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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양북면 호암리 소재 함월산(含月山) 동남쪽에 위치한 기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로 삼국시대(신라 선덕여왕 12년, 643년) 천축국의 승려 광유가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창건당시에는 임정사(林井寺)라 부르던 것을 후일 원효(元曉)가 중창하면서 기림사로 개칭했습니다. 기림사는 옛날 불국사를 말사로 거느렸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는 비록 불국사의 말사가 된 처지이지만 이곳에는 대적광전 등 5점의 국가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보석 같은 사찰입니다.
기림사 주차장에서 임정교를 건너면 일주문입니다. 일주문 앞에는 이곳 기림사를 중심으로 오방(동, 서, 남, 북, 중)에 5개의 맑은 샘물이 있었다는 안내문이 있으며, 함월산 기림팔경을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사찰경내로 들어섭니다. 길의 양쪽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이 걸려 있네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진입합니다. 천왕문 앞 노송 밑으로 흐르는 물을 마시면 눈이 맑아진다고 해서 명안수라 부른다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샘터의 물은 수질검사결과 음용수로 부적합하다는 검사결과표가 부착되어 있네요. 천왕문에는 좌우로 사천왕상이 오가는 중생들을 눈을 부릅뜬 채 지켜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측 종무소를 뒤로하면 바로 진남루입니다. 진남루는 남방(일본)을 진압한다는 의미로 임진왜란 당시 기림사는 전략요충지로서 경주지역의 의병과 승병활동의 중심사원으로 승군의 지휘소로 사용되었던 건물입니다. 진남루는 정면 7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을 가진 건축물입니다.
진남루를 돌아 우측 안으로 들어서면 매우 큰 명품 소나무가 반겨주는데 맞은편으로 반듯한 목조건축물이 눈에 뜨입니다. 바로 기림사의 중심전각인 대적광전입니다. 대적광전은 사찰에서 연화장세계의 교주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봉안하는 불교건축물입니다. 이 전각은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지어졌으며 그 후 8차례나 다시 지은 것입니다. 이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규모이며, 배흘림기둥의 맞배지붕 형식으로 겉모습은 본전건물답게 웅장하며, 내부는 화려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단청이 퇴색해 더욱 고색창연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곳 대적광전과 관련된 국가보물은 무려 4점입니다. 첫째는 대적광전 건축물이 보물(제833호)이며, 둘째는 내부에 모신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이 보물(제958호)입니다. 이 삼불좌상은 중앙의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와 아미타여래로 구성된 삼불상입니다. 삼불상은 크고 건장한 신체에 길쭉한 비례감, 작은 머리, 높은 육계, 뚜렷한 이목구비, 탄력없이 늘어진 옷자락 그리고 넓고 낮은 무릎 등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셋째는 삼불좌상 뒤에 모신 후불탱화인 비로자나삼불회도도 보물(제1611호)입니다. 중앙에 비로자나불회도를 중심으로 왼쪽에 약사불회도, 오른쪽에 아미타불회도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넷째는 소조비로자나불 복장전적(보물 제959호)입니다. 이는 비로자나불 복장에서 수습된 유물로 11세기에서 17세기 사이에 제작된 사경과 목판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적광전의 정면 좌측에는 응진전이 있는데요. 응진전은 오백나한상을 모신 전각으로서 오백나한(오백아라한)은 당시 부처님 제자 중 가장 뛰어난 10대 제자, 16성중과 500성중을 합쳐 정확하게 526명의 성자입니다. 이 전각은 선덕여왕 때 지어 졌으며 조선 후기에 중건된 것입니다.
대적광전 우측에는 약사전이 있는데요. 약사전은 약사여래불상을 봉안한 사찰의 불전으로서 약사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모십니다.
응진전 앞 삼층석탑(경북 유향문화재 제205호)은 후기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석탑으로서 2층의 바닥돌 위에 3층의 몸돌을 올린 형태입니다.
대적광전에서 위쪽의 범종루 방면으로 오릅니다. 범종루는 법당의 네 가지 주요 물품인 범종·운판·목어·북(홍고)을 비치하는 사찰당우 중의 하나입니다. 이 중에서 범종만 있는 경우에는 범종각이라고 합니다. 북은 걸어 다니는 축생을 위해 두드리며, 종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칩니다. 물고기 모양의 목어는 물에 사는 중생을 위해 두드리며, 청동이나 철로 만든 구름모양의 운판은 날아다니는 중생들에게 해탈하라고 치는 것입니다.
관음전은 관세음보살을 본존으로 모신 곳입니다. 세간의 중생이 갖가지 괴로움을 겪을 때 그의 이름을 부르면 그 음성을 듣고 큰 자비로 중생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므로 관세음(觀世音)이라고 합니다.
삼천불전은 이름 그대로 3천의 불상을 모신 전각입니다. 삼천불은 언제 어디서나 부처님이 계신다는 사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과거 천불, 현재 천불, 미래 천불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삼성각은 나반존자(독성), 칠성, 산신을 모신 전각입니다. 독성은 석가모니처럼 스승 없이 홀로 깨우친 자를 말하며, 칠성은 원래 중국에서 유입된 도교신앙의 신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착화된 신입니다. 산신은 주로 호랑이와 함께 있으면서 산을 주재하는 신입니다.
명부전은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염라대왕 등 시왕을 모셔 놓은 절 안의 전각입니다. 명부는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저승의 세계로 명부전(冥府殿)은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해서 시왕을 모시기 때문에 지장전(地藏殿) 또는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합니다. 명부전 뒤쪽으로는 함월산으로 가는 길이며 신문왕 호국행차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서방 화정수를 지나 출구 쪽으로 나오면 우측에 매월당 김시습 영당이 있습니다. 김시습(1435~1493)은 조선초기의 학자로 호는 매월당(梅月堂)입니다. 그는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승려가 되어 방랑생활을 하며 절개를 지켰고, 유교와 불교의 정신을 포섭한 사상과 탁월한 문장으로 일세를 풍미하였으며,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지었습니다.
본래의 영당은 현종 11년(1670) 선생이 은거하면서 차나무를 가꾸어 마셨다는 용장사 경내에 오산사라는 명칭으로 조성돼 있었다. 용장사는 김시습 선생이 조선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쓴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당은 고종 5년(1868) 훼철되었다가 고종 15년(1878) 경주 유림의 청원으로 다시 함월산 기림사 경내에 지어졌습니다. 이곳에는 매월당의 영정과 현판 등도 보존돼 있어 선생이 입적한 부여 무량사와 더불어 매월당을 기리는 성지로 여겨지고 있는 곳입니다.
기림사의 특이한 점은 전각에 걸린 모든 주련(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로 건물의 품격을 높이는 기능을 함)의 글씨에 원문과 해설을 달아놓은 안내문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주련의 글씨는 대부분 해서체로 적기 때문에 보통사람은 읽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인데 이런 해설문은 정말 세심한 배려 같습니다. 참고로 김시습 영당의 주련해설문을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이곳에는 또 다른 보물(제415호)인 건칠보살반가상이 있는데요. 조선시대(연산군 7년, 1501)에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이 불상은 유례가 드문 건칠불이라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건칠불이란 나무로 골격을 만든 뒤 삼베를 감고 그 위에 진흙을 바른 다음 속을 빼낸 불상을 말합니다. 이 불상과 비로자나불 복장전적(보물 제959호)은 기림사 성보박물관에 보존중이라는데 박물관을 관람하지 않아 실물을 보지는 못했습니다.(202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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