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봉 능선에서 바라본 대청호와 마성산(우측)
대전광역시 대덕구 미호동(자료에 따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으로 표기하기도 함)에 있는 대청댐은 금강수계에 최초로 건설된 다목적 댐으로, 댐 건설로 생긴 인공호수가 대청호입니다. 대청호 주변에는 대청호 오백리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대청호의 환상적인 조망을 볼 수 있습니다. 산꾼들에게 충북 옥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산이 둔주봉입니다. 둔주봉에 서면 동서가 거꾸로 된 한반도지형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청호 주변 산중에서도 오늘 답사하려는 옥천 소재 이슬봉(454m)과 마성산(409m)은 둔주봉의 서쪽에 인접해 있는데, 능선 양쪽으로 대청호를 보면서 걸을 수 있는 조망의 명소입니다. 특히 하산지점인 옥천읍에는 고(故) 육영수 여사의 생가와 향수시인 정지용의 생가지·문학관이 있어 유적 답사지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슬봉 산행들머리는 옥천군 안내면 장계리 소재 장계교 서북쪽지역입니다. 37번 국도가 통과하는 장계교는 장계국민관광지 남서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에 장계리 버스정류소가 있습니다. 장계교 우측으로는 건설중인 교량이 보이는데, 이쪽으로 들어섭니다. 세계불교법륜종 영덕사 안내문이 보입니다. 바로 앞 우측에는 등산이정표가 있지만 등산로가 폐쇄되어 돌아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건설중인 교량 아래에 우측으로 등산로가 있다는 큰 간판이 있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옥천에서는 이슬봉과 마성산 주변으로 23.2km에 달하는 향수바람길을 조성해 풀섶이슬길, 넓은 벌길, 성근별길, 전설바다길 등 총 4개 코스로 운영중이라고 합니다.
장계교와 대청호
건설중인 교량
등산로 입구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면 본격적인 산길입니다. 계단 맨 위쪽에서 뒤돌아보면 산행출발점인 장계교와 공사중인 교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계속해 위로 오르는 길은 네모난 목재로 계단을 만들어 두었네요. 사실 이런 계단은 안전하기는 하지만 오르기는 무척 힘듭니다. 계단구간이 끝나고 이슬봉과 장계리를 알리는 이정표에서 그냥 지나치면 안 됩니다. 바로 좌측으로 조망이 열리거든요. 묘지와 송전철탑이 있는 전망대에 서면 장계대교와 대청호 그리고 주변 산하가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이런 조망을 볼 생각도 없이 그냥 앞으로만 내달립니다.
등산로 초입의 나무계단
공사중인 교량
조망대에서 바라본 장계교와 대청호
송전철탑과 대청호
우리가 걷는 이 길은 향수바람길과 대청호오백리길이 겹치는 구간입니다. 능선 좌우로 대청호의 물길이 넘실거리지만 숲으로 인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측으로는 하산할 때까지 조망이 터지지 않아 사진 한 장 찍지 못했지만 좌측으로는 나중에 원 없이 시원스런 우리의 산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슬봉 정상에 다다를 때까지 능선 좌측으로 한 차례만 조망이 터져 아쉬웠지만 정상에 오르니 수목사이로 대청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정상에는 아담한 이슬봉 표석이 있군요. 산행개념도에는 이슬봉으로 오기 전 중간지점에 참나무골산(422m)이 있다고 했지만 어디쯤인지도 모른 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사실 정상까지 오는 동안 별도의 산으로 인정할 만한 봉우리가 없었기에 이런 산 이름도 누군가 억지로 붙인 듯 보여집니다. 그런데도 다음(daum)지도에 참나무골산이 표기되어 있으니 참 신통하군요. 아침에 잔뜩 흐리던 하늘이 파랗게 변한 것도 행운입니다.
향수바람길과 대청호 오백리길 이정표
좌측의 조망대 풍광
이슬봉 표석
동쪽 조망
가을하늘
이제 이슬봉을 내려와 마성산으로 갑니다. 길목에는 수많은 도토리가 보입니다. 지금까지 등산을 다니면서 이토록 많은 도토리가 떨어져 있음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도토리는 다람쥐의 식량이라고 하지만 이 많은 것을 다 먹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슬봉을 내려가면서 좌측으로 터지는 대청호의 물길을 실컷 감상합니다. 물길 너머로 많은 산들이 보이지만 그 이름을 알기에는 글쓴이의 산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하군요. 다만 넓은 물길의 우측에 솟은 산이 가야할 마성산임을 겨우 알 수 있을 따름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봉우리를 넘지 아니하고 좌측으로 산허리를 돌아가는 곳이 있음은 참으로 다행입니다. 소나무 사이로 바라보는 대청호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이슬봉 고도를 점점 낮추니 안부인 며느리재(I)입니다. 여기서 수변전망대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등산로 곳곳에 피크닉 의자를 설치해둔 것도 등산객을 위한 배려이겠지요. 물론 둘레길과 함께 가는 길이라 행정당국으로서는 이 정도의 서비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것입니다. 안터마을 갈림길인 며느리재(II)를 지나면 수변전망대는 다른 쪽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국원리 방향으로 갑니다. 바로 위쪽에 올라 늘티산성이라는 표석을 만났습니다. 늘티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한 석축산성이라고 하는데, 문외한(門外漢)의 눈으로는 산성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대청호 물길이 보입니다.
편안한 쉼터
늘티산성
산성 조망대
한 고개를 넘어가면 등산로는 좌측으로 돌아갑니다. 다리에 힘을 한번 주면 드디어 마성산(409m) 정상인데, 정상 옆은 넓은 헬기장입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정말 끝내줍니다. 해발고도 400미터 급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방팔방으로 거침이 없는 경치를 보여줍니다. 옥천읍내가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특히 남쪽으로는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904m)이 우뚝합니다. 그렇지만 정상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고물처럼 망가진 산불감시초소는 보기에도 흉물스럽고, 어느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표석은 홍보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정상표석의 기본을 무시했습니다. 표석을 세우려면 앞면에는 산 이름과 해발고도만 표기하고 세운 이의 이름은 뒷면에 적는 게 예의이거든요. 이 표석은 산악회의 기념물이지 정상 표석은 아닌 것입니다.
가야할 마성산
마성산 정상
남쪽의 서대산(중앙 뒤)
교동저수지와 옥천 읍내
어수선한 정상의 모습
이제 육영수 생가방면으로 하산합니다.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서니 섯바탱이고개입니다. 섯바탱이는 아마도 이 지역 방언인 듯 한데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송전철탑을 지나가니 교동저수지입니다. 저수지 한쪽에 조형물을 조성해 두었군요. 다시 숲 속을 통과하고 밖으로 나오니 바로 육영수 생가 옆입니다. 큼직한 마성산 등산로 안내문을 뒤로하고 육영수 생가에 들어 여사의 생애를 떠올립니다. 옥천향교와 교동리비석군을 지나가니 대형주차장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인접한 정지용의 생가지와 문학관을 둘러봅니다.
교동저수지
저수지 조형물
등산 날머리 이정표
육양수 생가
옥천향교
옥천교동리비석군
주차장에서 바라본 야산 같은 마성산
정지용 문학관
오늘 산행에 4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오늘은 이슬봉과 마성산을 이어 걸으며 대청호와 그 주변 산들의 조망을 즐겼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와 향수 시인 정지용을 만난 매우 뜻 깊은 하루였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0월 3일 (금)
▲ 등산 코스 : 장계교-조망대-이슬봉-며느리재(I)-며느리재(II)-늘티산성-마성산-섯바탱이고개-교동저수지
-육영수 생가-옥천향교-교동리비석군-공용주차장(정지용 생가왕복)
▲ 산행 거리 : 10.5km(GPS 측정)
▲ 소요 시간 : 3시간 50분(육영수 생가 관람시간 포함, 정지용 생가 답사시간 미포함)
▲ 등산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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