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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양북면 호암리 소재 함월산(584m)은 정상 부근은 바위가 많아 험준하지만 대부분 완만한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산입니다. 함월산 정상에 서면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며, 북쪽으로는 운제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추령을 사이에 두고 석굴암을 품은 토함산으로 이어집니다.
함월산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산세의 수려함이 아니라 산자락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기림사와 석굴사찰 골굴사 때문입니다. 기림사는 옛날 불국사를 말사로 거느렸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는 비록 불국사의 말사가 된 처지이지만 이곳에는 대적광전 등 5개의 국가보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굴골사는 암벽에 보물인 마애여래좌상을 새겨놓은 석굴사원으로서 매우 인기가 있는 사찰입니다.
함월산 등산 들머리는 기림사주차장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찰의 주차장은 매표소 바깥에 있지만 이곳은 특이하게도 매표소를 통과하면 넓은 주차장이 나옵니다. 주차장 규모로 보아 기림사의 지명도를 짐작할 수 있지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조계산 선암사 무지개다리인 승선교처럼 생긴 임정교를 건너면 반듯한 기림사의 일주문이 보입니다. 기림사는(祗林寺)는 신라 때 인도 승려인 광유(光有)가 창건해 임정사(林井寺)라고 했으며 643년 원효가 중창한 뒤 기림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입니다. 방금 건너온 임정교도 기림사의 옛 이름에서 유래한 교량이네요.
오늘은 원점회귀산행이라 기림사는 나중에 하산하면서 답사할 계획이기에 우리는 일주문 우측의 등산로로 들어섭니다. 기림사 진입로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이 걸려 있군요. 지나가는 길목에 감로수, 오탁수 같은 물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는데요. 이는 기림사를 중심으로 5방(동, 서, 남, 북, 중)에 맑은 물이 샘솟았다는 오정수(五井水)를 말하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지나다닐 정도로 넓은 길을 가노라면 공원지킴터입니다. 이곳은 경주국립공원구역에 포함된 지역이기에 이정표도 국립공원에 맞게 깔끔하게 세워져 있지요. 공원지킴터를 지나자 물고기 둑중개의 서식지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물고기의 생긴 모습도 그 이름만큼 특이하군요.
현재 걷는 이 길은 신문왕 왕의 행차길입니다. 일명 “왕의 길”인 이곳은 감포-경주, 장기-경주를 이어주던 길로 왜구가 침략하던 주된 통로였습니다. 이 길은 용성국의 왕자인 석탈해가 신라로 잠입하던 길이며,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의 장례행차길임과 동시에 신문왕이 바다의 용이 된 부왕 문무왕에게 신라의 보배인 옥대와 만파식적을 얻기 위해 행차했던 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길은 걷는 길과 이정표가 잘 조성된 모범적인 보행로입니다.
이곳에서 조금 더 가면 용연폭포인데요. 현재 건기여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쏟아지는 물줄기가 매우 웅장할 정도입니다. 여름철 우기에 오면 정말 장관일듯 합니다. 이 폭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오는데요. “신문왕이 만파식적 대나무와 옥대를 가지고 환궁할 때 마중 나온 어린 태자의 예지로 옥대의 용 장식 하나를 떼어 시냇물에 담그니 진짜 용으로 변해 승천하고 시냇가는 깊이 패여 연못과 폭포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용연폭포를 뒤로하고 그 위쪽으로 갑니다. 계곡 위쪽으로 난 길이 매우 반듯합니다. 한참을 가노라니 불령봉표(佛嶺封標) 안내문이 반겨줍니다. 봉표(封標)란 나라에서 쓸 묘지 또는 중요한 작물이 생산되는 지역에 백성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금지지역을 설정해 세우는 표시를 말합니다. 주로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하거나 산삼 등 귀중한 약재가 나는 지역도 포함합니다. 이곳 불령봉포는 조선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의 묘(묘호는 연경)에 사용할 향탄(목탄)을 생산하기 위한 산이므로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한 임금의 명령입니다. 여기서 수렛재까지는 1.6km가 남았군요.
잘 조성된 길을 따라 가노라니 드디어 수렛재(400m)삼거리입니다. 수렛재는 그 옛날 수레가 넘어다녔던 길이라는 데 이 좁은 길을 어찌 수레가 다녔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계속 직진하면 모차골이지만 우리는 함월산으로 오르기 위해 우측으로 방향을 틉니다. 이제부터는 능선을 따라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진달래 피어 있는 550봉에 오르니 좌측으로 전망대가 있는데요. 능선 아래로 약 4-5m내려가야 하므로 무심코 지나가면 놓치기 쉬운 곳입니다. 기암 뒤로는 이름 모를 산줄기가 시원하게 보입니다. 함월산 북쪽으로는 동대봉산(무장봉)이 있고 남쪽으로는 토함산이 있는데 지금 보이는 산줄기는 어느 것인지 헷갈립니다.
여기서 작은 봉우리를 넘어 가니 함월산 정상(584M)입니다. 그런데 정상의 모습은 한 마디로 실망스럽습니다. 조망도 전혀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상을 알리는 안내문이라고는 나무판에 새긴 함월산 이정목과 어느 등산 매니아가 나무에 걸어둔 백색 안내문뿐입니다. 국립공원지역이어서 반듯한 정상표석을 기대한 것은 무리한 욕심이었나 봅니다. 사실 수렛재삼거리에서 정상으로 오는 동안 이정표를 하나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경주국립공원 측에서는 왕의 길에만 신경을 쓰고 함월산은 그냥 방치한 듯한 인상입니다.
함월산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내려옵니다. 하산하는 급경사 길도 거의 자연상태 그대로입니다. 420봉을 지나 481봉을 오르는 길도 매우 까다롭습니다. 481봉에서는 동남쪽으로 경주 앞바다가 보입니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자 연분홍 철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원래 철쪽은 5월이 되어야 피는 데 금년 봄은 기온상승으로 인해 4월 중순에 이미 피기 시작했군요. 우측 바위조망대에서는 바로 남쪽 산의 능선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정표도 없는 가파른 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니 아까 지나갔던 불령봉표가 있는 삼거리입니다. 이제부터는 한번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므로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용연폭포 위쪽의 골짜기에는 유독 몽돌처럼 몽실몽실한 큰 바위가 많더군요.
기림사 주차장0.7km, 모차골 5.1km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직진하면 기림사 후문으로 이어집니다. 기림사는 5점의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이름난 사찰이며 현재 경내는 각종 봄꽃으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더군요.
기림사 일주문을 나와 임정교를 건너니 주차장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네요. 오늘 11km 이상 걷는데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함월산 정상에서 481봉을 경유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550봉 전망대 방면으로 되돌아 하산하는 게 한결 쉬울 테니 앞으로 함월산 등산객들은 참고하기 바랍니다. 우리는 함월산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이곳의 남쪽에 자리 잡은 골굴사를 답사했습니다. 골굴사는 전북 진안 마이산에 볼 수 있는 타포니 형상의 바위굴에 각종 불상을 조성한 보기 드문 사찰이며, 불가의 전통수행법인 선무도 수련원이 개설된 선무도 본산입니다.
☞ 천년고찰 기림사를 자세히 보려면 다음 글을 클릭하세요.
☞ 석굴사찰 골굴사를 자세히 보려면 다음 글을 클릭하세요.
《산행 개요》
▲ 일자 : 2021년 4월 10일 (토)
▲ 코스 : 기림사 주차장-기림사-공원탐방안내소-신문왕행차길 안내도-용연폭포
-불령봉표-수렛재-550봉 전망대-함월산-481봉-불령봉표-기림사-주차장
▲ 거리 : 11.6km
▲ 시간 : 4시간
▲ 안내 : 기분 좋은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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