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 암릉구간의 얼굴바위
감악산 최고봉의 암릉
우리나라에는 감악산이라는 이름의 명산이 셋 있습니다. 하나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감악산(675m)으로 경기5악 중 하나로서 150m 길이의 출렁다리가 매우 인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거창군의 진산으로 불리는 감악산(952m)으로 정상에 해맞이공원이 있는 일출명소입니다. 오늘 답사하려는 원주시 신림면과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경계를 이루는 감악산(954m)은 치악산 남쪽에 있는 바위산으로, 감악산 중에서는 가장 높고 능선 길이 매우 험한 반면 산세와 조망이 장쾌한 산입니다. 봄에는 야생화,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 덮인 기암과 설화 등 사계절 인기 있는 산행지입니다. 정상의 남쪽아래에는 신라시대 때 창건한 천년고찰 백련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소재 창촌마을입니다. 창촌마을은 88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창촌마을 표석이 있는 곳에서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야할 감악산의 봉우리가 날카롭게 솟아 있는 모습입니다. 도로를 횡단해 농촌건강장수마을 표석 사이로 진입합니다. 황둔천에 걸린 창촌교를 건너자 감악산 이정표가 나오는데 여기서 직진하면 계곡코스이지만 우리는 감악산 정상 2.84km 이정표에 따라 좌측의 작은 다리를 건넙니다. 이 코스는 소위 말하는 능선코스로 정상으로 접근하는 코스 중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암릉길입니다.
장촌동 마을표석
가야할 감악산 산봉
농촌건강장수마을 표석
황둔천
능선코스 이정표
작은 다리를 건너니 산길인데 몸을 데울 시간도 없이 바로 상당히 급한 경사로가 계속됩니다. 긴 로프를 등산로의 나무에 매달아 놓은 게 힘을 절약할 수 있는 도우미가 되는군요. 산행을 시작한지 약 25분만에 능선 안부에 오릅니다. 오르막이 워낙 심해 겨우 650m를 걷는데 거의 30분이 소요된 셈입니다. 여기서 감악산 정상까지는 2.17km가 남았군요.
능선안부 이정표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능선길의 오르내림이 계속된 후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등산로 우측인 서쪽에 처음으로 시원한 조망이 터집니다. 감악산 서쪽에는 천삼산(818m)과 백운산(1,087m) 등이 있는데 아둔한 필자로서는 보이는 산 이름을 알 수가 없습니다.
능선 서쪽의 조망
위험한 등산로 경고판이 있는 시점부터 분격적인 험로가 시작됩니다. 큰 바위 우측으로 오르자 이어지는 급경사에는 안전로프가 걸려 있고 암벽에는 안전발판이 박혀 있는데 이 구간이 암릉산행 중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등산스틱을 접어 배낭에 꽂고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해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의 모습은 훨씬 더 가파르지요. 긴 로프를 잡고 오르니 마치 도봉산의 신선대에서 바라본 만장봉 같은 바위가 눈 앞에 버티고 있습니다. 자세를 가다듬어 급하게 사진 한 장을 찍고는 또 다시 로프구간을 오릅니다. 전진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없이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안전로프에 의지해 오른 후 뒤돌아본 모습
아찔한 오름길
계속되는 오름길
남근바위처럼 묘하게 생긴 바위를 뒤로하고 안전로프를 이용해 바위전망대에 오릅니다. 멀리 이름을 알 수 없는 고산들이 산그리메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가까이 보이는 산은 아마도 천삼산인 듯 합니다.
남근바위(?)
바위전망대
이름 모를 고산준령
천삼산(?)
앞에 있는 암릉을 우회합니다. 큰 바위 옆으로 오르니 감악산 정상까지 580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반겨주네요.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힘든 여정을 계속합니다. 무너진 통나무 길을 지나면 바위에 철책을 박아 만든 안전시설이 길잡이가 됩니다. 이 구간을 지나가는 데 머리 위로 거대한 바위가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지나가면서 이 바위를 자세히 보니 영락없는 큰바위얼굴 모습(얼굴바위)입니다. 힘든 산행을 하면서도 이런 명품기암을 만나면 힘이 팍팍 솟습니다.
큰 바위 옆길
안전철책 구간
얼굴바위
얼굴바위를 지나 좌측으로 돌아 바위로 오르면 원주시에서 세운 표석이 맞아주는 감악산(930m)입니다. 정상표석이 있는 뒤쪽 돌탑을 지나면 전망대인데 이곳에 서면 지나온 능선 뒤로 이름 모를 산들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이곳의 해발고도를 보고 의문이 들 것입니다. 서두에서 감악산 해발고도를 954m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곳은 원주시 행정구역에 있는 감악산의 최고봉이며 제천시의 최고봉은 더 가야합니다.
원주시에서 세운 정상표석
정상의 돌탑
지나온 능선
가야할 더 높은 감악산 정상부(제천시 소재/좌측)
오늘 함께 한 회원들이 모두 모여 간식을 먹은 후 930봉을 내려섭니다. 안전철책을 무사히 내려오면 안부에 감악산 안내도가 있는데 해발고도룰 945m로 표기하고 있어 상당히 헷갈립니다. 안내문 위쪽의 물고기 아가미처럼 생긴 바위로 오르는 길이 있지만 이곳은 단순히 전망을 보기 위한 것으로 감악산 최고봉은 백련사 방면으로 가야합니다.
930봉을 내려서면서 뒤돌아본 안전철책
이정표 및 안내문
감악산 해발고도를 945m로 표기
물고기 아가미처럼 생긴 바위(조망대)
통천문처럼 생긴 바위 옆을 지나 큰 바위 밑을 지나가면 백련사 1.4km 이정표가 나오는데 바로 그 옆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보입니다. 암봉에 오르면 제천시에서 세운 표석이 있는데 해발고도를 고친 흔적 때문에 정확하게 몇 미터인지 읽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이곳 감악산 정상의 해발고도는 두 가지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945m이고 다른 하나는 954m입니다. 조금 전 보았던 제천시 안내문에도 945m였고 이곳 표석의 숫자도 945m로 고친 듯 합니다. 그런데 다른 자료를 보면 대부분 감악산 정상은 954m로 적고 있습니다. 다음(daum)지도와 한국555산행기 그리고 여러 등산개념도에서 954m로 적고 있어 필자도 이 의견을 따랐습니다.
통천문
갈림길 이정표
정상 암봉 가는 길
제천시 정상표석
정상 표석이 있는 암봉에 오르면 지나온 능선과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의 여러 봉우리들 그리고 동남쪽으로 뻗은 석기암봉(902m)이 잘 보입니다. 사실 등산지도를 보면 감악산 최고봉에 도착하기까지 1봉, 2봉, 3봉, 월출봉, 일출봉 등 봉우리 이름이 많이 등장하지만 현지에 이정표가 없으니 어디를 지나왔는지 가늠할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감악산 최고봉
감악산 봉우리
석기암봉 능선
정상을 내려와 석기암 갈림길에서 백련사방면으로 하산갑니다. 아까 능선코스를 따라 오를 때는 길이 상당히 험했었는데 여기서 백련사까지는 이외로 까다로운 구간이 전혀 없습니다. 감악산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보면 감악산은 정상까지의 거리가 짧고 경사도 완만하여 산행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 백련사에서 오르는 코스를 두고 하는 설명 같습니다. 제천시 봉양읍 소재 백련사는 삼국시대 신라 문무왕 2년(662) 승려 의상이 창건한 천년고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입니다. 그런데 갈 길이 바빠 그냥 지나친 게 무척 아쉽습니다.
삼거리 갈림길
백련사 뒤쪽으로 보이는 감악산 암봉
백련사에서 오솔길을 이용해 황둔방면으로 갑니다. 감악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천삼산 방면으로 조금 가다가 우측으로 내려서면 감바위골 계곡입니다. 계곡의 숲은 매우 울창하지만 가뭄으로 인해 계곡은 거의 메마른 상태입니다. 계곡을 빠져나와 창춘교를 건너면 오전에 출발했던 창촌마을입니다.
계곡으로 가는 길
계곡 이정표
오늘 약 7km 산행에 4시간 반이 소요되었습니다. 비록 원주 감악산 정상(930봉)에서 일행이 전부 모여 약 30분 이상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능선의 등산로가 상당히 까다로웠던 때문입니다. 암릉이 많은 능선코스를 택해 다소 긴장했지만 가장 장쾌한 능선을 답사해 뿌듯한 마음으로 귀가버스에 오릅니다. 노약자 또는 동절기에는 이 코스의 이용을 자제해야 하겠지요.
《등산 개요》
▲ 산행 일자 : 2020년 6월 16일 (화)
▲ 산행 코스 : 창촌마을-능선코스-얼굴바위-원주 감악산(930m)-제천 감악산(954m)-백련사-계곡코스-창촌마을
▲ 산행 거리 : 7.3km
▲ 소요 시간 : 4시간 35분(휴식시간 35분 포함)
▲ 등산 안내 : 뉴갤러리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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