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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시몽 역의 김보연

극중 등장인물 중에서 윤해기(김세민 분) 감독만큼 행운아는 없을 듯 합니다. 그는 설설희(서하준 분)와 마찬가지로 처음 드라마 홈페이지의 등장인물에는 소개조차 되지 않았던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오로라(전소민 분)와 박지영(정주연 분)이 출연한 드라마 <알타이르>의 감독으로 전격 발탁된 이후 지금은 <알타이르>가 끝났지만 여전히 남자 주인공 못지 않은 분량을 꿰차고 있습니다. 드라마 촬영이 끝났기에 그가 지금 하는 일은 연애사업입니다. 그간 신체건강하고 남자다운 윤 감독에서 세 여자가 추파를 던지며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드라마 촬영팀의 분장실 맏언니였던 장 푸르메(김예령 분)는 그만 존재감이 사라져 자연히 경쟁에서 도태되고 말았습니다.

남은 두 사람 중 하나는 박지영의 친모인 왕여옥(임예진 분)입니다. 여옥은 돈 많고 나이 많은 한의사에게 시집갔지만 사별하고 현재 딸 지영 및 아들 박사공(김정도 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 감독을 보자마자 그의 남자다움에 반했고, 주연배우인 지영을 핑계로 드라마 촬영장을 오가며 간식을 준비해 제공하는 등 눈 도장을 찍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드라마의 까메오로 출연해 윤 감독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기회로 두 사람은 따로 만나 식사를 하기도 하고, 산책 중에 벌이 날아왔다며 여옥은 놀라 윤 감독의 가슴팍을 파고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대시하는 여옥에게 윤 감독은 "애교"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한편, 알타이르 원작자인 황마마(오창석 분)의 큰누나 황시몽(김보연 분)은 윤 감독이 어렸을 때부터 마마의 집을 무단 출입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고 윤 감독은 시몽 자매들을 누나라고 부르며 무척 잘 따랐습니다. 그런데 윤 감독이 아내와 별거하면서 곧 이혼한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시몽은 윤해기를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남동생 같은 남자가 아니라 자신의 배필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마의 결혼식에서 윤해기가 한복을 입은 시몽을 정말 아름답다고 칭찬하자 그 후 시몽은 윤해기를 집으로 불러 식사를 대접하면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기도 했습니다. 시몽은 윤 감독이 자신에게 다소 무관심한 것 같아 영화의 주인공을 빗대 춤추며 대시하는 남자가 좋다고 하였고, 이 말은 들은 윤 감독은 집에서 홀로 그 영화를 보며 남자주인공 흉내를 내기도 했습니다. 시몽은 윤 감독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지만 동생 황미몽(박해미 분)이 박사공-노다지(백옥담 분)를 데리고 영화관으로 들어오자 혼비백산하여 나오기도 했고, 집으로 윤 감독을 불러 식사대접을 하다가 가족이 들어오는 바람에 윤해기가 부엌의 탁자 밑에 숨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무감각한 사내라도 이 정도면 왕여옥과 황시몽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겠지요. 윤 감독은 두 사람 중에서 누구를 고를지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여옥은 애교만점이고, 프랑스 식당을 운영하는 시몽은 밥을 잘 합니다. 윤 감독은 두 여자를 놓고 홀로 제비뽑기를 한 결과 밥을 잘하는 시몽으로 결심을 굳혔습니다. 지금까지 아내와 소원해진 것도 아내가 밥을 잘 차려주지 않은 게 그 이유입니다.

그러다가 윤 감독이 변심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으니 바로 박지영과 설설희의 결혼소식을 들은 것입니다. 왕여옥은 딸 지영이 오로라의 매니저였던 설설희와 결혼할 예정인데 설설희는 돈벌이 수단으로 매니저를 한 게 아니라 한강저축은행 회장의 아들인 그가 경험을 쌓은 후 연예기획사를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입니다. 딸의 약혼식에 오라는 말은 들은 윤 감독은 갑자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여옥과 재혼하면 금융재벌아들인 설설희는 사위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영화와 드라마감독인 자신의 일감(연출)은 평생 보장된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일단 여옥과 결혼하면 설마 밥이야 해주지 안겠느냐며 여옥 쪽으로 완전히 기울고 말았습니다.

 

여옥은 윤 감독에게 연기를 지도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윤 감독은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여옥은 윤 감독을 백화점 양복코너로 데리고가서 양복을 고르며 희희낙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그만 황시몽이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황시몽은 같은 옷가게에 들러 반코드를 보고는 윤 감독에게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렇지만 윤 감독은 지금은 일산센터에 있으며 이번 주는 시간이 없다고 거짓말을 말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윤 감독은 청낭한의원 왕여옥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며 여옥이 양복을 골라주는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으니 시몽은 뒤통수를 한방 먹은 게지요. 시몽은 "나쁜 놈!"이라며 얼른 양복점을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시몽이 윤 감독으로부터 차인 것은 결국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결과입니다. 시몽 스스로 만든 업보라는 말입니다. 왜 그러냐고요? 마마가 출가했을 때 시몽이 로라를 찾아가 동생을 살려달라고 읍소했고 이를 계기로 로라는 마마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로라가 설설희에게 매정한 이별선언을 하자 설희는 사랑에 회의(懷疑)를 느끼고는 여자는 모두 그렇고 그렇다며 전혀 사랑하지도 않은 박지영과 지금 결혼준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영-설희의 결혼으로 인해 결국 윤 감독은 여옥을 선택하고 황시몽을 내치게 되었으니 지금 와서 시몽이 윤해기를 나쁜 놈이라고 욕해봐야 소용없는 일이겠지요. 귀가한 시몽은 윤 감독이 찍어준 자신의 인물사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화풀이를 합니다.  

물론 아들의 약혼을 앞둔 시점에 설희 아버지 설국(임혁 분)의 꿈속에 죽은 모친의 귀신이 나타나 "미안해, 아비야!"라고 말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어 설희-지영이 실제로 결혼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꿈에서 깬 설국은 이를 곰곰 생각하다가 아내 안나(김영란 분)를 먼저 저 세상으로 데려간다고 생각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는군요. 설국은 아내에게 무슨 꿈을 꾸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꿈 소식을 들은 설희는 결혼을 미루어야 하는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설국은 아내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병원검진예약까지 하네요.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사람이 아무리 건강해도 교통사고 한방이면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이므로 진단결과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이런 흐름 때문에 설희-지영 커플의 결혼이 순탄치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아 윤해기가 시몽 대신 왕여옥을 선택한 것은 시몽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에 정말 깨소금을 먹은 것처럼 고소한 느낌이 드는군요. 결혼한 남동생 부부를 따로 살림 내 보낼 생각은 하지 않고 품에 끼고서 올케인 오로라를 사사건건 괴롭히는 시몽이 행복해서는 안되겠기에 하는 말입니다. 한편, 왕여옥은 윤 감독을 집으로 초대해 진수성찬을 대접했는데 윤 감독은 음식을 먹어보고는 조미료를 넣어 맛이 없다면서 일부는 집에서 요리한 게 아니라 시장에서 구입한 반찬임을 단박 알아보는군요. 아내와 별거 중 매일 집에서 홀로 라면만 끓여먹던 윤 감독이 이토록 음식평가 전문가인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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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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