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산 정상에서 본 구미 금오산(좌)과 성주 영암산(우)
전국에 백마산(白馬山)이라는 산은 그 이름이 좋아서인지 몇 군데 있습니다. 필자가 답사한 백마산은 밀양 백마산(776m), 산청 백마산(286m), 음성.괴산 백마산(464m), 예천 백마산(383m), 영동 백마산(586m)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려는 김천과 성주의 경계에 위치한 백마산(716m)은 백마산 중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산입니다. 경북 김천시 농소면과 성주군 초전면에 걸쳐 있는 백마산은 금오지맥 줄기에 있는 산이기도 합니다. 경북 김천시 감천면 소재 고당산(596m)은 이 일대에서 고도가 높고 산세가 험한 편이라서 토지 이용이나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지형 경관과 산림의 보존이 매우 양호한 산이지만 조망을 거의 할 수 없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에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먼저 고당산에 올랐다가 백마산을 거쳐 하산할 계획입니다. 고당산 산행 들머리는 김천시 농소면 봉곡2리 사실마을에서 율곡천을 따라 백련사 방면으로 조금 들어간 지점입니다. 이름 없는 작은 다리를 건너 과수원 방면으로 들어가 능선을 타고 남쪽으로 가면서 점점 고도를 높입니다. 그리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듯 등산로는 잡풀이 무성하네요.
뒤돌아본 산행들머리(이름 없는 다리)
지루한 산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묘지를 지나면서부터 등산로가 분명해 지는군요. 그런데 고당산과 별미령으로 갈리는 능선 삼거리에 아무런 이정표가 없습니다. 우측 능선을 따라 오르면 고당산으로 가게 되며, 좌측 아래로 내려서면 별미령으로 이어지는 매우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산악회 선두대장이 등산리본을 걸어두지 않았더라면 길을 헷갈릴 뻔 했습니다.
아무런 이정표가 없는 삼거리 능선 갈림길
고당산을 400m 앞둔 지점에서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반듯한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고당산 정상, 좌측으로 가면 빌무산(784m)으로 이어집니다. 헬기장을 지나 로프가 걸려 있는 계곡을 오르면 반듯한 정상표석이 반겨주는 고당산(596m)입니다. 숲 뒤로 김천의 산하가 보이지만 사진으로 보니 매우 희미합니다.
처음 만난 이정표
헬기장
로프 구간
숲 뒤로 보이는 풍경
고당산 정상에서 능선 삼거리로 되돌아와 별미령으로 향합니다. 내려서는 길이 매우 가파릅니다. 등산객들은 무엇에 쫓기는 듯 발걸음을 빨리 움직입니다. 물론 그만큼 체력에 자신이 있기에 그러겠지만 평소 유유자적하게 사진을 찍으며 걷고 싶은 필자로서는 매우 아쉬운 대목입니다. 왜냐하면 필자도 발걸음을 재촉하게 되니까요.
도로로 내려오니 별미령입니다. 여기서 지나온 고당산은 2.2km, 가야할 백마산까지의 거리는 3km입니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산을 이어서 답사할 경우 완전히 고도를 낮추었다가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든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오르막에는 통나무계단이 조성되어 있어 안전한 산행을 도와줍니다. 좌측으로 가야할 백마산 능선이 보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별미령 이정표
가야할 백마산 능선
긴 의자가 놓여 있는 쉼터를 지나 능선을 돌아갑니다. 작은 봉우리는 달발봉(680m)인데 백마산은 잠시 고도를 낮추었다가 다시 올라야 합니다. 점점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하네요. 프로골프 선수의 경우 근육이 스윙의 폼을 기억하는 게 고작 25시간라고 하더군요. 이는 골프천재로 금세기를 지배한 타이거 우즈라 할지라도 매일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교훈입니다. 필자는 그간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 1개월 반 이상 등산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랬더니 그간 사용한 근육이 많이 이완되었는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시간에 쫓겨 쉬지를 못하니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달발봉을 알리는 깃발
큰 바위를 지나자 드디어 백마산 정상(716m)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에 서면 멀리 김천시가지가 발아래 펼쳐져 있고 구미의 진산인 금오산(977m)과 성주의 명산인 영암산(782m)을 비롯한 이름 모를 산들이 멋진 파노라마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금오산과 영암산 사이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롯데골프장이 있다고 하는데 사진으로는 잘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고당산을 거쳐 이곳까지 오느라 힘들었지만 황홀한 조망에 취하고 보니 그 고통이 일순간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이런 경치를 맛보면서 희열을 경험하지요.
하산할 능선 뒤로 보이는 김천시가지
구미 금오산(좌)과 성주 영암산(중)
정상에서 좌측으로 약 50여 미터 들어가면 조망대입니다. 조망대인 대형 암석에 서면 지나온 고당산과 이웃한 산들이 첩첩한 산그리메를 그리고 있습니다. 조망대를 다녀오는 동안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던 4-5명의 등산객들이 이미 하산하고 보이질 않습니다. 맨 뒤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앞 사람을 쫓아가야 하겠습니다.
조망대에서 본 고당산(좌)
그런데 응달의 내리막은 잔설이 남아있어 무척 미끄럽습니다. 빨리 하산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능선좌우로 펼쳐지는 조망은 정말 멋지더군요. 이정표에 따라 능소면 봉곡리 방면으로 하산합니다. 그러다가 봉곡리를 1.7km 앞둔 천정봉에서 이쪽으로 가지 아니하고 능선을 따라 직진(고방사 방면)합니다. 내려서는 길이 매우 가파르네요. 급경사를 내려와 뒤돌아보니 사진 상으로는 밋밋해 보이지만 현장의 상황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가야할 하산능선
천정봉에서 능선을 따라 직진함
하산 능선 뒤로 보이는 김천도심
뒤돌아본 하산능선 (급경사)
이제부터 길은 비교적 평탄합니다. 드디어 앞서 간 사람들이 보입니다. 능선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경사면으로 내려섰는데 아래에 사찰이 있군요. 길은 사찰을 지나 다시 좌측으로 꺾이더니 고방사 입구로 연결됩니다. 고방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로 신라 눌지왕 2년(418) 아도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입이다. 시간이 없어 사찰 경내를 둘러보지도 못한 채 도로를 걸어 내려오니 도로 옆에 일주문이 있습니다. 보통 사찰의 일주문은 도로가운데 세우는데 이곳은 도로를 비켜서 세운 게 특이하군요.
도로 옆에 비켜선 일주문
도로를 이용해 사실마을로 내려오니 백련사 앞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약 12km 산행에 4시간 남짓 소요되었습니다. 사실 보통 사람의 경우 등산 시 시간당 2km 정도 걷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시간당 약 3km를 주파했으니 매우 빠른 속도로 걸은 셈이네요. 이 산악회는 나이가 70대인 회원이 많습니다. 어떤 이는 1주일에 기본적으로 3-4회 산행을 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합니다. 이 산악회는 만산동우회 회원들도 여럿 보일 정도로 산에 대해서는 일가견을 가진 베테랑들도 여럿 보입니다. 필자는 이런 베테랑들과는 체급이 달라 앞으로 참석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골병들지 않으려면 스스로 조심하는 게 상책입니다.
백련사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9년 1월 20일 (일)
▲ 등산 코스 : 백련사 안쪽 교량-과수원-삼거리 갈림길-고당산(왕복)-별미령-달발봉-백마산-전망대(왕복)-고방사-백련사
▲ 산행 거리 : 11.7km
▲ 산행 시간 : 4시간 5분
▲ 등산 안내 : 뉴서울마운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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