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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봉에서 바라본 도봉산 능선

 

 


흔히 호명산(虎鳴山)이라고 하면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소재 호명산(632m)을 떠올립니다. 가평 호명산은 정상북쪽에 호명호수를 품고 있는 명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같은 이름의 산이 양주에도 있습니다. 양주시 어둔동 소재 호명산(425m)이 바로 그것입니다. 양주 호명산은 소위 1천 개 이상의 산을 답사한 베테랑 산꾼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일반인에게는 잘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산이지만 최근 양주시가 호명산∼한강봉∼은봉산의 북쪽 산자락을 잇는 "양주숲길"을 조성하면서 걷기 좋은 숲길로 입 소문이 나서 이제는 찾는 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호명산(425m)은 이름그대로 범(호랑이)이 울어대던 산이라 하여 붙여진 산입니다. 옛날에는 호명산 골짜기에 여러 산짐승이 살았고 특히 호랑이가 밤마다 슬피 울어서 주민들이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호명산 서쪽의 한강봉(474m)은 정상에 오르면 한강이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 맑은 날 정상에 서면 한강이 보인다고 하지만 좀 과장된 듯 합니다. 챌봉(첼봉, 516m)은 한강봉 남쪽에 솟은 이곳 주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며, 한강봉 능선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은봉산(375m)은 은이 나는 산 또는 부엉이가 숨어 있던 산이라고 해 지은 이름입니다. 오늘은 호명산∼한강봉∼은봉산을 이어서 답사할 계획입니다.

 

산행들머리는 호명산 북쪽의 산성마을 입구입니다. 수도권전철 1호선 녹양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두 필의 말이 광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녹양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이곳에 녹양정이라는 군마(軍馬)를 기르던 목장이 있었다고 하여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상징하듯 양주시에서는 두 필의 군마상을 재현해 놓았군요. 우측 버스정류소에서 5번 버스(배차간격 10-12분)를 타면 약 10여분만에 산성마을 입구에 도착합니다. 버스를 내리니 산성말이라는 대형표석이 반겨줍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양주시 백석배수지 이정표 옆에는 백석배수지 0.3km, 소사고개 8.7km 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소사고개는 서쪽 끝에 있는 고개인데 양주 숲길이 이어지는 고개이기에 여기에 이정표가 있는 것입니다. 그 옆에는 호명산 등산로입구라는 큰글씨가 새겨져 있어 길을 찾기는 매우 쉽습니다.

 녹양역 1번출구 군마상

 

 5번 버스 경유지

 

 산성마을 입구

 

 백석배수지 0.3km 이정표

 

 

  

안으로 들어가니 백석배수지입니다. 배수지 옆에 <양주 은봉산·호명산 등산로·숲길 안내도>가 있는데, 입체적으로 표현한 지도라서 시각적으로 보기 좋으나 다만 동서남북의 방향표기가 거꾸로 되어 있어 방향감각을 잡기 어렵습니다. 그냥 지도를 보면 우리가 가야할 한강봉과 은봉산은 동쪽방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쪽으로 가야하며, 현 위치도 호명산 남쪽이 아니라 북쪽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산의 정상으로 가는 길과 양주숲길로 가는 길이 갈라집니다. 우리는 호명산 정상 1.4km 이정표를 따라 위쪽으로 들어섭니다. 호젓한 길을 지나 조망대에 서니 양주의 진산이라는 불곡산(465m)의 암봉이 꾸불꾸불한 곡선을 그리고 있고, 양주시가지를 비롯한 북쪽의 산하가 한 눈에 펼쳐집니다.

 

 

동서남북이 거꾸로 그려진 지도

 

 깔끔한 이정표

 

조망대에서 본 불곡산

 

 양주 시가지

 

 


올라갈수록 깔끔하게 조성된 이정표 덕분에 호명산 정상은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송전철탑을 뒤로하니 호명산(425m) 정상입니다. 정상에서는 전혀 조망을 할 수 없군요. 그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정상에는 글씨가 지워져 잘 알아볼 수 없는 목판 안내문만이 걸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양주시가 정성을 들여 만든 등산안내지도와 산뜻한 이정표는 보이지만 정작 등산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표석이나 정상 안내문이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정상표석을 세우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목판에 산 이름과 해발고도를 표기한 안내문을 세우는 것은 성의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하는 말입니다.

 볼품 없는 정상 안내문

 

 정상 이정표

 

 

 

호명산 정상에서 한강봉 등산로 입구 1.3km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길림길에는 어김없이 친절한 이정표가 있지만 만일 이정표가 없더라도 무조건 가장 사람이 많이 다닌 길을 따르면 오케이입니다. 도로에 도착하니 지나온 호명산 1.3km, 가야할 한강봉 1.3km 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천일홍도 이방인을 반겨주는군요. 다시 숲 속으로 진입합니다. 새빨갛게 물든 단풍나무가 가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파란하늘에 흰 구름은 전형적인 우리의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상징합니다. 

 

 

 도로 이정표

 

 천일홍

 

 

 

 파란 가을하늘

 

 

 

묘지와 연리목을 뒤로하니 한강봉까지 0.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정목 아래의 목판에 누군가 좌측으로 0.5km만 가면 챌봉이라고 매직펜으로 기록해 놓았습니다. 사실 글쓴이는 오래 전 산악회를 따라 한강봉과 챌봉은 이미 답사한 곳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 산악회에서 만난 등산 전문가 H씨와 함께 근교산행을 나왔습니다. H씨는 챌봉이 미답지이기에 가고 싶어했습니다. 거리도 500m면 매우 가깝기 때문에 전혀 부담감 없이 기꺼이 가기로 동의하고는 좌측의 챌봉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말머리고개 갈림길을 지나 분명 500m를 더 걸었음에도 챌봉은 나타나지 않고 능선좌측으로 높은 봉우리만 보일 뿐입니다. 이제 포기할 수도 없어 그냥 챌봉을 향하여 계속 전진합니다. 실제 거리는 0.5km가 아니라 1.5km 정도입니다. 우리는 시간이 충분했기에 망정이지 만일 시간에 쫓기는 경우라면 큰 낭패를 당할 것입니다. 따라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지양(止揚)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강봉 0.2km 이정표

 

 이정표 아래 챌봉 0.5km 이정표(실제로는 1.5km 거리임)
 

 

 

주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르니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넓은 헬기장의 자그마한 돌탑에 두 개의 정상표석이 박혀 있습니다. 하나는 제일봉(526m), 다른 하나는 첼봉(효자봉, 516m)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름도 다르고 해발고도도 상이하니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산봉우리 이름하나 통일 못하고 해발고도도 들쭉날쭉 입니다. 글쓴이는 양주시의 안내지도에 따라 챌봉(516m)으로 통일해 기록합니다. 아무튼 이곳은 오늘 답사한 4개의 산 중 유일하게 표석이 있는 곳이로군요. 남쪽으로는 사패산 뒤로 수락산과 불암산 그리고 톱니바퀴 같은 도봉산의 주능선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챌봉 무인감시카메라

 

 이름도 높이도 다른 표석

 

 사패산 뒤로 보이는 도봉산 능선 

 


정상에서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한강봉으로 갑니다. 이미 지나온 길이라 망설임이 없습니다. 등산로에는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가을의 정취를 일깨워주지만 자칫 미끄러지기 쉬워 발걸음을 조심해야 하는 계절입니다. 한강봉(474m) 정상에는 정자가 서 있는데, 조망이 매우 좋은 곳입니다. 도봉산 능선은 아까 챌봉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하지만 북동쪽으로 양주 시가지와 불곡산의 조망이 시원합니다. 팔각정 아래에는 "한강봉 철쭉나무 식재"라는 안내문이 서 있는데, 이곳에 철쭉나무를 식재한 것이 무슨 큰 자랑거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한강봉(474m)라고 적었더라면 정상 안내문의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했을 테니까요.  사실 호명산에서 한강봉을 거쳐 챌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한북정맥이 통과하는 곳으로 정맥매니아들이 자주 찾는 산줄기입니다. 한강봉에서 방금 다녀온 챌봉까지의 거리는 1.7km입니다. 아까 한강봉 200m를 앞두고 챌봉으로 갔으니 거리가 500m라는 표기는 엉터리임이 증명되었습니다.

 한강봉 정자

 

 한강봉에서 바라본 도봉산

 

양주시가지와 불곡산

 

 철쭉나무 식재 안내문

 

 지나온 챌봉

 

 정상 이정표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다가 은봉산 정상 2.4km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정자를 내려서는 길목에는 주변에 흩어진 통나무를 모아 마치 사립문 같은 좁은 문을 만들어 놓았네요. 매우 볼품이 없어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현지에서 오른 등산객 1명이 산악오토바이 출입을 금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합니다. 사실 산악오토바이는 등산로를 훼손하는 주범이므로 지정된 길로만 다녀야 하는데, 때로는 출입이 금지된 등산로로 들어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군요. 능선을 따라 가노라니 아까 답사한 챌봉이 매우 우뚝합니다. 몇 차례의 길림길을 지나 은봉산(375m)에 왔지만 정상은 군부대전술훈련장의 흔적만 있을 뿐 어디가 정상인지 아무런 이정표도 없습니다.

 산악오토바이 출입방지 문

 

 지나온 챌봉

 

 은봉산 정상의 이정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군 전술훈련장 입구 

 

 

 

소사고개 0.9km, 냉골약수터 0.7km 이정표를 보고 고민하다가 일단 가장 잘 알려진 소사고개로 하산합니다. 소사고개까지는 임도라서 거의 일방통행입니다. 소사고개에 도착하여 우측으로 조금 가니 냉골약수터 2.1km 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냉골약수터 가는 길은 양주숲길이므로 이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는 이정표도 없는 마을 쪽으로 내려선 것은 실수였습니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냉골약수터 방향으로 갔더라면 쉼터를 지나 약수터를 가기 전 버스종점으로 하산하는 길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사고개 이정표(버스종점을 가려면 여기서 냉골약수터 방향으로 가야함)

 

 

 

우리는 냉골약수터가 아닌 마을 쪽으로 내려서 소사고개와 연결되는 39번 지방도로를 만났습니다. 송학앞 버스정류소에는 55-1번과 55-2번 그리고 351번 버스만 다닌다는 버스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5번 버스의 경우 10여분만 기다리면 되지만 여기의 버스는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버스정류소에는 인터넷으로 버스 운행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류소 고유번호도 보이지 않습니다. 인근 주민에게 물어도 잘 모른다고 합니다. 하는 수 없이 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에는 인도가 전혀 없어 매우 위험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조심조심 길을 가다가 주민에게 길을 물어 버스종점에 도착합니다. 현지에 있는 등산 안내도를 보고서야 아까 소사고개에서 냉골약수터 방면으로 왔더라면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송학앞 버스정류소

 

버스종점(홍죽리 차고지) 정류소

 

 

 

 

조금 기다리다 5번 버스에 올라 녹양역을 지나 의정부역까지 갑니다. 오늘 산행에 5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챌봉을 왕복하는 바람에 1시간이 더 걸린 것입니다. 소사고개에서 빠르고 편한 길 대신 먼 도로 쪽으로 오느라 괜한 고생을 했습니다. 아무튼 산친구 동반자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양주소재 4개의 산을 답사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0월 22일 (수)
▲ 등산 코스 : 산성마을 입구-백석배수지-조망대-호명산-흥복약수터 인근도로-삼거리-챌봉방향-말머리고개갈림길

                   -챌봉-한강봉 방향-한강봉-느르미고개-은봉산-소사고개-송학마을-버스종점   
▲ 등산 거리 : 13.5km(GPS 측정) 
▲ 소요 시간 : 5시간 10분
▲ 함께한 이 : 산친구 H씨(등산 매니아)


 

                                                         맨 우측 소사고개에서 붉은 점선 대신 노란 점선으로 하산해야 지름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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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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