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9시 20분입니다. 마침 밀물 때라서 대형등산버스가 매우 조심스럽게 석모도행 배에 오릅니다. 사람들은 갑판위로 올라가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유혹해 보지만 가까이 잘 다가오지 않습니다. 글쓴이도 85mm 렌즈로 갈매기를 담아보려고 노력해 보아도 이것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외포리 선착장 풍경 우리가 타고갈 배 날아드는 갈매기 해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릉길
순식간에 석모도의 석포리부두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들머리인 진득이고개로 갑니다. 등산안내도를 보고는 오른쪽 능선으로 접어듭니다. 곧 능선의 전망대에 올랐지만 사위는 짙은 안개에 싸여 있어 강화도도 그리고 석모도 앞 바다도 전혀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산행구간의 유일한 암릉 길을 오릅니다. 말이 암릉이지 쇠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오르기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해명산 정상 표지석
산행을 시작한지 35분만에 해명산(327m)에 도착합니다. 제법 반듯한 표석이 서 있어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이곳은 석모도에서 가장 해발이 높은 곳이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희뿌연 해무(海霧) 뿐입니다. 드넓은 평야의 염전과 논도 겨우 그 형체만 보입니다.
안개자욱한 바다 가야할 능선
다시 부드럽고 긴 능선을 따라 갑니다. 한 두 차례 깊은 내리막으로 빠졌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였더니 어느새 낙가산(235m)에 도착합니다. 낙가산은 지도상으로는 표시가 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습니다. 다만 보문사 뒤의 눈썹바위가 위치한 큰 너럭바위가 낙가산 이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보문사 주차장과 보문사
왼쪽으로 내려다보니 보문사의 주차장에 차량이 많고, 산아래 보문사에도 방문객의 모습이 더러 보입니다. 산악회에서는 너럭바위를 지난 지점에서 좌측의 보문사로 하산토록 했지만 저만치 보이는 상봉산이 나를 유혹합니다.
보문사 뒤로 보이는 상봉산 산불감시초소
부부등산객과 함께 상봉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깁니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자 점점 고도를 높여갑니다. 한차례 쉬면서 오르니 암봉으로 구성된 상봉산(316m)입니다. 정상에는 나무 막대기에 새긴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이것은 석모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이지만 아까 해명산과 마찬가지로 조망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섬 산행은 만물이 푸른 여름철에 찾아오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상봉산 정상 이정목 뒤로 보이는 지나온 능선 안개로 희미한 바다 보문사 전경
동행한 부부등산객이 처음에는 부부가 아닌 줄로 알았습니다. 남자는 앞서 나가고 글쓴이가 중간에 그리고 여자가 맨 뒤를 힘겹게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자 남편은 부인의 예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배낭에 넣어 가지고 온 상의도 바꿔 입으라고 주문하면서 여러 컷의 사진을 찍습니다. 길을 걸을 때는 다소 몰인정한 남편이 정상에 와서는 자상한 사람으로 변하니 부부관계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다시금 낙가산 방향으로 되돌아와 보문사로 하산합니다. 등산로가 매우 가파릅니다. 보문사 경내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산악회 측에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등산객 모두 하산하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일행 3명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선두그룹마저도 상봉산을 다녀오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보문사는 양산의 낙산사,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해상관음 기도도량으로 잘 알려진 명찰입니다. 그래서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다가 이것에 와서 절을 창간하였는데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산의 이름을 따서 낙가산(洛迦山)이라 하였고,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의 원력이 광대무변함을 상징하여 사찰의 이름을 보문사(普門寺)로 지었습니다.
보문사 법고루 3층 석탑 극락보전
본당인 극락보전의 문양이 화려하기 그지없고 본당 앞마당에는 법고를 안치한 법음루(法音樓), 범종각 등이 분위기를 살려 주고 있습니다. 극락보전 오른쪽으로는 눈썹바위 밑의 마애불로 오르는 계단이지만 상봉산을 다녀온 죄로 시간이 없어 답사하지 못합니다.
극락보전 출입문의 화려한 문양 극락보전 안의 부처님 법고 범종각 마애불상으로 오르는 길 눈썹바위 밑의 마애불상 낙가산 보문사 일주문
일주문을 지나자 오른쪽 음식점으로 들어갑니다. 산악회에서 산행회비를 1인당 3만원씩 받기에 거리에 비해 다소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현지 식당에서 따끈한 생선매운탕으로 점심을 제공하니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향토식품을 파는 행상들
시간이 허락한다면 눈썹바위에 올라 마애불도 보고, 또 사찰입구의 전통찻집에서 따끈한 차 한잔을 마시며 고즈넉한 사찰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다행히 글쓴이는 지금으로부터 6년 년 보문사를 방문하여 이와 같은 호사를 누렸기에 그 때를 회상하면서 버스에 오릅니다.
<산행개요>
△ 산행일자 : 2007년 12월 23일(일)
△ 산행코스 : 진득이고개-해명산-낙가산-상봉산-낙가산-보문사
△ 산행시간 : 3시간 45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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