의 아버지 강만식(전석환 분) 사장이 빼앗았다고 했기에 원한관계가 있어 강기태 가족을 배신한 동기는 인정합니다. 반면 수혁의 경우는 그럴 만한 명분이 없었습니다. 강만식은 편모슬하로 오갈 데 없는 차수혁을 아들처럼 대해주며 집에 머물게 하면서 공부시켰고 머리가 좋은 수혁은 최고학부를 나와 똑똑한 젊은이로 성장했습니다. 단지 수혁은 어머니 김금례(김미경 분)가 기태 집의 식모살이를 하며 기태 어머니 박경자(박원숙 분)로부터 수많은 수모를 받아 이게 가슴에 한이 맺혔을 것입니다. 차수혁 스스로 기태 아버지의 측은한 눈빛이 싫었다고 했었지요. 그렇다면 차수혁으로서는 권력의 편에 서든 말든 자신이 성공하여 잘 살면 그만이지 왜 기태 가족을 몰락시켜야 하는지 그 이유는 충분치 않았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수혁은 학창시절 장학금을 제공한 순양지역 국회의원 장철환의 수족이  되어 조명국과 함께 강기태 죽이기에 앞장섰으며, 특히 이정혜(남상미 분)를 사이에 두고 강기태와 사랑싸움을 벌이며, 강기태와 차수혁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차수혁의 마음을 바꾼 두 건의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하나는 장철환의 지시로 강기태를 죽이려고 조명국이 부리는 건달을 이용하여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는데, 공교롭게도 피해 승용차에 강기태와 함께 타고 있던 이정혜가 하반신이 마비되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정혜의 처절한 재활모습을 보며 차수혁은 장철환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장철환의 지시로 차수혁이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윤진호 과장에게 끌려가 수모를 당하고 있을 때 강기태가 조명국으로부터 건네 받은 "장철환비자금이 각하 친인척에게 제공된 장부"를 장철환에게 돌려주는 대신 차수혁을 풀어주라고 거래를 한 사실을 차수혁이 알았기 때문입니다. 차수혁은 비로소 강기태의 우정을 확인하고는 그를 돕고 장철환을 끝장내기로 결심한 듯 보여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차수혁은 모든 사람의 공적(公敵)인 장철환을 제거함으로써 기태와의 우정을 되돌리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그도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결국 차수혁은 강기태를 죽이려는 장철환을 권총으로 쏴 죽이고 스스로 자살함으로써 오랜 갈등관계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사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극적이었습니다. 88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장절환이 유치축하연에서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마지막을 헌신하고 싶다며 대권도전 의사를 밝히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그런 다음 빛나라소속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이 때 강기태가 나타나 공연을 중단시켜 축하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장철환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강기태는 이 자리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인물이거든요. 장철환은 안기부 윤진호 과장에게 강기태를 죽이라고 지시했습니다. 축하공연에 소속가수들 출연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장철환의 전화를 도청한 차수혁은 관계자들을 보내 약속장소로 가는 윤진호를 연행해 강기태의 목숨을 구했던 것입니다. 장철환의 압력으로 노상택(안길강 분)과 신정구(성지루 분)가 몰래 가수들을 출연시킨 것을 안 강기태가 행사장으로 가서 공연을 중단시켰지요. 밖으로 나온 장철환과 그 수하들이 강기태를 제압해 끌고 가려는 순간 차수혁이 나타나 강기태를 건들지 말라고 소리쳤습니다. 장철환과 강기태에게 있어 이 장면은 정말 이외였습니다. 차수혁은 장철환의 대권도전에 특급참모로 일하기로 이미 약속한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차수혁은 장철환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철환과 기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거든요. "당신한테 팔아버린 영혼을 이제야 되찾았다"는 차수혁은 놀라는 장철환을 살해한 후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겨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강기태와 이정혜에게 저지른 악형을 뉘우치면서.  

 

두 사람의 악인이 사라지자 남아 있는 사람들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요. 아들 차수혁의 자살에 충격으로 쓰러진 어미니 김금례는 예외였지만. 이정혜는 피나는 재활노력으로 스스로 걷게 되었고, 정혜가 출연했던 영화 <동행>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아 한국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이정혜)과 작품상(강기태)을 받았고, 빛나라 소속 가수들이 시상식 행사의 공연을 전담하는 겹경사를 맞았습니다. 강기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사랑을 차지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이제 <빛과 그림자>가 전국시청률 20%를 넘나드는 강세를 유지한 비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1970∼8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복고열풍입니다. 지금 보면 촌스러워 보이는 배우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방송 때마다 화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지나간 역사적인 사건인 대마초 파동, 궁정동 요정, 삼청교육대 등을 실감나게 재현했으며, 청와대와 국정원간의 권력다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또 조태수(김뢰하 분) 및 한지평(권태원 분) 등을 등장시켜 밤업소 무대를 장악한 조폭(건달)들의 실상을 재연하기도 했습니다.  

둘째는 화려한 배역진입니다. 안재욱, 남상미, 전광렬, 이필모, 안길강, 성지루, 김희원, 이종원, 이세창, 김병기, 김뢰하, 백일섭, 박원숙, 조미령, 이휘향 등은 자타가 공인하는 검증된 배우들입니다. 이들은 극중에서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잘 표현해 내었습니다.

셋째는 당시의 쇼단과 가수들의 애환을 그리다 보니 실제 가수들이 다수 출연하여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가수 손담비는 극중 유채영 역을 맡아 열연하였고, 브라운 아이드걸스의 나르샤(이혜빈 역), 전라도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홍진영(윤지혜 역), 포미닛의 허가윤(유현경 역), 위대한 탄생1의 손진영(홍수복 역), 위대한 탄생2의 50kg(박민, 이창영)은 데뷔곡 <내일을 향해 쏴라>를 극중에서 부르기도 했습니다. 빅뱅의 승리는 드라마 초반 가수지망생으로 깜짝 출연했다가 사라졌지요.


 

넷째 많은 커플들이 탄생하여 해피엔딩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강기태-이정혜 커플은 처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고, 성지루-순애 커플, 홍수복-김계순 커플, 김풍길-박경자 커플도 짝을 이루었으며, 특히 조태수-이혜빈 커플은 조태수가 청년일 때 이혼 후 시골 할머니가 기른 고교생 아들이 제63부에 나타나 계모가 될 이혜빈을 보고 첫눈에 팬이라며 "누나"라고 불러 조태수를 당황하게, 시청자들에게는 함박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그 후 출산한  혜빈이 양육보다는 가수 복귀를 고집하자 천하의 건달 조태수가 집에서 TV앞에 앉아 아이를 보는 장면에 자지러질 뻔했습니다. 다만 강기태에 대한 유채영의 사랑과 이정혜에 대한 차수혁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되고 말았고, 강기태의 여동생 강명희(신다은 분)와 기태의 오른팔 양동철(류담 분)의 관계는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겨졌습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보니 여전히 한가지 아쉬움은 남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늘어진 전개와 차수혁의 명분없는 강기태 집안 배신이외에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여러 차례 낚싯밥을 던졌던 것입니다. 고아출신인 이정혜의 친부(親父)가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졌을 때, 과거 쇼단을 이끌었던 유명한 작곡가 유성준(김용건 분)이 섹소폰을 불며 나타나 강기태의 문간방에서 무전취식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성준은 6.25때 헤어진 딸을 찾는다면서 전국에 많은 토지를 소유한 부자라고 말해 혹시 유성준이 이정혜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그냥 낚시로 밝혀졌고, 유성준은 강기태가 조태수와 함께 일본으로 밀항한 이후 드라마에서 핫바지 방귀 새듯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유성준을 다시 보지 못한 것은 옥의 티라고 생각됩니다.

 

☞ 그동안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별 영양가도 없는 리뷰를 읽어준 독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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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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