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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양산 능선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파노라마(구왕봉-장성봉-대야산)(좌로부터)

 

                                                                          늠름한 희양산 표석 

 

 

 


 
경북 문경군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에 걸쳐 있는 희양산(999m, 정상은 문경시에 위치)은 세 가지 점에서 산꾼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산입니다. 첫째는 하필이면 해발고도가 999m라는 사실입니다. 999라는 숫자를 보면 떠오르는 것은 "은하철도 999"입니다. 물론 해발 999m인 산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울진의 응봉산입니다. 두 번째 희양산의 특징은 주변에서 희양산을 바라보면 그 거대하고 하얀 바위덩어리에 압도당하고 맙니다. 남쪽과 동쪽 그리고 서쪽에서 희양산을 보면 산 전체가 그냥 한 개의 바위덩어리로 된 것처럼 보여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년 전 필자는 희양산 남동쪽의 뇌정산(991m) 능선에서 아래 사진처럼 희양산의 참모습을 보았습니다. 희양산이라는 산 이름은 "멀리서 바라보면 화강암 바위들이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난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뇌정산 능선에서 본 희양산의 모습(2015. 2. 14)

 

 

 


 
희양산은 신라의 고승으로 봉암사를 창건한 지증대사가 어느 날 희양산 한복판 계곡으로 들어가 지세를 살피니 "산은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니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 하고, 계곡물은 백겹으로 띠처럼 되었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 하였다"고 감탄한 산이라고 전해지는 100대 명산(산림청 선정)입니다. 

 

세 번째는 희양산은 남쪽 산자락에 천년고찰 봉암사가 있는데 이곳 스님들이 희양산 정상을 방문하는 사람들로 인해 정진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정상석(이정표 포함)마저 설치를 용인하지 않았던 곳입니다. 사실 정상에서 남쪽을 내려다보아도 봉암사는 잘 보이지 않기에 등산객들로 인해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은 억지였겠지요. 희양산은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길목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았지만 그간 증명사진을 찍을 수 없어 허탈해 했던 곳입니다. 누군가 돌멩이 또는 종이에 희양산이라고 적어 두면 스님들이 이를 치워버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2년 전 문경시에서 봉암사 측과 협의해 희양산 정상에 반듯한 표석을 세웠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정상표석을 보기 위해 희양산을 다시 답사하게 되었습니다. 희양산은 부처님 오신 날을 계기로 가장 많이 찾는 산이기도 합니다. 부처님 오신날 하루 유일하게 봉암사를 개방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희양산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사실 전국적으로 사통팔달의 고속도로로 인해 길이 매우 편리해졌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등산버스는 중부내륙 고속도로 감곡인터체인지를 지나 남쪽의 충주방향으로 기분 좋게 달리다가 중원터널을 들어서자마자 그만 터널안은 주차장으로 변하고 맙니다. 한참 후 터널출구부문에 자동차가 전복되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더군요. 이거 큰일났습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을 수습하기까지 보통 2-3시간은 걸리기에 우리들 모두는 기가 막혀 버립니다. 소방차와 응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들어가네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당사자도 인명사상 등 큰 피해를 입지만 그로 인해 주변통행이 막혀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통행지체비용은 정말 심각합니다. 

 

약 40분이 흘러 승용차들이 터널 뒤로 빠져나갑니다. 결국 우리 버스도 후진해 가다가 경찰이 터 놓은 길을 통해 맞은편 고속도로를 이용해 다시 북상했습니다. 이렇게 돌고 돌아 당초 예정시각보다 1시간 30분 늦게 희양산 들머리인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은티마을에 도착합니다. 그래도 가는 곳이 가까워 다행이지 먼 곳으로 가려 했다면 큰 낭패를 당했을 것입니다. 은티마을 주차장에는 목각장승 옆에 은티미을 유래비가 세워져있는데 워낙 낡아 가독성(可讀性)이 떨어집니다.

 

 

 

 

 

 


조금 걸어가니 동고제(洞告祭) 관련 안내문이 보입니다. 은티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자궁혈의 형상을 하고 있어 자궁이 기를 모아 생명을 잉태하는 양택마을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곳은 조선말기 조정의 천주교탄압과 일제치하 항일의인들의 은신처였고 6.25동란 때에도 화를 면한 명당이었습니다. 그러나 자궁혈은 포근하고 물이 많아 살기 좋은 곳이지만 여성의 음기가 너무 세다는 비판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음기에 해당하는 소나무 숲을 가꾸고 남근석을 세워 남녀간 기의 조화를 도모했습니다. 남자가 남근석 앞에서 기도를 올리면 건강하게 되고, 여자가 남근석을 만지면서 기도를 올리면 아들을 얻었다고 합니다. 외관상 초라하게 보이는 남근석에 이처럼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다니 그저 놀랄 따름입니다.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동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니 희양산까지 4.4km라는 이정표가 반겨줍니다. 은티산장을 뒤로하니 산자락이  온통 사과밭입니다. 과수원 뒤로 희양산 주변의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좌측 골짜기에는 그림 같은 펜션이 있습니다. 무슨 공사를 하는지 불도저로 땅을 파고있는데 붉은 황토색 흙인 것으로 보아 토질이 매우 좋은 듯 합니다. 이런 곳에서 자라는 과일은 당연히 맛이 있겠지요.   

 

 

 

은티 산장

 

과수원

 

 

명자나무 꽃

 

 

 

 

 

 

 

 

조금 더 가니 사거리 갈림길입니다. 필자는 이곳을 지름티재로 오해했는데 현지 이정표를 보니 마지막 농경지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름티재로 가기 위해 좌측 백두대간 희양산 표석 옆으로 들어섭니다. 산 속은 길이 매우 꼬불꼬불하지만 등산로는 분명합니다. 시루떡 같은 바위를 지난 후 계속해 급경사를 오릅니다. 그런데 지름티재라고 생각했던 곳에 다다르니 예상외로 성터가 보입니다. 지름티재는 골짜기에서 위쪽으로 직진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던 게 화근이네요. 이처럼 길이 헷갈리는 갈림길에 이정표가 있었더라면 이런 착각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지 관계자에게 지름티재와 성터 갈림길에 이정표를 세워두기를 요구합니다.

 

 

 

 

 

 

 

 


원래 지름티재에서 희양산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급경사 로프구간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위험지역을 우회했으니 한편으로는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도 듭니다. 성터에서 희양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1km입니다. 왕복하려면 2km로군요.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약 800m를 오르면 급경사 로프지역과 만나는 삼거리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아찔하네요. 

 

 성터 이정표

 

 내려다 본 로프구간

 

 

 

 


여기서부터 희양산으로 가는 길목의 조망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첫 번째 조망대인 너럭바위에 서면 인접한 구왕봉을 비롯해 백두대간의 그림 같은 연봉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괴산의 명산인 마분봉과 장성봉, 애기암봉, 대야산 등이 있겠지만 아둔한 필자로서눈 정확하게 분간을 하지 못합니다.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면 비슷한 각도의 조망이 계속됩니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조망이란 이를 두고 붙여진 이름일 것입니다. 눈이 시원하니 발걸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구왕봉(우측) 뒤로 보이는 장성봉(중앙), 애기암봉(중앙좌측), 대야산 줄기(좌측 뒤)

 

 구왕봉 뒤로 보이는 마분봉, 악휘봉

 

 

 멀리 보이는 대야산 줄기

 

 

 홈통바위 뒤로 보이는 백두대간 길

 

 

 


  
 

 

드디어 희양산 정상(999m)입니다. 사진에서 만났던 큼직하고 당당한 표석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표석 앞뒤로 한글과 한자를 명기한 것이 돋보입니다.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는 이만봉(990m)과 백화산(1,063m), 동남쪽은 뇌정산(991m), 서쪽으로는 구왕봉(877m)을 비롯한 이름 모를 산들이 백두대간 능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동쪽 이만봉(중앙)과 백화산(우측)

 

 남동쪽 뇌정산

 

                                                                             정상의 직립바위

 

 애기암봉과 장성봉 방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성터로 되돌아옵니다. 축조된 성의 모습이 상당히 남아 있네요. 길목에 핀 화사한 진달래는 산행의 보너스입니다. 가는 길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10여 년 전 이 길을 걸은 적이 있는데 거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능선 좌측으로 석회석 광산이 허연 흉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몇 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한 뒤에 안부 사거리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는 은티마을로 하산할 수도 있고 시루봉과 이만봉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오래 전 백두대간 코스를 답사하면서 여기서 바로 이만봉으로 간 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시루봉으로 향합니다.

 성터

 

 

 석회석 광산(우측 끝)

 

 각시붓꽃

 

 안부 사거리 이정표

 

 

 

 

 

 

한참을 가노라니 시루봉 200m 이정표가 보입니다. 다시 능선을 따라 오르면 시루봉(914m)입니다. 시루봉 북쪽으로 조망이 터지는 저곳 어디쯤엔 월악산이 있겠지요. 남쪽으로 지나온 희양산을 뒤돌아보니 암봉의 허연 부문이 살짝 보일 따름입니다.

 

 

 지나온 희양산(좌)과 구왕봉(중)

 

 

 

 

 

 

이제 이만봉 방면으로 갑니다. 야생화 박새의 잎이 올라오기 시작하는군요. 분지저수지(분지제) 갈림길을 지나 이만봉을 800m 앞두고 도막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도막은 분지리의 마을 이름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좌측의 이만이골을 따라 도막으로 하산합니다. 길은 상당히 분명하지만 최근에는  등산객이 다닌 흔적이 없습니다. 가파른 길을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길바닥의 해빙기 녹은 흔적이 그대로 있어 정말 조심해야 할구간입니다.

 박새

 

 

 

 

 

 

 

 

고도가 높은 곳에는 앙상한 나무 등걸만 보였는데 점점 내려감에 따라 나무에 초록빛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거의 평지에 내려오면 산 속 숲은 초록의 세상입니다. 해발고도에 따라 나뭇잎이 민감하게 반응함을 알 수 있습니다. 창고 같은 건물의 뜰에는 장독대가 줄지어 놓여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장독대를 보면 고향 같은 어머니의 품이 느껴집니다. 담장에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금낭화를 만나니 기쁨이 두 배입니다.

 

 

 

 금낭화

 

 

 

 


도로로 나오니 이만봉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여기서(도막) 이만봉까지는 3.1km네요. 분지천을 따라 우측으로 약 500m 걸어가니 산림유역관리사업 안내표지석 옆 공터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약 12km 산행에 5시간 반이 소요되었습니다. 희양산 능선에서 바라본 가슴이 확 트이는 멋진 조망을 감상하면서 반듯한 정상표석을 만났으니 이제 희양산에 대한 미련은 없습니다. 또한 그간 빠뜨렸던 시루봉까지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천년고찰 봉암사를 답사하지 못해 앞으로 또 희양산을 찾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7년 4월 25일 (화)
▲ 등산 코스 : 은티마을-삼거리-성터-지름티재 갈림길-희양산-성터-안부 갈림길-삼거리 갈림길-

                    시루봉(왕복)-도막갈림길-이만이골-도막-산림유역관리사업 안내표지석
▲ 등산 거리 : 약 12km
▲ 소요 시간 : 5시간 25분
▲ 산행 안내 : 갤러리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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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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