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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준산에서 바라본 가야산(좌측 뒤)과 수덕산(덕숭산, 중앙)

 

 

 

충남 서산시 고북면과 해미면의 경계에 위치한 연암산(440m)은 남쪽 산 중턱에 천년고찰 천장사를 품고 있습니다. 연암산의 남쪽에 소재한 삼준산(490m)은 서산시 고북면과 홍성군 갈산면의 경계에 솟은 산입니다. 두 산의 정상에 서면 북쪽의 가야산에서 수덕산을 거쳐 용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서해바다 쪽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조망의 명소입니다.

 

산행들머리는 29번 국도상의 고북면사무소에서 동쪽의 천장사로 진입하는 길목의 장요리 주차장입니다. 장요교회에서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길은 워낙 도로 폭이 좁아 등산버스 운전기사는 대형버스 운전면허시험을 치르는 기분으로 조심 운전을 합니다. 시골의 한적한 주차장임에도 불구하고 잘 그려진 연암산-삼준사 등산안내도와 아담하고 깨끗한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상당히 많음을 짐작케 합니다. 다만 진입도로는 약간 확장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등산안내도

 

산뜻한 화장실 

 

 


주차장에서 천장사를 향해 가노라면 좌측의 연암산과 직진방향의 삼준산이 잘 보입니다. 천장사 1km 이정표가 세워진 곳에는 화려한 색상으로 그린 서산시 아라메솔바람길 안내지도가 서 있습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걷기 열풍이 불면서 지자체는 둘레길이라는 통상적인 이름 대신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지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제천의 자드락길, 영주의 소백산자락길, 강화의 누리길 같은 이름은 매우 친근감이 드는데, 서산의 아라메솔바람길도 참 잘 지은 이름 같습니다.

가야할 삼준산(우측 끝)

 

가야할 연암산

 

천장사 입구

 

 아라메솔바람길 안내도 

 

 

 

 

여기서 천장사까지의 1km 구간 오르막은 매우 부드럽지만 포장도로로 이어져 걷기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다만 진입로 좌측에 산뜻하게 지어진 전원주택을 보며 정말 산골마을의 이런 그림 같은 집에서 살며 노후를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의 일화가 담긴 바랑이쉼터를 뒤로하고 계단을 오르면 천년고찰 천장사입니다. 오르는 길목의 바위 사면에는 물이 말라 있지만 우기에는 상당히 큰 폭포를 형성할 듯 보여집니다.

 

 

 그림 같은 전원주택

 

 

 

 천장사 오름길

 

 천장사

 

 

 


천장사는 수덕사의 말사로 633년 백제의 담화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고려시대 이후의 사적은 전하지 않으나 근세에는 경허 스님(1849-1912)과 그의 제자 만공스님(1871-1946)이 머물렀던 가람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소설가 최인호가 지은 <길 없는 길>(전집 4권)에 두 스님의 행적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 천장사에 대해서는 별도로 글을 게재하렵니다.)  

 

천장사 입구에는 내포문화숲길이라는 안내도가 붙어 있는 데 이는 천장사에서 일락사를 거쳐 개심사를 연결하는 사찰문화탐방 종주길인 듯 합니다. 천장사를 둘러보고는 정문으로 나와 좌측으로 오릅니다. 고월정(古月精)이라는 현판이 붙은 정자에서 바라보는 가야할 삼준산과 서해의 조망이 시원하게 터집니다. 조금 더 오르니 부도(浮屠, 승탑)가 하나 있는데 아무런 안내문이나 글씨를 발견할 수 없어 누구의 부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부도를 지난 오르막에는 자연석을 활용한 돌계단이 만들어져 있는데, 너무 큰돌을 박아 인공을 가미한 것보다는 이런 소박한 돌계단이 마음을 매우 편안하게 해 줍니다.

 내포문화숲길 안내도

 

 고월정

 

 가야할 삼준산

 

 이름 모를 부도

 

 소박한 돌계단

 

 

 

 

계단을 오르니 능선인데 좌측은 절벽지대라 북쪽을 제외한 조망이 확 터집니다. 남쪽으로는 가야할 삼준산이 우뚝하고, 남서쪽으로는 고북저수지와 드넓은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다만 약간의 가스로 인해 시계가 흐릿한 게 옥의 티입니다. 지도상으로는 이곳에 제비바위가 있다고 했는데 아마도 저 산 아래에서 바라보면 제비의 형상이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충북 단양의 제비봉(722m)도 충주호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야 볼 수 있거든요. 안전철책을 잡고 오르면 정상아래 조망대입니다. 여기서는 북쪽의 가야산과 그 남쪽으로 늘어진 산들이 잘 보입니다. 가야할 삼준산까지의 능선길도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삼준산 능선

 

 

 

 드넓은 평야

 

조망대에서 바라본 가야산

 

 가야할 삼준산 능선길 

 

 

 

 

산불감시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연암산 정상(440m)에는 표석대신에 이정목에 산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런 이정목만 있어도 등산객들은 흔쾌히 기념사진을 남깁니다. 연암산에서 삼준산으로 가기 위해 동쪽으로 내려섭니다. 가파른 경사면에는 안전철책이 설치되어 있어 안전한 하산을 도와줍니다. 비탈면을 내려와 평탄한 길을 갑니다. 정자 만월정 옆에는 혜월스님과 명상바위 관련 안내문이 있습니다. 현지에서 이런 안내문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도 사진으로 찍어오면 나중에 이토록 편하게 의지에 앉아 현지에 읽힌 실화를 알 수 있습니다.

 

 

 산불감시시설물

 

 만월정

 

 혜월스님과 명상바위 

 

 

 

 

만월정을 뒤로하고 조금 더 가니 연쟁이고개입니다. 연쟁이고개는 연암산과 삼준산 사이에 위치한 고개로 바다와 내륙을 잇는 길목이었습니다. 질그릇이나 농기구, 소금 또는 젓갈 등이 이 고개를 경유하여 팔려 나갔으므로 일명 항아리고개라고도 불렀습니다. 이곳의 이정표에는 거리표기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 이제부터 길은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지나온 연암산이 우뚝하게 솟아 서해바다를 지키는 듯 합니다. 뒤돌아보면 북쪽으로 허연 눈을 뒤집어쓴 가야산 줄기가 선명합니다.  

 연쟁이고개

 

 지나온 연암산 전경

 

 북쪽의 가야산 (중앙)

 

 

 

지도상의 무너미고개와 벽장바위는 어디인지도 모르고 지나칩니다. 점점 쌓인 눈이 많아집니다. 암봉을 통과하니 소나무군락지가 길을 안내합니다. 장요리로 빠지는 갯골재 갈림길에서 아이젠을 착용합니다. 여기서부터 삼준산 정상까지는 길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눈길과 가파른 경사면을 힘주어 오르면 드디어 삼준산 정상(490m)입니다. 정상에는 삼준산 압휘봉(壓輝峰)이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정상의 조망은 그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際)입니다. 북쪽으로는 뒷산(449m) 뒤로 가야산(678m)이 우뚝하고, 그 동쪽으로는 수덕산(덕숭산, 495m)과 용봉산(381m)의 굴곡진 암봉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남쪽으로는 잡목 뒤로 고만고만한 산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상에서 남쪽으로 약 20미터만 가면 암벽 위에 조망터가 있다고 했는데 이를 알지 못해 그냥 하산하고 말았습니다.

 눈길

 

 갯골재이정표

 

삼준산 압휘봉

 

 북쪽의 가야산(좌), 뒷산(중앙 앞), 수덕산(우)

 

 수덕산(좌)과 용봉산(우)

 

 남쪽 조망

 

 가곡저수지

 

 정상의 모습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하산은 아까 지났던 갯골재로 되돌아와 좌측으로 내려섭니다. 하산길이 미끄럽기는 하지만 아이젠 덕분에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숲길을 지루하게 내려오니 임도입니다. 임도에서 우측으로 몸을 돌려 다녀온 연암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걸어갑니다. 길이 구부러지는 길목의 우측에 화계사 표석이 보이지만 그냥 아침에 출발했던 주차장으로 갑니다. 오늘 산행에 3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겨울산행으로서는 매우 적절한 거리입니다. 연암산과 삼준산은 당초 예상보다 조망이 훨씬 좋았고 천장사에서 경허와 만공스님의 발자취를 느낀 문화체험도 했습니다. 귀경길에 지난해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바티칸 교황이 다녀간 해미읍성에 들린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1월 20일 (화)  
▲ 등산 코스 : 장요리 주차장-천장사-정자-부도-연암산-만월정-연쟁이고개-무너미고개-갯골재-삼준산(왕복)

                   -갯골재-임도-화계사입구-장요리 주차장
▲ 산행 거리 : 6.5km
▲ 산행 시간 : 3시간 10분
▲ 등산 안내 : 가보기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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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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